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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키나와 해풍 속 짜릿한 라운딩

골프장만 45개 ‘동양의 세인트 앤드루스’

  • 최수묵 동아일보 기자 mook@donga.com

오키나와 해풍 속 짜릿한 라운딩

오키나와 해풍 속 짜릿한 라운딩

숲이 그린의 절반을 가려 압박감을 높인 카누차CC 6번 홀(파3 177야드). 거센 바닷바람을 뚫어야 온그린이 가능하다.

우치난추(오키나와 사람)에게 여자 프로골퍼 미야자토 아이(宮里藍)는 ‘사마’다. 한류 팬들이 배용준을 ‘욘 사마’로 부르는 것과 똑같다. 사마는 귀한 존재에게 존경을 나타낼 때 쓰는 극존칭. 미야자토를 ‘사마’라고 부르는 건 단지 골프를 잘 치기 때문이 아니다.

지역정치인이던 그의 부친은 촌장 선거에 낙선한 뒤 딸을 골퍼로 키우는 데 올인했다. 오키나와는 제주의 70% 크기지만 골프장은 45개로 제주(28개)보다 훨씬 많다. 규슈와 대만 사이에 있어 연평균 기온은 영상 22℃. 가끔 거센 해풍이 불고 아열대성 소나기가 내리지만, 이것 역시 골프 실력을 ‘담금질’하는 데는 최적의 조건이다. 최경주(완도), 양용은(제주)처럼 미야자토는 오키나와 섬 북부 나고시 인근의 동촌(東村)에서 비바람과 맞서며 자랐다.

그는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고, 오키나와의 자랑이 됐다. 거액의 세금까지 고향에 내 주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마을에 번 듯한 주민회관까지 건립해주고 때가 되면 고향 주민과 어울리니 ‘사마’라는 극존칭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오키나와는 미야자토뿐 아니라 미야자토 미카, 모로미자토 시노부 등 빛나는 별 같은 골퍼를 배출했다.

오키나와 골프장은 크게 두 곳에 밀집돼 있다. 국제공항이 있는 나하시의 남부와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나고시 주변이다. 두 지역 모두 즐길 수도 있지만, 짧은 여정이라면 섬이 남북 108km로 길기 때문에 한곳에 짐을 풀고 30분 이내의 여러 골프장을 두루 즐기는 게 현명하다. 두 지역은 주변 환경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북부는 골프와 함께 자연(해변 산)을 즐길 때, 남동부는 관광(문화재 쇼핑)을 곁들일 때 유리하다. 거의 모든 골프장이 해변을 끼고 있는데, 특히 북쪽은 험한 산악지형까지 자리해 프로 선수가 전지훈련 장소로 애용한다. 세 곳은 모두 나고시를 중심으로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

카누차골프장



넓은 페어웨이, 그린은 빠른 편


동해안 쪽 카누차 리조트(호텔 310실, 리조트 100실) 안에 있다. 다른 골프장의 2배 면적에 18홀을 만들어 페어웨이가 넓고 자연경관이 빼어나 골프 여행상품에 꼭 들어가는 인기 코스. 하지만 라운드를 시작하면 이런 낭만과 감상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화이트 티에서는 비교적 즐기며 플레이할 수 있지만, 드라이브 거리가 220m 이내로 화력(火力)이 떨어지면 블루나 블랙 티에서는 버겁다. 국내의 화산CC나 파인리즈CC의 챔피언 티를 옮겨놓은 느낌.

그린이 곶 끝에 매달린 파4 14번 홀, 까마득한 바다 절벽을 낀 211야드 파3 17번 홀 티박스에 서면 오금이 저린다. 특히 앞뒤 길이가 30야드인 대형 그린이 많아 핀 위치를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장거리 퍼트를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이 포대그린이어서 카트도로의 거리 표시보다 한두 클럽 길게 잡는 게 현명하다. 그린 스피드는 리조트 코스치고는 빠른 편. 한마디로 롱 게임과 숏 게임을 모두 잘해야 점수를 낼 수 있는 곳이다.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그린과 페어웨이 곳곳에서 지렁이 똥이 보인다.

www.kanucha.co.jp/golf/

오키나와 해풍 속 짜릿한 라운딩

벙커에 둘러싸인 기노자CC 2번홀. 일본 골프장도 갈수록 난이도를 높이는 추세다. 작은 사진은 기노자CC 긴조 지배인(왼쪽)과 이곳에서 훈련 중인 이지현 프로.

