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3

2012.04.16

부엉이 할아버지가 해설해주네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2-04-16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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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엉이 할아버지가 해설해주네
    어린 시절 관람한 공연 한 편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만끽했던 그 마법 같은 시간 때문에 극작가나 연출가, 혹은 배우가 됐다는 사람도 많다. 이런 점에서 어린이 뮤지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국내 어린이 뮤지컬 시장은 규모가 작지 않고, 롱런하는 작품도 꽤 있다. 하지만 어른들도 함께 즐거움을 느끼기엔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이 종종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올해로 7년째를 맞은 ‘브레멘 음악대’(김승주 극작, 지성철 작곡, 이성원 연출)는 이야기의 짜임새, 무대, 음악 등 여러 측면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주요 내용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각색한 것으로, 어느 시골집에 사는 동물이 브레멘 음악대가 되려고 길을 나서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이다.

    당나귀 동키, 암탉 러스티, 암고양이 캐티, 개 도기는 음악과 무용에 대한 꿈을 가졌지만 흥미 없는 일상에 안주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동물들은 마법의 돌이 보여주는 브레멘 지도를 따라 길을 떠난다. 유명한 브레멘 음악대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동물들은 모험하는 동안 도둑을 만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힘을 합쳐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브루노 베텔하임의 ‘옛이야기의 매력’이라는 책이 있다. 그림 형제의 동화처럼 설화에서 기원한 동화가 아이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에선 괴상하고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곤 하는데, 아이들은 오히려 이를 간접 체험하면서 억압을 해소하고 균형 잡힌 정서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억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치유를 도모하는 것은 20세기 후반 이후 공연예술의 중요한 흐름이기도 하다.

    요즘 어린이 뮤지컬이 너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국내외의 옛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좀 더 많이 만들어도 괜찮을 듯싶다.



    ‘브레멘 음악대’의 음악은 동요와 가요의 느낌을 섞은 듯, 쉬우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편곡이 풍부하고 음향도 정교하다. 간간이 멜로디나 반주에서 동물 캐릭터를 표현해도 흥미로웠을 것 같다. 무대는 망사막과 영상을 활용해 다채롭게 표현하면서도 따뜻한 느낌, 아날로그적인 색깔을 유지했다. 움직이는 막을 활용해 깔끔하게 무대를 전환하거나 역동적인 스펙터클을 만들어냈다. 내용이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지만 뮤지컬 무대에 잘 어울리도록 각색했다. 이번 공연은 이전 공연과는 또 다른데, 특히 부엉이 할아버지를 해설자로 넣은 점이 눈에 띈다. 부엉이 할아버지는 해설자인 동시에 극의 실마리를 푸는 신비로운 존재다. 중간 중간 동물들이 관객에게 도움을 청하는 부분도 나오는데, 이는 어린이 관객이 극에 동참하는 듯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김진건, 김설희, 편기범, 김다혜, 이한성, 신두보, 김병남, 김현지, 이가희 등 출연. 5월 20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관람 연령 24개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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