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2

2012.04.09

북한 4월 몰아치기 김정은 체제·강성대국 ‘개국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2-04-09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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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표자회(4월 11일), 강성대국 진입 선언(날짜 미정), 최고인민회의(4월 13일), 광명성 3호 발사(날짜 미정), 태양절(4월 15일)…. 북한의 정치 일정이 숨 가쁘다. 한국 총선 못지않은 정치 행사가 연거푸 이어진다.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마무리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4월 한 달을 행사로 빽빽이 채운 것. 4월 중순이 절정인 북한의 정치체제 변화를 Q·A 형식으로 알아봤다.

    Q 우리나라에서 총선이 예정된 4월 11일 북한에선 노동당대표자회가 열린다는데, 그게 뭔가요.

    A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당 조직의 최고지도기관이자 최고의사결정 기구는 당대표자회가 아니라 당대회입니다. 규약대로라면 5년 주기로 소집해야 하는데, 김정일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한 번도 열지 않았습니다. 당대표자회는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필요에 따라 여는 회의입니다. 대표자만 참석하는 약식 당대회라고 보면 됩니다. 당대회가 한국의 정당 전당대회와 비슷하니까, 당대표자회는 임시전당대회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당대표자회는 1966년 2차 회의 이후 열리지 않다가 44년 만인 2010년 9월 3차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때 베일에 가린 김정은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죠. 당대표자회 다음 달에 열린 인민군 창건 65주년 행사 때(10월 10일)는 외신기자들을 불러 김정은을 촬영하도록 했습니다. 김정은이 명실상부한 후계자라는 사실을 만방에 알린 셈이죠. 1945년 10월 14일 평양 공설운동장에서 김일성 시민환영대회가 열렸는데, 김정은이 그때 김일성의 모습을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3대째 김일성 가문의 선전선동을 맡아온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김일성과 김정은을 오버랩시키는 기획을 주도했으리라 봅니다. 주석단 기둥 뒤에 숨어 김정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정일의 네 번째 여인 김옥의 모습도 당시 화제였습니다. 2010년 당대표자회 이후 김정은은 김정일의 현지 지도를 밀착 수행하는 등 후계자로서의 광폭 행보를 보였습니다. 최근 북한 전역에서 4월 11일 당대표자회에 참석할 대표를 선출했습니다. 김정은은 인민군 대표 및 평양시 등의 대표로 당대표자회에 참석합니다.

    Q 이번 당대표자회 안건은 무엇인가요.



    A 사회주의에서는 권력 분립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공산당이 최고 권력기관으로서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고 통제하죠. 이번 당대표자회는 북한의 공산당인 노동당 차원에서 권력승계를 마무리하는 행사입니다. 먼저 김정일이 김일성을 사후에 예우했듯이 김정일 영도체계, 그러니까 선군정치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노동당 규약을 수정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위한 조직 재편도 이뤄질 것이고요.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으로 공석이 된 당 총비서에 오를 가능성도 높습니다. 일각에선 김정일이 국가주석을 공석으로 해놓았듯 당 총비서 자리도 비워둘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습니다. 김정은이 총비서에 오르지 않고 현재 직위보다 한 단계 높은 당 중앙군사위원장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죠. 김정일은 김일성이 죽고 3년 뒤인 1997년 당 총비서직에 추대됐습니다. 1998년 국가주석을 폐지하고 국방위원장을 국가 최고직위로 규정한 후 이 자리에 올라 공식적인 권력승계를 마무리했습니다.

    김정은이 이번 당대표자회를 거치면서 어떤 호칭으로 불릴지도 관심사입니다. 현재는 ‘우리 당과 국가의 영도자 김정은 동지’라고 부릅니다. 김정일은 1980년 6차 당대회 때 처음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이후 ‘친애하는 김정일’로 호칭이 바뀌었거든요.

    Q 당대표자회 후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할까요.

    A 당대표자회 다음 날인 4월 12일 기상 조건에 이변이 없다면 광명성 3호를 발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광명성 3호는 김정은 체제 출범과 강성대국 진입을 인민에게 알리는 축포인 셈이죠. 북한은 당대표자회, 광명성 3호, 그리고 4월 13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권력승계를 마무리 지을 겁니다. 김정은 체제를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수순을 밟는 거죠. 4월 15일은 김일성 생일(태양절)입니다. 북한의 민족 최대 명절이죠. 여기에서 민족은 김일성을 어버이로 떠받드는 이른바 ‘김일성 민족’을 가리킵니다. 태양절 전날 밤 축포야회(불꽃놀이)를 거행하면서 허울뿐인 강성대국 선포가 정점을 찍게 됩니다.

    Q 먹고살기도 어려운 북한이 강성대국이라니 대체 무슨 얘기인가요.

    A 북한 당국은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올해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라며 수년 전부터 주민에게 말해왔습니다. 군사와 사상에서는 강국을 이뤘으니 이제 먹는 문제를 해결해 명실상부한 강성대국을 이루겠다는 거죠.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지만 북한의 내부용 레토릭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겁니다. 4월 11일 당대표자회에서 강성대국 진입 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측합니다.

    Q 최고인민회의와 당대표자회는 어떻게 다른가요.

    A 당대표자회가 당 행사라면 최고인민회의는 국가 행사입니다. 흔히 최고인민회의를 한국의 국회에 비유하는데, 사실 조금 다릅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국가의 최고주권기관입니다. 입법뿐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 등 모든 국가기관을 조직하는 권한이 있죠. 실제로는 거수기에 불과한데, 명목상으로는 권한이 막강합니다. 국방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하고, 법제상으로는 국방위원장을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에 선출될지 주목됩니다. 국방위원장은 현재 북한의 최고직책입니다. 당 총비서와 마찬가지로 비워둘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Q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이 김정일이 가졌던 당·정·군의 최고 직위를 모두 승계하는 건가요.

    A 그렇습니다. 사회주의 당·국가 체제는 민주주의 국가와 다릅니다. 국가의 핵심 직책을 당 지도자가 겸직하죠. 중국을 예로 들면, 후진타오는 당 총서기로 중국 공산당을 지도하고, 국가주석으로서 중화인민공화국을 대표합니다. 당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인민해방군을 총괄하고요. 북한도 비슷합니다. 김정은이 당대표자회에서 당의 최고직책인 총비서직에 추대되고, 그다음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의 최고직책에 추대되는 것이 수순이죠. 노동당중앙군사위원장은 당 총비서가 겸직하므로 별도의 선출 절차가 필요 없습니다.

    Q 최고인민회의에선 어떤 논의를 하나요.

    A 김정일 사후 처음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으로 선출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김정은이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공석으로 남겨둘 가능성도 있죠.

    Q 국가권력기구 개편과 헌법 개정 가능성도 제기되더군요.

    A 김정은이 김정일의 주요 통치기구였던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 경우 ‘김정은 시대’에 걸맞은 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을 승계할지, 아니면 새로운 국가 기구를 만들어 그 직책을 맡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헌법 개정을 한다면 김일성의 이른바 ‘주체위업’이 그랬듯 김정일의 이른바 ‘선군혁명위업’을 헌법에 반영할 것으로 봅니다.

    Q 아무리 당 총비서나 국방위원장이 된다고 해도 어린 김정은이 실질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까요.

    A 김정일 시대가 김정일 유일지도체제였다면 김정은 시대는 김정은을 상징적 지도자로 한 장성택-김경희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재 외부적으로는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운 장래에 권력집단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빚어지리라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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