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2

2011.11.14

프로 삶꾼들 유쾌 상쾌한 ‘진짜 인생’ 지침서

누가 뭐라든 너만의 궤도를 그려라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1-11-14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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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삶꾼들 유쾌 상쾌한 ‘진짜 인생’ 지침서

    송화선 지음/ 이콘/ 224쪽/ 1만2000원

    오늘 우리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불안’이다. 10대는 ‘내가 대학에 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20대는 등록금 마련과 취업 그리고 사회 진출을 고민한다. 30대는 ‘30대 초반이면 명예퇴직을 생각해야 한다’는 ‘삼초땡’을, 현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40~50대는 노후를 걱정한다. 이뿐 아니다. 경쟁에서 탈락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일상을 짓누른다. 우리는 늘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궤도 밖으로 내쳐지지 않으려고 매달리며, 끝없이 숨 가쁘게 달려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품은 많은 사람에게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야”라고 말한다.

    시사월간지 ‘신동아’ 기자인 저자는 2009년 여름부터 2011년 봄까지 ‘다르게 사는 사람’ 20여 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 책 ‘누가 뭐라든 너만의 궤도를 그려라’는 그중 인상적인 11명의 이야기를 추려 묶었다. 대학캠퍼스 163만9000여m2(50만 평)에 있는 나무를 일일이 끌어안고 다닌 ‘나무병 환자’ 교수, 피의자의 자필 진술서 서체를 분석해 진술의 참과 거짓을 판명하는 검사, 남들 다 버리는 잡동사니를 찾아 모으며 우리 시대를 기록하는 수집가와 첨단 기기를 거부한 채 투박한 필름 카메라로 피사체를 촬영하는 사진가까지, 이 책의 등장인물은 보통사람 시선엔 모두‘괴짜’로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에게서 세상의 틀을 뛰어넘는 자유로움과 최선을 다해 꿈을 좇는 진지함, 그리고 행복을 발견한다.

    “네 벽 가득 옛 편지를 붙여놓은 사무실에서 구본진 검사는 범인을 잡는 열정으로 글씨를 수사하고 있었다. 한 자 한 자의 삐침과 굴곡, 기울기와 속도를 해체했다. 그걸 통해 수십 년 전 세상을 떠난 이의 개성과 특징을 찾아냈다. ‘연구를 계속하면 언젠가는 글씨만으로 범죄자를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서체를 바꿈으로써 사람을 바꾸는 일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는 진지했다. 그 표정을 보며 머리 한쪽이 쩡 울렸다. 사람들은 ‘괴짜’라 했다. 하지만 그는 ‘궤도를 이탈한 자’였다. 남들 다 가는 길에서 벗어남으로써 자신만의 획을 긋고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까만 하늘에서 그는 마음껏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저자는 ‘궤도를 이탈한 별’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들이 자신만의 궤도를 그릴 수 있었던 비결을 11가지 뽑아냈다. ‘내일 걱정’ 미리 하지 말 것, ‘가지 않은 길’을 택할 것, 놀라운 일 앞에서 마음껏 놀라워할 것, 어른이 되지 말 것, 일념(一念)을 지킬 것, 제대로 미칠 것, 언제나 깨어 있을 것, 해보기 전에 겁내지 말 것, 남이 정해놓은 경계를 넘어설 것, 번거로움을 피하지 말 것, 불가능한 것을 꿈꿀 것 등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느냐고 누가 물으면, 행복하고 재밌게 살기 위해서라고 얘기합니다. 제 전공은 사는 거예요. 나보다 즐겁게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나는 사는 것에서만큼은 프로페셔널이라고 자부해요.”



    사는 데 프로라고 자처하는 임성빈 명지대 명예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규정하기 때문에 또 다른 즐거움을 포기한다”며 “앞으로도 재밌는 일 행복하게 몰두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어른이 스스로 궤도를 이탈하며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은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안 채로 살아간다. 그러나 별똥별은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캄캄한 하늘에 빛나는 획을 긋는다. ‘행복한 어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평범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가 만든 궤도를 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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