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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중국發 긴장 파고 한반도 덮치나 04

‘제주 해군기지와 중국의 부상’ 열띤 토론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센터장 VS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 정리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제주 해군기지와 중국의 부상’ 열띤 토론

“제주기지 안보에 반드시 필요 주변국 눈치 보는 것은 패배주의” >>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센터장

“남방해역 해양경찰로 충분 고래 싸움에 낀 새우 될 선택 우려” >>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제주 해군기지와 중국의 부상’ 열띤 토론
해군이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2014년 완공 목표로 건설하는 해군기지. 총 9770억 원을 들여 함정 20여 척과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을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49만㎡ 규모의 기지 건설 문제에 최근 정치인들이 뛰어들면서 상황이 한층 복잡해졌다. 군 당국자들은 “중국의 해군력 강화와 작전 범위 확장을 견제하려면 제주기지는 필수적”이라고 말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야당 측과 사회단체에서는 “오히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에 불필요하게 휘말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한국 영토에 한국군을 위한 군사시설을 건설하는 일은 분명 주권 문제에 속한다. 주변국이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은 찬성 측이나 반대 측 모두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눈여겨볼 것은 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말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모두 ‘중국’을 거론한다는 사실이다. 이 ‘당연한 문제’를 두고 벌이는 논쟁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재생산되는 현재 상황은 중국의 역내 세력 확대가 이제 한국의 고유한 정책결정 이슈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음을 시사한다.

‘제주 해군기지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주제를 놓고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과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가 8월 16일 저녁 자리를 함께했다. 20여 년간 KIDA에서 일해온 백 센터장은 손꼽히는 안보문제 전문가고, 정 대표는 최근 언론을 통해 제주기지 문제를 가장 활발하게 비판하는 평화운동가다. 견해차가 크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두 사람은 제주기지 용도 같은 구체적인 논점부터 미중관계 전망과 한국에 끼칠 영향 등 거시적 주제까지 폭넓게 토론했다.



제주기지, 미군이 사용할 수 있나

백승주(이하 백) : 군이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1993년에 오늘날 중국의 해군력 강화를 직접적으로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그간 중국은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6·25전쟁이 대표적인 경우가 아닌가. 최근 중국의 해군력 강화는 국가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으로 봐야겠으나 주변국으로서는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욱식(이하 정) : 2007년 기지 건설을 확정한 노무현 대통령은 알려진 대로 임기 동안 높은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부국강병론을 꾸준히 강조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군비 증강을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제주기지 건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문제는 이 기지가 우리의 자산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더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한미동맹에 기초해 미국이 이 기지를 동아시아 전략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데, 그렇게 되면 한중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백 : 우리가 우리 땅에 우리 기지를 만드는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군사관계 같은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지배적 요소로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강대국 눈으로 보면 함정 20여 척 규모의 기지는 연안 방어용에 불과하다. 강대국의 해군력 균형을 바꾸는 추 구실을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제주기지가 미중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고, 특히 중국이 이와 관련해 어떤 반응이나 견해를 내놓은 바가 없다. 우리 코앞인 다롄(大連)항에서 항공모함을 진수한 중국이 어떻게 우리 해군기지 문제를 왈가왈부할 수 있겠나.

미국 문제를 보자면, 미군 함정이 초청 절차를 밟아 일시 기항할 수 있겠지만이 기지는 한미연합사령부 소속이 아니라 한국군 기지다. 미국이 한국에 해군기지를 두지 않는 것은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 요코스카나 사세보로도 허브기지로서 동아시아·서태평양 해역의 작전을 구성하는 데 충분하다. 미국이 제주기지를 염두에 두고 해군 운용계획을 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미군의 전략이나 작전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정책결정 과정에서 무게를 둘 필요가 있는 의구심은 아니라고 본다. 한마디로 중국을 의식해 제주기지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건 기우에 불과하다.

정 : 미국의 해군전략 변화를 유심히 봐야 한다. 2003년부터 미국은 유사시 30일 이내에 6개 항공모함 전단을 일시에 동원한다는 작전 개념을 구체화한 바 있다. 이 개념이 중국을 겨냥했다는 점은 미국 측 전문가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는 미사일방어(MD)와 관련해 이지스함 활용 방안을 강조한다. 서태평양이나 아시아에서 추가 기항지를 확보하는 일이 미국에 긴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제주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해역의 복판에 있다.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항모전단 일부를 제주도에 기항하겠다고 요청한다면 그 전략적 민감성은 평시와 완전히 다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얼마나 고민하느냐는 점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7월 20일 한 포럼에서 “올 수 있으면 오겠지만 미국 항모가 (제주기지에) 들어오리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려면 올 수 있다는 것은 한미동맹의 구조적 속성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주권 사항이므로 주변 요소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진지한 고민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미국과 중국, 갈등이냐 협력이냐

백 : 그런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은 낮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고 해서 한국이 미국의 기항 요청을 거절해야 하는가.

