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6

2012.05.07

이순신 해전엔 프로젝트 성공 비법이 숨어 있어

조선의 프로젝트 매니저 이순신을 만나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5-07 09: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순신 해전엔 프로젝트 성공 비법이 숨어 있어

    김덕수·남재덕 지음/ 행복한미래/ 364쪽/ 1만5000원

    1592년 5월 7일 경남 거제시 옥포만. 파도는 잔뜩 숨을 죽였고 공기는 태산처럼 무거웠다. 새벽에 함대를 출항시켜 바다를 뒤지던 이순신은 점심 무렵 마침내 옥포만에 정박한 왜선 50척을 발견한다. 육지에 상륙한 왜군은 약탈과 살생을 자행하고 있었다. “망령되게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태산처럼 무겁게 행동하라(勿令妄動 靜重如山).” 이순신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전 함대에 명령을 내린다. 조선 수군은 일사불란하게 전투 대형을 형성해 옥포만에 들어섰다. 이순신은 함대를 포사격 거리까지 진격시키고, 일자진(一字陣)을 펼쳐 28척이 일렬횡대로 늘어서게 했다. 뒤늦게 조선 수군을 발견한 왜군이 조총 사격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두려워 마라. 적의 조총은 우리에게 미치지 못한다. 천자총통을 준비하라!” 이순신은 조선 수군이 보유한 원거리 함포 사격준비를 마쳤다. “쏴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천자총통이 불을 뿜고, 대장군전(포탄)이 왜군 함선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옥포만은 불타는 왜군 함선과 비명소리로 가득했고, 왜군 시체가 바다에 즐비하게 떠다녔다. 필사적으로 탈출한 왜군 함선 6척만이 해안을 끼고 달아났다.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면 탁월한 리더십과 뛰어난 전술, 전투 현장 상황에 맞는 지휘 등일 것이다. 경영학의 프로젝트 매니저 관점에서 이순신과 해전을 분석한 저자들도 그런 사실을 발견했다. “옥포, 사천, 부산포, 한산도, 명량, 노량 6개 해전에는 프로젝트 성공 5가지 법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순신이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얼마나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는지 살펴보자. 먼저 옥포해전은 프로젝트 착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초반에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순신이 임진왜란 전부터 오랫동안 축적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천해전과 한산도해전은 프로젝트 기획에서 성공한 경우다. 왜군 전함을 오랫동안 연구해 마침내 완성한 거북선은 승리를 위한 완벽한 전제조건이었다. 거북선은 왜군의 ‘등선육박전술’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최신형 전함이었다.



    세 번째 부산포해전은 프로젝트 실행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순신은 연이은 패배로 잔뜩 움츠러든 왜군 본거지를 신속히 공략함으로써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조선 수군을 처절하게 좌절시킨 원균의 칠천량해전과 완벽한 대조를 이룬다.

    네 번째 명량해전은 프로젝트 감시와 통제를 효과적으로 진행한 해전이다. 백의종군 끝에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이순신의 수중엔 13척의 배만 있었을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위기에 대비해 왜군 함선 130척과 맞붙은 결과 기적적인 승리를 이뤘다.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은 왜군 함선 200척을 격침함으로써 임진왜란 기간 중 최대 전과를 올렸다. 왜군의 퇴로를 막고 일격을 가해 제해권(制海權)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나긴 7년 전쟁의 종지부도 찍었다. 이순신은 목숨을 바쳐 자신에게 부여된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충무공 정신을 전쟁에서의 업적으로만 다룬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이순신은 오늘날 과학적으로 개발된 가장 뛰어난 관리 도구인 프로젝트 매니저의 핵심을 이미 240년 전에 적용했던 것이다.”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 467주년이었다. 현실은 답답하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 시대, 이순신 같은 탁월한 프로젝트 매니저를 어디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