기노자골프장

고수들 내기 장소로 점 찍은 곳


매년 3월 초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앞두고 프로선수가 즐겨 찾는 곳이다. 일본 상금랭킹 상위권에 오른 한국 이지현(25) 프로도 이곳에서 맹훈련을 했다. 그는 “프로는 편하고 아름다운 코스보다 험한 곳을 훈련지로 정한다”며 “그래야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아마추어 대회 13승을 거둔 뒤 2006년부터 일본 투어에서 뛴다.

기노자CC는 말대로 꽤 까다롭다. 전장은 비교적 짧지만,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 많고 페어웨이의 업 다운도 심하다. 고수들이 내기 장소로 점찍을 만하다. 그만큼 깊은 러프에 빠지거나 경사지에 공이 걸렸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위기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긴조 지배인은 “오키나와에서 최초로 GPS(위성항법시스템)가 달린 카트를 도입해 호평을 받았다”면서 “해변을 끼고 도는 아웃코스, 산악형인 인코스의 콘셉트가 달라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이하게 그린을 고려(高麗)잔디로 조성해 볼이 잘 서지 않으므로 핀 공략 때 감안해야 한다.

562-489.com/ginoza/

오키나와 해풍 속 짜릿한 라운딩

벙커 장벽으로 둘러싸인 키세CC 9번 홀(파5, 605야드) 그린(왼쪽). 멀리 바다 쪽에 구름이 낮게 깔려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키세CC 클럽하우스.

키세골프장

빼어난 경치 점수는 잘 안 나


2002년 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렸던 리조트와 인접해 경치와 시설 모두 빼어나다. 회의 직전 건설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는데, 2007년에는 일본 PGA 챔피언십 대회도 열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산악지형의 우드(wood)코스와 경치가 일품인 해안의 오션(ocean)코스로 나뉜다. 코스 콘셉트는 국내의 남촌CC와 흡사하다. 그린에 숨은 굴곡이 있어 내리막이나 사이드라인이 걸리면 자칫 스리퍼트가 나온다. 생각만큼 점수가 잘 나지 않는 코스. 유노 부지배인은 “카트를 타고 직접 페어웨이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게 큰 장점”이라며 “바다 염분에 잘 견디고 복원력이 뛰어난 남아프리카산 잔디를 3년여간 품종 개량해 심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무더위에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누비는 건 큰 장점이다. 골프장 측은 5월 골프텔(94실)을 오픈하고, 야간조명을 설치해 관광객을 맞을 계획이다.

www.kise-cc.jp

스포츠 천국 오키나와

야구·축구팀 최적의 전지훈련장


오키나와 해풍 속 짜릿한 라운딩
3월 초까지 오키나와에는 KIA 타이거즈를 포함해 삼성라이온즈,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등 5개 구단이 캠프를 차렸다. 같은 기간 일본의 니혼햄 파이터스, 주니치 드래건스, 한신 타이거즈 등 10개 야구팀도 몰려들었다. 이들 15개 구단이 연습경기를 벌이면서 오키나와는 뜨거운 한일전의 무대가 됐다. 축구팀도 오키나와를 찾는다.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 중국의 심천이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오키나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팀에게도 최적의 동계 전지훈련지로 자리 잡았다.

