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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공장에서 뚝딱 춘장이 기가 막혀!

짜장면과 춘장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공장에서 뚝딱 춘장이 기가 막혀!

공장에서 뚝딱 춘장이 기가 막혀!

짜장면 맛은 춘장 맛이 90%다. 그런데 중국집 대부분에선 공장 춘장을 쓴다. 직접 담근 춘장을 쓰는 곳은 왜 없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장면은 표준어, 짜장면은 비표준어였다. 이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다들 짜장면이라 발음하는데 왜 자장면만 표준어냐는 것이었다. 이 표기법을 문제 삼은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방송했는데, 중국 사람도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과 비슷하게 발음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론을 등에 업고 결국엔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국민은 이에 환호했다. 이 환호에 담긴 정서는 이런 것이었다. “몇몇 학자의 기준으로 우리 삶을 통제하려 들지 마라. 우리 삶의 방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라.” ‘짜장면 표준어 사건’은 훗날 집단지성의 시대를 상징하는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짜장면이 표준어가 됐다 해도 우리 앞의 짜장면 맛이 바뀐 것은 아니다. 거무스레한 춘장에 버무린 퉁퉁한 면은 여전히 들척지근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낸다. 중국집 간판에 자장면이라 적었는지, 짜장면이라 적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구성원은 그대로인데 당명 하나 바꾸었다고 새로운 정당이 되지 않는 것과 똑같다.

짜장면 재료 중 진작 이름을 바꾸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춘장이다. 춘장은 중국식 된장을 우리식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이 춘장은 별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 된장과 큰 차이가 없다. 콩과 밀로 담그는 장류로, 우리에게도 이런 전통 된장이 있다. 지금도 많이 먹는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의 막장이 춘장과 흡사하다. 중국 춘장은 색깔이 노란 것도 있고 붉은 것도 있고 검은 것도 있다. 그래서 중국의 짜장면은 색깔이 다양하다. 그런데 한국의 중국집에서는 이런 춘장을 쓰지 않는다. 다들 공장에서 캐러멜 시럽 듬뿍 넣고 만든, 반질반질한 검은색에 들척지근한 맛을 내는 춘장을 사용한다.

예전에는 한국의 중국집에서도 춘장을 직접 담가 썼다. 중국인에게 춘장 담그는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한국인이 자기 식당에서 쓸 된장을 담그는 일과 같은 것이다. 6·25전쟁 이후 한국의 중국집은 더는 ‘중국인의 집’이 아니었다. 여러 이유로 중국인이 이 땅을 떠나면서 중국집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으로 변했다. 한국인은 춘장을 담글 줄 모르니 공장에서 만든 춘장이 중국집 주방을 점령하게 된 것이다.

원래의 춘장, 그러니까 전통 춘장은 짜고 발효취가 강하다. 한국의 전통 된장이 짜고 향이 강한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밀을 넣어 떫은맛이 있다. 이 짜고 떫은맛을 순하게 하려고 춘장을 볶아서 썼다. 이때 기름은 돼지기름을 사용했다. 커다란 냄비에 물을 조금 넣고 끓이다가 돼지비계를 넣으면 물은 증발하고 기름만 남는데, 여기에 계속 비계를 더했다. 그러니까 옛날 짜장면은 춘장의 큼큼한 향에 고소한 돼지기름이 뒤섞인, 다소 복잡한 맛이었다.



전통 춘장은 2년 정도 발효해야 때깔과 맛이 나는데 공장에서 만드는 춘장은 속성으로 낸다. 발효 기간이 짧아 색깔이 나지 않으니 캐러멜을 넣고, 부족한 맛을 더하려고 화학조미료를 섞기도 한다. 기름도 바꾸었다. 동물성 기름이 몸에 나쁘다는 말이 번지면서 식물성 기름을 주로 쓴다. 돼지기름이 좋다 해도 손을 많이 타니 이를 직접 내리는 일은 없다. 이런 사정으로 짜장면 맛이 흐리멍덩해졌다. 그 흐린 맛을 숨기려 설탕과 화학조미료를 넣는 것이다.

한국인은 짜장면을 ‘솔 푸드’로 여길 만큼 좋아한다. 그래서 짜장면이라는 ‘민중의 표기’도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했다. 한국인이 짜장면을 그렇게 좋아하니, 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춘장 좀 바꾸어보자고 외치고 싶다. 된장찌개 전문점은 된장을 담그는 곳이 많은데, 왜 짜장면을 전문으로 하는 수많은 중국집 가운데 춘장 담그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지 참 신기한 일이다.



주간동아 2012.04.09 832호 (p64~64)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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