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7

2011.12.19

“아슬아슬 고공액션 처음엔 긴장했지만 더 찍고 싶었죠”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의 톰 크루즈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1-12-19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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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슬아슬 고공액션 처음엔 긴장했지만 더 찍고 싶었죠”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이 잦다. 모두가 좋은 인상을 준 건 아니다. 2008년 영화 ‘스트리트 킹’ 프로모션 차 한국을 방문한 키아누 리브스는 몰지각한 언행으로 되레 반감만 키웠다. 반면 지난해 내한한 앤젤리나 졸리나 11월에 온 브래드 피트는 깍듯한 무대 매너로 호감도가 더 높아졌다. 가장 최근 한국을 찾은 톰 크루즈(49)도 내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크루즈는 우리 나이로 쉰 살이다. 12월 초에 만난 그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건장했다. 무엇보다 환한 미소와 친절한 매너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회견 진행 요원들이 단상에 올라 탁자를 치울 때 소매를 걷어붙이고 거들기도 했다. 이날 저녁 2000여 명의 팬이 운집한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100m 남짓한 거리를 1시간 30분 동안 걸으며 기념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대하는 팬서비스를 선보여 보는 이를 감동시켰다. 한국에서 그가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이유다. 그도 자신의 애칭을 알까.

    “한국 팬들이 절 그렇게 부르는지 몰랐어요. 정말 좋은 별명을 붙여주셔서 감사해요. 한국 팬들은 항상 저를 반갑게 맞아줘요. 어젯밤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많은 분이 늦은 시간인데도 나와 환영해주셨어요. 참 흐뭇하고 행복했어요.”

    그는 12월 1일 자정 자신의 전세기로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후 서울 남산에 자리한 호텔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 짐을 풀었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서울 관광을 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그는 호텔에 머물며 남은 시간을 운동에 할애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50대에 접어든 그가 지금도 고난도 액션을 과감히 소화할 수 있는 이유를 알았다”며 “역시 세계적인 스타다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크루즈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래서인지 소감도 남달랐다.



    “이렇게 한국을 다시 찾게 돼 무척 기쁩니다. 기대해도 좋을 만한 새 영화를 들고 왔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촬영 끝나고 홍보하러 어느 나라에 갈까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국 한국을 선택했어요. 한국은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이 드는 나라여서 좋아요. 특히 존경하는 브래드 버드 감독, 그리고 훌륭한 배우인 폴라 패튼과 함께 와서 감회가 새롭네요.”

    새 영화는 1편에서 3편까지 20억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4편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이다. 거대한 폭발 테러 사건에 연루돼 위기에 몰린 IMF(Impossible Mission Force) 조직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특수비밀요원 ‘이단 헌트’와 그가 이끄는 팀이 절체절명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러시아 모스크바, 체코 프라하, 캐나다 밴쿠버, 인도 뭄바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장장 6개월에 걸쳐 촬영했다.

    세계 최고 빌딩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외벽

    “아슬아슬 고공액션 처음엔 긴장했지만 더 찍고 싶었죠”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전편의 제작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주연도 맡아왔다. 이번에도 그는 이단 헌트 역을 맡아 위험천만한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특히 지상 828m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외벽에서의 촬영은 제작진에게도 일대 도전이었다. 제작진은 건물과 동일한 세트에서 크루즈의 액션을 촬영한 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하자고 했지만 크루즈는 실제 촬영을 자청했다. 그의 강력한 의지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고공 액션이 완성된 셈이다.

    “브루즈 칼리파 장면은 사실 결코 쉬운 촬영이 아니었어요. 몇 달에 걸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했죠. 버드 감독이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디자인해줬는데 그 말을 듣고 무척 흥분됐어요. 준비하는 데만 몇 개월이 걸렸고 신체적 훈련을 비롯한 여러 준비가 필요했지만, 실제 촬영할 때는 즐겁게 잘 찍었어요. 아슬아슬한 장면이어서 처음에는 좀 긴장했지만 촬영이 끝난 뒤에는 계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웃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석한 통역사가 버드 감독의 말을 전했다. “톰 크루즈가 영화를 찍을 때 도통 화내는 법이 없는데 감독이 부르즈 칼리파 촬영이 끝나고 빌딩에서 내려오라고 지시하자 내려오기 싫다며 딱 한 번 화를 냈다”는 것이다. 크루즈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시도 자체가 쉽진 않았지만 스토리를 제대로 말해주기 위해서는 필요한 장면이었어요. 또 관객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제가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열심히 할수록 관객이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감독이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정말 꼭 해보고 싶었고, 감독을 더욱 존경하게 됐어요. 관객과 팬, 감독을 실망시키지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고, 결과에 만족해요. 제작진과 배우 모두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박진감 넘치는 영상으로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해요.”