현지에서 만난 선동열 KIA 감독(사진)은 “이동 거리와 기후 조건이 맞아도 나 홀로 전지훈련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고서적을 사려면 서울 청계천에 가야 하듯, 전지훈련을 하려면 다른 팀이 몰린 오키나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시절의 인연으로 오키나와 온나손(村)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아열대 기후인 오키나와는 선수의 몸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천혜의 장점도 있다. 따라서 오키나와현 측은 일찍부터 각종 스포츠시설 확충에 눈을 돌렸다. 현재 야구장 52개, 체육관 68개, 실내운동장 14개, 축구장 31개, 수영장 23개, 육상경기장 40개를 갖췄다. 풍성한 인프라 덕에 1997년 128건이던 전지훈련은 2010년 228건으로 급증했다. 팀 간 연습시합만 175건. 주민들은 “TV에서 보던 유명 선수를 동네에서 볼 수 있어 즐겁다”며 “이제부터 오키나와를 ‘스포츠 아일랜드(섬)’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오키나와 음식은

일본과 중국 섞여 다양한 요리 발달


오키나와 해풍 속 짜릿한 라운딩

오키나와의 전통 가정식 백반인 류쿠정식. 삼겹살찜과 바다포 도가 독특하다.

일본과 중국 문화가 섞인 건 음식에서도 나타난다. 본토에서 보기 힘든 족발 요리까지 있다. 미식가라면 미리 전통 음식점을 몇 군데 점찍어두는 게 요령.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오키나와2go’를 이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향토음식 ‘류쿠 가이세키(류쿠식 백반)’의 경우 나고시 초입의 ‘누치구수이(생명의 약)’ 식당을 추천할 만하다. 계절별로 9가지 약초와 해초를 반찬으로 쓰는데 쌉쌀한 나물과 고기를 버무린 전통 반찬 ‘고야 참푸리’, 포도처럼 생긴 해초인 바다포도, 이에지마섬 특산 땅콩을 넣은 두부, 오키나와 특유의 돼지귀 무침과 삼겹살 조림이 도시락처럼 나온다. 다시마를 넣은 약초밥과 미소국을 포함해 1300엔. 오키나와식 족발찜을 안주 삼아 25~40°짜리 민속주를 곁들이면 피로가 사라진다(098-052-2787).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

고래상어 유유자적…해양생태 한눈에


오키나와 해풍 속 짜릿한 라운딩
오키나와 섬 일대에는 전 세계 800여 종의 산호초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산다. 거대한 구로시오(黑潮) 해류 덕분이다. 12~4월에는 집채만 한 크기의 혹등고래가 번식하려고 찾아온다. 수중 30m까지 관찰 가능해 세계적인 다이빙 지점으로도 꼽힌다. 오키나와 본섬은 물론 남쪽의 구메지마, 미야코지마 등지에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수없이 퍼져 있다.

오키나와 해양을 한눈에 보려면 나고시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인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을 찾으면 된다. 같은 종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고래상어와 만타(가오리) 여러 마리가 여유롭게 헤엄칠 만큼 초대형 수조를 자랑한다. 가로 35m, 세로 10m의 특수 아크릴을 통해 바라보는 바닷속 풍경은 대형 스크린 속 영화보다 박진감 넘치고 신비롭다. 세계 처음으로 고래상어를 복수 사육하면서 자연 번식에 도전하는데, 만타의 사육 기간은 이미 세계 최장. 대형 수조 옆 카페 ‘오션블루’에서 차 한 잔하며 바라보면 바닷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려고 15개의 특수 아크릴판을 붙여 투명수조를 만들었는데 전체 두께는 60.3cm.

살아 있는 산호초를 한곳에 모아 대량 사육하는 점도 특이하다. 심해어와 빛을 내는 물고기 등 기묘한 생명체도 호기심을 끈다. 수족관 밖에도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오키짱 극장의 돌고래 묘기, 인어전설의 모델인 매너티 수족관을 볼 수 있다.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에메랄드 비치는 일본 해수욕장 백선에 뽑혔는데, 4월부터는 해수욕도 가능하다. 해양박공원 한쪽에 아열대 난초 2000여 종을 전시한 ‘열대 드림센터’도 볼거리다.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난향에 빠지다 보면 여독이 절로 풀린다. 작년 한 해 338만여 명이 해양박공원을 찾았다.





주간동아 828호 (p54~56)

최수묵 동아일보 기자 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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