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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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發 트레이드 ‘뒷돈’ 있었나

프로야구 30년 트레이드 성적표…KIA가 가장 큰 승자, LG는 수차례 한숨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nga.com

    입력2011-08-22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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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發 트레이드 ‘뒷돈’ 있었나

    넥센에서 LG로 트레이드된 송신영.

    잉여 전력을 내주고 부족한 전력을 받아들여 팀 전력 상승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트레이드는 각 프로 종목 모든 구단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 트레이드 시장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폐쇄적이다. 시장이 큰 메이저리그는 30개 구단 간 트레이드가 활발하다. 팀 리빌딩이 목표인 경우, 즉시 전력을 팔고 유망주를 끌어들이는 트레이드에 큰 힘을 들이지만 한국프로야구는 트레이드 자체가 많지 않다. 8개 구단으로 제한된 인력 풀 탓에 행여 ‘버린 자식’이 남의 집에 가서 ‘대들보’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버린 자식이 남의 집 ‘대들보’우려

    발생 빈도가 높지 않은 까닭에 트레이드는 항상 많은 관심을 받는다. 한국프로야구 첫 번째 트레이드는 프로 원년인 1982년 삼성에서 해태로 현금 트레이드된 서정환 전 KIA 감독이었다. 국가대표급 내야진이 즐비한 삼성과 선수난에 허덕이던 해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프로야구 초창기에도 이 같은 트레이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특히 핵심 선수를 주고받은 트레이드는 한국프로야구 30년 역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1988년 롯데 최동원과 삼성 김시진의 트레이드를 가장 큰 거래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전력 보강보다 구단과 마찰을 빚은 선수 정리가 더 큰 목적이었다.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이제까지 단 한번도 거래하지 않은 특수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1990년 LG가 MBC를 인수해 프로야구에 합류한 이후, 삼성은 LG와 단 한 차례도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롯데와 KIA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지금까지 30년간 거래가 없었다. 삼성과 LG는 전자 부문과 재계에서의 라이벌 의식이 강한데 이러한 배경이 트레이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KIA의 전신인 해태와 롯데는 과거 제과업계 라이벌이었다. 이제 모기업의 라이벌 의식은 사라졌지만 KIA가 팀을 인수한 뒤에도 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두 팀의 전력 흐름이 비슷하게 흘러왔기 때문이다. 강점은 비슷하고 약점 역시 비슷한 경우가 많아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넥센發 트레이드 ‘뒷돈’ 있었나

    LG에서 기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MVP까지 올랐던 김상현.

    반면 KIA와 LG는 최근 수년간 자주 트레이드를 했는데, 이는 전력의 강점과 약점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트레이드 결과는 대조적이었다. 2005년 LG와 2대 2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이용규는 KIA에서 국가대표 1번 타자로 성장했다. 최근의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는 2009년 김상현을 꼽을 수 있다. 투수 강철민을 LG에 내주고 박기남과 함께 데려온 김상현은 고향팀 KIA 이적 후 잠재력이 폭발, 시즌 MVP를 차지하며 그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거래에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실패한 사람이 있듯, 최근 KIA의 성공은 LG의 실패로 연결됐다. 물론 LG도 할 말은 있다. LG가 이용규를 보낸 것은 이대형 등 다른 유망주의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한 결과였고, 김상현을 보낸 배경에는 자유계약선수 정성훈의 영입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적생의 활약에 LG는 적잖이 속병을 앓어야 했다.

    이렇듯 규모가 작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지난 30년간 가장 큰 이득을 본 팀은 전신 해태를 포함한 KIA다. 한국프로야구 첫 트레이드 대상자였던 서정환이 해태 왕조 건설에 큰 힘을 보탠 것을 비롯해 1985년 OB에 황기선과 양승호(현 롯데 감독)를 내주고 한대화(현 한화 감독)를 영입한 2대 1 트레이드가 대성공을 거뒀다. 국가대표 거포 출신으로 큰 기대를 받았던 한대화는 OB에 입단해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해태로 옮기자마자 타율 0.298에 14홈런을 폭발하며 한국시리즈 4연패를 해태와 함께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거래 왜?

    넥센發 트레이드 ‘뒷돈’ 있었나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박병호(왼쪽)와 심수창.

    최근 프로야구계는 넥센발(發) 트레이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정 형편이 어려운 넥센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09년부터 현금 혹은 현금거래 의혹이 짙은 트레이드를 계속해왔다. 핵심 전력 및 유망주를 내주는, 기존 구단이었다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트레이드가 주를 이뤘다. 넥센발 트레이드가 여론 질타를 받은 것도 정황상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7월 31일 자정을 몇 시간 앞두고, LG는 투수 심수창과 내야수 박병호를 넥센에 주고, 송신영과 김성현을 받아들이는 2대 2 트레이드를 깜짝 발표했다. 치열한 4강 경쟁을 하고 있는 LG는 베테랑 핵심 구원투수와 빠른 공을 가진 젊은 선발투수를 영입해 마운드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반면 넥센은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애타게 찾던 거포 후보를 가졌지만, 전신 현대 시절부터 팀에 몸담아온 투수진의 리더이자 팀의 필승 불펜 송신영과 프로 4년 차 차세대 에이스 후보를 한꺼번에 잃었다.

    이번 트레이드 역시 공식 발표는 선수 대 선수다. 그러나 고원준, 황재균을 떠나보낸 지난해와 같이 이번 넥센발 트레이드 역시 객관적 시각에서 넥센의 손해가 더 크다. 많은 야구 관계자는 LG가 넥센에 엄청난 금액의 웃돈을 줬으리라 의심한다. 4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는 LG가 트레이드 당사자였고, 트레이드 마감 당일 오후 늦게 발표해 의혹이 더 커졌다.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팀이 미래를 위해 즉시전력을 내주고 유망주를 받는 것이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현금 확보 차원의 선수 팔기가 더 큰 목적이라면 곤란하다. 야구계에서는 시즌 초부터 LG가 박병호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고 불펜투수를 찾는다는 소문이 꾸준히 돌았다. 마땅한 카드를 찾지 못하자 2009년 이택근을 현금 트레이드한 경험이 있는 넥센과 다시 의기투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레이드 결과는 항상 의외성을 동반한다. 누가 보더라도 LG가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여겨졌던 최근 트레이드 역시 초반 경기 성적을 보면 예상 밖이다. 넥센으로 이적한 투수 심수창이 새 팀에서 한국프로야구 개인최다인 18연패 사슬을 끊고, 만년 유망주에 불과했던 박병호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반면 송신영의 활용도가 예상보다 떨어지면서 LG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김상현을 내줘 2009년 KIA 우승의 일등공신이란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LG가 또 한 번 ‘트레이드 참혹사’의 비운을 맞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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