    버드 감독도 부르즈 칼리파 장면을 잊지 못했다. 그는 “솔직히 영화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드냐고 물으면 오프닝 신부터 엔딩 크레딧까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크루즈가 부르즈 칼리파 빌딩을 오르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크루즈가 두 개의 방을 대비시켜 왔다 갔다 하는 신도 마음에 들고, 패튼이 싸우는 장면, 모래 폭풍 에서의 액션 장면도 멋지다”며 “이러한 장면이 영화 속 영화처럼 곳곳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전개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식으로 다양한 리듬과 색깔을 낸다”고 덧붙였다.

    크루즈는 버드 감독을 직접 영입했다. 버드 감독은 세계적으로 흥행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으로 재기 발랄한 연출력,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지닌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2회 수상했을 뿐 아니라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까지 석권한 실력자다. 크루즈는 만일 버드 감독이 실사 영화를 연출한다면 반드시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할 정도로 그의 오랜 팬이었다.

    “오래전부터 버드 감독과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번에 이뤘어요. 처음 손을 내밀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선뜻 잡아줘서 무척 고마웠어요.”

    인상 깊었던 로케이션 장소를 꼽는다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촬영장이 가장 좋았어요. 배우 간에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촬영장 분위기가 늘 화기애애했죠.”

    이번 작품이 1, 2, 3편보다 뛰어난 점은 무엇인가요.

    “최고의 영상을 선보이기 위해 극영화 사상 세 번째로 IMAX 카메라 촬영을 감행했어요. 일반 카메라가 담아낼 수 있는 영상의 한계를 넘어 마치 그 현장 한가운데 있는 듯, 사실적이고도 생생한 체험을 가능케 하죠. 또한 럭셔리의 정점에 있는 최첨단 자동차와 고성능 비디오 디스플레이의 기능을 가진 아이캠 렌즈 등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최첨단 장비 역시 놓칠 수 없는 재미 요소예요. 많이 웃을 수 있고 때론 손에 땀을 쥐면서, 때론 마음을 졸이면서 보게 될 거예요. 마지막에는 아마도 큰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팝콘과 함께 즐기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웃음).”

    영화 제작부터 캐스팅까지 직접 담당하던데, 혹시 다음 작품에 한국 배우를 쓸 생각은 없는지 궁금해요.

    “기회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영화는 협동해서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에 누구든 환영합니다. 일자리 찾고 있으면 연락하세요.”

    “한국 배우? 누구든 환영합니다”

    “아슬아슬 고공액션 처음엔 긴장했지만 더 찍고 싶었죠”
    ▼ 올해 데뷔 30주년인데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떤 일보다 영화 찍기를 좋아하고, 배우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에요. 그 덕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도 있고요. 아주 축복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 영화의 매력이 뭔가요.

    “영화는 만드는 순간순간이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창의력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완성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영화 작업의 백미가 아닌가 싶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돼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미션 임파서블’ 1편은 제가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인데 당시만 해도 이런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어요. 결코 찍기 쉬운 영화가 아닌데도 4편까지 나왔다는 것이 뿌듯해요. 한국 관객들도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언제까지 출연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100세 정도 되면 은퇴를 생각해볼까 해요(웃음).”

    크루즈는 이날 저녁 레드카펫 행사를 마친 직후 전세기를 타고 인도 뭄바이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에게 “한국 하면 뭐가 떠오르느냐”고 물었더니 “늘 나를 반겨주는 한국 팬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 팬들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지는 않겠습니다. 오히려 ‘또 만나뵙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한국과 한국 팬들, 진심으로 사랑해요.”

    크루즈가 영화 홍보 차 방문한 나라는 현지 촬영을 진행한 인도를 제외하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12월 15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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