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7

2011.10.10

‘나가수’의 이상한 편집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1-10-10 09:2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즐기려고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불편해지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닐 터. 지난 주말 소파에서 뒹굴며 ‘나는 가수다’를 보다가 그 드문 경험을 했다. 언제나처럼 가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고, 편곡은 신선했으며, 노래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문제는 최근 탈세 문제로 도마에 오른 인순이 씨의 무대 앞뒤를 다루는 제작진의 태도였다.

    조용필의 명곡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른 그의 순서를 편집한 방식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위로하는 형식에 가깝게 느껴진 건 기자 혼자뿐이었을까. 특히 무대에서 내려와 눈물을 흘리는 그를 안으며 “어떻게 해…” 하고 안타까워하는 동료의 모습이 전파를 탄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설사 현장의 가수는 그렇게 반응할 수 있다 쳐도, 그걸 고스란히 전파에 실어 보낸 제작진의 편집은 동정여론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탈세 문제가 불거진 후 제작진이 인순이 씨의 방송 하차를 만류했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지난주 방송의 편집이 혹 그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이유다. 물론 하차 여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기자 또한 반드시 하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간의 보도에 따르면 비용 처리 범위에 대한 이견 때문에 세금을 추징당한 강호동 씨와 달리 인순이 씨는 아예 소득 규모 자체를 축소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죄질’을 따지자면 인순이 씨의 경우가 더 나쁘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평가다.

    ‘나가수’의 이상한 편집
    결국은 원칙의 문제다. 인순이 씨를 범죄자라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무고한 피해자가 아닌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공공재를 다루는 사람이 이 원칙 문제에서 흔들리는 것에 우리가 혹시 너무 둔감해진 것은 아닐까. 왜 연예인에게만 가혹하게 구느냐고? 문제를 일으킨 정치인을 위로하는 듯한 매체가 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긴, 최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문제를 다룬 몇몇 칼럼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마음은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