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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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전쟁은 인간을 밀고 세상을 끌었다

전쟁, 그리고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4-23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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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전쟁은 인간을 밀고 세상을 끌었다

    남도현 지음/ 플래닛미디어/ 448쪽/ 1만9800원

    전쟁은 인간의 극단적 행위가 부딪치는 ‘악의 총합’이라고 할 정도로 무자비하면서도 잔혹하다. 모든 것을 다 걸고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 이면에서는 수많은 현상이 나타난다. 상처가 됐든 교훈이 됐든 전쟁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문화, 올림픽, 문학, 여자 등 10개 키워드로 전쟁을 둘러싼 인간 모습을 탐구한다.

    20년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었던 테드 윌리엄스(1918~2002)는 통산 0.344타율, 2654안타, 521홈런, 1839타점을 기록했다. 그가 남보다 더 주목받는 이유는 선수생활 중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 참전해 5년을 전쟁터에서 보낸 뒤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훌륭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호사가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석해보니 그 공백 기간에 경기에 출전했다면 그는 홈런 222개를 더 쳤을 것이라고 한다. 윌리엄스는 1952년 겨울 한국으로 날아와 1953년 휴전 때까지 총 39번의 출격작전 임무를 수행했으며, 1953년 2월 16일에는 평양 남쪽 폭격작전에서 생명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의 비행기는 대공포를 맞아 금방이라도 추락할 위기였지만, 수원기지까지 날아와 아슬아슬한 동체착륙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에 비해 무함마드 알리는 베트남전쟁 당시 징집영장을 받자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끝까지 징집을 거부했다. 링 위에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쐈던 알리는 “왜 나와 내 민족을 공격하지 않은 이들을 내가 공격해야만 하는가”라고 주장하며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로 인해 알리는 의무를 저버린 비겁자로 매도당했고, 결국 선수 자격과 세계챔피언 타이틀까지 박탈당했으며, 출국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적을 제압하는 무기에는 용맹한 동물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사자와 호랑이 가운데 어느 동물 이름이 더 많이 붙었을까. “호랑이나 호랑이에서 파생한 이름을 붙인 무기는 많은 데 비해, 사자와 관련된 이름은 찾기 힘들다. 무기개발을 선도한 서양인이 많이 봤을 사자를 무기명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저자의 시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군복과 철모에도 꽂힌다. 적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독일군복은 후고보스 AG에서 제작했는데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라 지금도 수집가들이 탐내는 물건이다. 슈탈헬름이라고 부른 철모는 두개골은 물론 관자놀이까지 보호해 시대를 앞섰다는 평을 듣는다. 이 철모 형태는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군인이 착용한다.



    상대방을 죽여야 자신이 사는 전쟁터지만 크리스마스에는 기적도 일어났다. 1914년 춥고 습한 참호 속에서 독일군과 영국군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함께 불렀고, 1944년 휘르트겐 숲 속 오두막집에선 미군과 독일군이 닭 한 마리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1950년 흥남부두에서는 최대 1000명 정도를 태울 수 있으리라 예상했던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피난민 1만4000명이 승선해 자유를 찾았다.

    6·25전쟁 당시 전투병을 파병한 나라는 16개국이다. 그중 룩셈부르크도 잊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지원자 44명으로 소규모 부대를 파병했고, 연인원 89명이 미 3사단 예하 벨기에 대대에 편입돼 전선을 누볐다. 룩셈부르크는 전사자와 실종자 7명에 부상자 21명이 발생했지만, 총인구 대비 참전 병력과 사상자 비율에선 1위를 차지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국사나 세계사의 상당 부분이 전쟁을 다룬다. 그러나 표면적인 잔인함에도 전쟁을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다. 전쟁은 역사의 동인(動因)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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