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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원전사고에 가슴 ‘철렁’ 사상 첫 ‘대정전’에 아우성

2011년 과학계 10대 성과·인물·뉴스

  •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원전사고에 가슴 ‘철렁’ 사상 첫 ‘대정전’에 아우성

원전사고에 가슴 ‘철렁’ 사상 첫 ‘대정전’에 아우성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연쇄 폭발을 일으켰던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모습.

2011년 과학기술계는 매우 바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이 연이어 일어나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태풍과 폭우도 지구촌 곳곳을 습격했다. 자연 재해로 인해 인공물들이 힘없이 무너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고가 대표적이다. 지진에서 비롯한 해일(쓰나미)이 원전을 덮쳤고, 원전의 전력 장치가 고장 났다. 안전을 지켜줄 냉각장치가 멈췄고, 결국 방사성물질의 대량 누출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재앙에 응전하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 치료제 개발, 말라리아 백신 연구가 질병 치료의 ‘응전’ 모습이라면, 일본 하야부사 탐사선의 소행성 돌가루 채취 후 귀환,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neutrino) 발견은 ‘도전’의 자세를 보여줬다.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해 과학기술계의 10대 성과를 2011년 최종호 에 실었다. ‘네이처’는 인물 10선을 표지 기사로 달았다. 국내에서는 ‘동아사이언스’와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련)이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올해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조사했다.

사이언스 ▷▶ 2011년 10대 성과 발표

‘사이언스’가 발표한 2011년 10대 성과 가운데 4개가 사람의 몸, 질병과 관련된 연구에서 나왔다. 아무리 강한 권력을 쥐고 살았더라도 질병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기력하다. 과학자들은 2011년에도 질병 극복을 위한 연구를 이어갔다. 1위를 차지한 성과는 에이즈 치료제와 관련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예방 치료 네트워크 052’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 미국 연구진은 HIV에 감염된 사람에게 에이즈 치료제인 ‘항레트로바이러스’를 투여하자 감염률이 95%나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난공불락의 요새이던 에이즈 정복에 한 걸음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6위로 꼽힌 ‘장 속의 미생물’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한의사는 보통 사람의 기질을 중심으로 환자를 구분 짓고, 일반인은 혈액형으로 다른 사람의 성격을 짐작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 속에 어떤 미생물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사람의 체질을 구분할지도 모르겠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장 속 미생물은 크게 3종류로 나뉘는데 이를 군집별로 분류하면 질병, 식습관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7위인 말라리아 퇴치 연구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아프리카 어린이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후원하는 말라리아 백신 ‘RTS,S’를 접종한 결과 발병률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과학계의 영원한 숙제인 우주 탐구 부문도 3개나 포함됐다. 2위는 소행성 돌가루를 채취해 무사히 지구로 귀환한 일본 하야부사 탐사선의 업적이 차지했다. 5위는 우주 대폭발 시 가스가 어떤 구실을 했는지에 대한 연구다. 외계 행성에 대한 연구는 8위. 세 연구 모두 우리가 사는 지구와 우주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기 위한 시도다. KAIST 유룡 교수팀이 주도한 화학 소재 ‘제올라이트’에 대한 연구는 9위에 올랐다. ‘사이언스’는 “유럽과 한국 과학자들의 아이디어로 성능이 좋은 제올라이트를 합성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네이처 ▷▶ 선정 2011년 과학계 10대 인물

원전사고에 가슴 ‘철렁’ 사상 첫 ‘대정전’에 아우성

‘네이처’가 선정한 2011년 과학계 인물들. 다리오 아우티에로, 사라 시거, 고다마 다쓰히코(왼쪽부터).

과학계에도 연구 성과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 있다. ‘네이처’는 다리오 아우티에로 박사를 첫 번째 화제 인물로 선정했다. 그는 2011년 9월 23일 유령입자라 부르는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를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세계를 발칵 뒤집은 인물이다. 그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오페라 검출기를 이용해 측정한 중성미자가 빛보다 60나노초(0.00000006초) 빠르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은 과학적 검증을 더 거쳐야 하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무너지게 된다.

두 번째 인물로는 지구와 흡사한 외계 행성을 찾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사라 시거 박사가 꼽혔다. 그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비슷한 크기로 궤도를 도는 행성을 발견했다. ‘케플러-20f’라고 명명한 이 행성은 지구보다 2.4배 크고 평균 온도는 22℃로 알려졌다. 우리와 닮은 생명체가 살 만한 공간이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연구다.

이외에도 이집트 거리에서 민주화 시위를 이끈 에삼 샤라프 전 이집트 총리, 10월 31일 70억 번째로 태어난 필리핀 아기 다니카 카마초,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대응을 강하게 비판한 고다마 다쓰히코 도쿄대 교수가 포함됐다.

동아사이언스 ▷▶ 과실련 조사 ‘올해 과학기술 10대 뉴스’

‘동아사이언스’가 과실련과 함께 2011년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엿새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90km 떨어진 산리쿠오키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에서 사고는 시작됐다. 대형 쓰나미가 강타했고 ‘관리’ 잘한다는 일본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사건 발생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6일 “원자로가 냉온 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사고 자체도 수습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사고가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일본 곳곳에서 유통되는 식품, 물 등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원전에서는 여전히 시간당 1억bq의 방사성물질이 뿜어져 나와 후쿠시마 인근에 살던 주민 33만여 명은 지금도 피난생활 중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전에 아직도 방사성 오염수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 설비, 저장 탱크 확대를 추진키로 했으나 오염수 저장에 한계가 있어 바다에 방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 10만t의 오염수가 저장 탱크에 있으며 하루 평균 400t의 지하수가 유입돼 오염수가 증가하고 있다. ‘네이처’는 일본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체르노빌 사고의 처리 과정은 2065년에야 끝날 것으로 예정돼 있다”며 “발전소 폐쇄와 방사능 물질 제거에 최장 10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2위로는 9월 15일 발생한 ‘대정전 사태’가 올랐다. 가을이지만 이상 고온으로 전력 소비량이 늘었고, 결국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이 사태로 일반 시민까지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 또한 우리나라 역시 작은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복잡계 위험 사회임을 인식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과학 정책이라 할 수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전 확정’이 3위를 차지했다. 기초과학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정권 초기부터 이슈화된 문제다. 특히 세종시 문제와 결부되면서 기초과학 육성보다 부동산 사업으로 여겨졌다. 결국 지역 간 갈등으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에야 최종 결정이 났다. 이외에도 해킹으로 농협, 싸이월드가 보관 중이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 KAIST 학생 4명이 자살하면서 불거진 ‘이공계 교육 문제’가 일반인의 관심사로 조사됐다.



주간동아 819호 (p54~55)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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