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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놀라운 편집의 힘

단순 명쾌하게 핵심만 담아라

보고서 작성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단순 명쾌하게 핵심만 담아라

단순 명쾌하게 핵심만 담아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고서를 열람하며 동시에 전화 보고를 받고 있다.

보고서는 조직의 알파와 오메가다.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회의와 보고서로 이뤄진다. 회의는 보고서를 기반으로 검토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1차 보고서를 바탕으로 실천계획을 수립한 회의를 종료하면 다시 2차 보고서를 기안하며 보고담당 팀은 자료수집, 현장조사, 전문가 인터뷰, 통계분석에 착수한다. 즉 회의와 보고서는 물고 물리는 상호보완의 관계다. 보고서엔 일일보고, 주간보고, 월간보고, 기획보고, 현황보고, 결과보고, 정보보고, 출장보고, 착수보고, 중간보고, 실적보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층위가 있다. 한마디 말로 좌중을 압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 떠들어도 하품만 나오게 하는 사람도 있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장황하게 길게 쓴 보고서가 의외로 실속 없는 경우가 많다. 논점과 결론이 일관되지 않고 이것저것 뒤섞어 보고서 분량만 채워놓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생명은 정확성과 명료함이다. 그리고 보고서의 최고 미덕은 간결함이다.

한때 많은 시간을 들여 세밀하게 작성한 두툼한 보고서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은 적이 있다. 의사결정 단계를 크게 축소한 현대 조직에선 창의적 결론을 앞세운 단순 명쾌한 보고서만이 대접받고 살아남는다. 바람직한 보고서는 어떤 것일까.

1. 결론이 분명한 보고서

보고받은 사람이 제일 궁금한 것은 보고서에 담긴 판단력과 대안제시 능력이다. 즉 보고서가 논리적으로 분석한 최종 결론이 무엇이며, 실천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구체적인 성과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한다. 수십 쪽의 보고서를 읽고 나서도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가, 도대체 무엇을 해보자는 건가”라는 짜증만 나온다면 보고서는 상급자의 성미를 돋우는 실패작일 뿐이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서두-결론-논거-과제의 4단계 순서가 보편적이다. 서두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내외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숲과 계곡 전체를 두루 살펴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결론에서는 똑 부러진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추진할 경우 무엇은 변하고 무엇은 변하지 않을 것인지 비교치가 나와야 한다. 객관적인 통계를 첨가하면 금상첨화다. 논거에는 결론과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뒷받침해야 하는지를 담고 동원해야 할 재정, 인력, 시간을 명기해야 한다. 향후 과제에는 미래에 대한 진단과 긴 호흡의 사업 전망을 담는다. 문제해결을 위한 즉각적 돌입도 중요하지만, 내부 역량과 외부 환경을 진단하는 장기 전략을 곁들이면 보고서는 논리적 완결에 다가설 수 있다.



2. 짧고 굵은 보고서

하나의 보고서엔 하나의 주제만 담아야 하며, 첫 문단 첫 문장에서 핵심을 찔러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삼성그룹, SK그룹, 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보고서 ‘3스텝 3S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1단계에서 보고 목적 및 결론을 제시하고, 2단계에서 근거와 논리를 뒷받침하며, 3단계에서 향후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3S 원칙은 보고서를 핵심 위주로 짧고(Short) 쉽게(Simple) 구체적으로(Specific) 쓰라는 것이다.

보고자의 과욕과 형식주의가 긴 보고서를 낳는다. 긴 보고서는 보고받는 이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썼다는 암묵적 과시일 뿐이다. 보고받는 사람이 짧은 시간에 상황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고서가 ‘압축의 편집미학’을 발휘한다.

당신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문제의식, 문제제기, 대안제시, 근거논리만 동원하고 나머진 전부 다이어트하라. 거품이 낀 것은 장황하고, 진실한 것은 짧고 묵직하다. 연말 대선에 맞춰 수많은 잠룡이 자천타천 발호한다. 그들의 출사표인 대국민 보고서에 주목하라. 주절주절 추상적인 말만 가득한 시국진단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자기 고백이며, 국민의 정곡을 찌르는 미래설계도를 제시했다면 그만큼 준비된 내공을 보여준 것이다.



주간동아 837호 (p49~49)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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