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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의의 천사인가 숨어 있던 악마인가

벨기에인 빅토르 히셀 파문…유명 변호사 추악한 모습에 경악과 충격

  • 백연주 파리 통신원 byj513@naver.com

정의의 천사인가 숨어 있던 악마인가

수년간 장애학생을 상대로 성폭력과 학대를 일삼았던 광주인화학교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도가니’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몸이 불편한 피해자가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피의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다는 점에 분노가 쏟아진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벌어졌다.

저명한 아동 인권 변호사가 알고 보니 소아성애자임이 밝혀지면서 유럽도 충격에 휩싸였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 가족을 대변하던 정의의 기사에서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돼버린 남자 빅토르 히셀. 그가 숨겨둔 진실은 무엇일까.

2007년 범유럽 경찰기구 유로폴은 8개국에서 아동 포르노 영화를 제작해 유포한 92명을 검거했다. 10여 개국과 협력해 전 세계에 퍼진 관련 인물의 신원을 파악, 검거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코알라’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이 작전은 인터넷 사이트를 수사하던 호주 경찰이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내용의 영상을 인터넷에서 접한 것이 발단이었다. 낯선 유럽언어를 사용하는 어린 소녀가 한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이었는데, 놀랍게도 소녀가 남자를 ‘Papa(아빠)’라고 부르는 소리가 명확히 들렸다.

두 딸에 몹쓸 짓을 한 아버지

호주 경찰로부터 증거 자료를 넘겨받은 유로폴은 영상에 등장하는 남자의 신원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문제의 남자는 파스칼 타베른이라는 벨기에 사람으로 이혼 후 두 딸을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를 가장한 악마였다. 벨기에 수사팀은 수사를 통해 포르노 영화 제작 과정을 알아냈다. 내용은 너무 끔찍했다.



평소 포르노 영화를 즐겨 보던 타베른은 어느 날 우연히 아동 포르노 영화 사이트를 알아냈다. 그리고 아동 포르노 영화가 성인물보다 고가에 판매 및 다운로드되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당시 가장 유명한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제 딸들의 사진을 몇 장 보냅니다. 모델로 어떨까요?’라고 문의했다. 타베른의 이메일을 받은 사람은 영 비디오 모델(young video models) 운영자인 이탈리아 출신 세르지오 마르졸라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스튜디오 두 곳에서 20여 명의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포르노 영화와 사진을 제작해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중이었다.

타베른의 딸들은 정신지체아로 당시 아홉 살, 열한 살에 불과했다. 사진을 본 마르졸라는 타베른의 집에서 60분짜리 첫 비디오를 촬영하는 대가로 일단 200유로를 주겠다고 제안했고, 고객 반응에 따라 사례금을 올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두 남자는 정신지체아 자매에게 란제리를 입혀 수십 편의 포르노 영화를 제작했다. 소아성애자들은 자매의 영상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며 더욱 파격적인 영상을 제작해달라고 마르졸라에게 요구했다.

이에 마르졸라는 타베른에게 ‘더 자극적인 장면을 찍어서 보내면 수익금을 배로 챙겨주겠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타베른은 아홉 살짜리 딸을 강간하는 모습을 그대로 촬영해 마르졸라에게 전송했다. 마르졸라는 자매의 영상을 편당 30달러에 배포했으며, 타베른은 판매액의 일부를 챙겼다.

유로폴이 검거한 타베른과 마르졸라는 각각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고, 아동 포르노 영화에 희생된 자매는 친모와 생활하며 조금씩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이후 유로폴은 관련 인물을 일망타진하려고 마르졸라를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아동 포르노 영화를 구매한 사람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또 다른 끔찍한 사실을 발견했다.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마르졸라와 타베른만이 아니었다. 마르졸라의 고객 리스트를 살피던 유로폴 벨기에 담당 수사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벨기에 사람에게는 친숙한 빅토르 히셀을 발견한 것이다. 히셀은 벨기에의 악명 높은 소아성애자 마크 뒤트루가 성폭행한 후 지하창고에 버려 죽게 만든 줄리와 멜리사 자매의 가족을 대변하면서 아동인권보호를 부르짖던 정의의 기사였다. 검찰에 소환된 히셀은 “이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제2의 줄리와 멜리사 같은 희생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게 됐다”며 마지막까지 아동인권보호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듯 굴었다.

정의의 천사인가 숨어 있던 악마인가

그는 왜 아버지를 찔렀을까. 로망 히셀(큰 사진)이 유명 변호사인 아버지 빅토르 히셀을 찌른 사건을 보도한 벨기에 신문.

그러나 2009년 아들 로망 히셀이 그를 칼로 수차례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중상을 입은 히셀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아들을 체포한 경찰은 그가 정신질환을 앓아 충동적인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 서재에서 아동 포르노 영화 자료를 발견했다”는 놀라운 증언을 했다. “우연히 아버지 서재에 들어갔다 곳곳에 숨겨놓은 다량의 소아성애자용 자료를 발견해 충격을 받았고, 이런 아버지의 두 얼굴에 경멸을 느껴 살해하려 했다”고 자백한 것이다.

히셀의 혐의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고 결국 그는 무너졌다. 그는 처음엔 “인터넷에서 우연히 몇 편의 영상을 본 것뿐”이라며 최소한의 혐의만 인정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자 상습적으로 아동 포르노 영화를 시청하면서 자위행위를 한 사실 등을 자백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건의 시작일 뿐이었다. 그의 아들은 또 다른 진술을 하며 “온 가족이 아버지의 비밀을 묻어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 포르노 근절 공동 노력 필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경찰은 그의 가족을 상대로 심문을 시작했고, 결국 그의 부인은 “오래전 남편이 자신의 어린 남동생을 성폭행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에 출두한 그의 남동생은 “히셀은 당시 스물다섯 살이었고 난 열여섯 살이었다. 그가 나를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부인과 남동생은 그에게 성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수년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고향에서 발행하는 한 지역신문 기자는 ‘히셀 또한 아동 성학대의 피해자’라는 기사를 써 화제를 모았다. 기사에서 모든 불행의 시작은 그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어린 시절 삼촌으로부터 육체적, 성적 학대를 심하게 받았다는 것. 당시 그의 이웃조차 이에 관한 언급을 꺼려 진실은 히셀만이 알 뿐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만약 이 소문이 진실이라면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은 히셀이 성장하면서 무의식중에 성적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됐을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냈다. 자신이 당했던 피해를 남에게 똑같이 되돌려주거나 다른 이의 피해 장면을 감상함으로써 일종의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말 그가 소문대로 과거 상처를 타인의 고통으로 치유 받으려 한 아동 성범죄의 또 다른 희생양인지, 아니면 아동 인권 보호자라는 천사의 탈을 쓰고 살았던 악마인지에 대한 진실은 자신만이 알 것이다. 2011년 벨기에 검찰은 히셀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그가 2005~2008년 아동 포르노 영화를 본 사실은 인정하나 본인이 직접 관련 자료를 유포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했다. 반면 가족이 증언한 성폭행 관련 부분은 재판에서 제외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무서운 짓을 하는 사람보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듯 “난 그저 봤을 뿐이다”라는 그의 발언은 오늘날 아동 성범죄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컴퓨터 모니터 뒤에 숨은 아동 포르노 영화 소비자는 대부분 자신의 행동이 범죄라고 자각하지 못한다. 자신은 이미 행해진 장면을 볼 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른의 ‘나 몰라라’식 태도로 지금 이 시각에도 어디에선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아이의 희생을 막으려는 모두의 노력이 시급하다.



주간동아 808호 (p50~51)

백연주 파리 통신원 byj5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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