정 : 센카쿠열도처럼 한국과 이해관계가 없는 분쟁이라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백 : 동맹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상대가 제3자에게 공격받으면 함께 대항하는 것이다. 한국이 끼어들기 싫다고 “중국의 오해를 사기 싫으니 우리 기지에는 얼씬도 마라”라고 할 수는 없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도와주기를 기대한다면 미국이 다른 국가와 충돌할 때 우리가 도망갈 수 없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대미 의존도 못지않다 해도 군사동맹조약을 맺은 나라의 기항 요구를 무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더욱이 큰 그림을 보자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군사적 대결보다 상호의존에 가깝다. 대만이나 난사군도 문제 등 불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는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나 최근 중국의 해군력 강화로 갈등이 커진 것처럼 보이긴 해도 이는 미소 냉전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에 남은 냉전 잔해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새로 냉전이 형성된 것은 아니다.

정 : 생각이 다르다. 겉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함께 살기 어렵다고 느끼는 부부에 가깝다고 본다.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연례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나온 양국 국방수장의 말만 봐도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일견 우호적이지만 자국의 핵심적 이익을 침해한다면 충돌을 불사할 수 있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면서 협력보다 갈등에 무게가 실린다.

백 : 중국은 아직 미국의 경쟁 상대가 못 된다. 연간 국방비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누적투자가 중요한 군사비의 특성상 총량으로는 비교가 아예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미 11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했지만, 이번에 진수한 중국 항모는 갑판 기술의 부족 등으로 전력화에 최소 7~8년이 걸린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립이 불거질 경우 경제발전에 써야 할 자원을 군사 분야에 투입해야 할까 봐 우려한다.

미국은 현재의 압도적 군사 우위를 유지하려 하고 중국은 점차 활동 공간을 넓히려 하다 보니 대결 혹은 마찰선이 형성되는 듯 보이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재정적자로 국방비 지출을 줄여야 하는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이 지금의 군사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동참해달라고 요구하고, 한일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요청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제주기지와 연관 지어 민감하게 인식하는 중국이나 일본, 미국의 안보 전문가가 있나. 한국에서만 정치 이슈가 되고 있을 뿐이다.

정 : 주한미군이 2003년부터 서해에서 가까운 기지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한 것과 관련해 2004년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항의한 일이 얼마 전 당시 청와대 관계자 회고를 통해 흘러나온 바 있다. 밖에서는 몰랐지만 물밑에서는 그런 대화가 오갔다는 것이다. 특정 이슈에 신경을 쓰면서 공식적으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중국의 행동패턴이다. 당장 명시적 언급이 없다고 베이징이 제주기지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제주 해군기지와 중국의 부상’ 열띤 토론

2008년 12월 이어도 종합 해양과학기지 주변을 순찰하는 해양경찰청 경비함.

“점증 위험 대비” vs “위험한 발상”

백 : 설령 중국이 우려를 표명한다 한들 그것 때문에 기지를 포기해야 하나. 이어도를 포함한 남방해역에서 군사력을 사용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제주기지는 이를 신속하게 운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이어도에 세워둔 인공 조형물이 공격받거나 전체 교역량의 90%에 달하는 엄청난 물동량이 오가는 인근 해로에서 우발상황이 터지면, 혹은 인근 대륙붕에서 해저자원을 둘러싸고 물리적 긴장이 발생하는 경우 이 기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평생을 군에 몸담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리가 중국에 맞설 만한 군사력을 보유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 중국이 항모를 보유한다고 우리도 항모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국가 위상에 맞는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점증하는 위험을 빤히 보면서 아무런 대비도 않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일인가. 주변국을 아예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표면화하지 않은 심기까지 앞질러 걱정하는 것은 패배주의적 시각에 불과하다.

정 : 반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군 당국자들은 “이어도 주변에 석유라도 터지면 중국이 나서기 전에 우리가 먼저 초계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두고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해군이 제주기지를 활용해 초계에 나선다면 분쟁수역화를 불러 중국에 군사적 대응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남방해역 임무는 지금처럼 해양경찰이 수행해도 문제가 없다.

중국 해군이 출동한다면 당연히 우리도 군이 나서야겠지만, 그때도 KDX2급 구축함이 정박할 수 있는 화순항의 신설 해경부두를 이용하면 된다. 긴장이 고조하면 진해나 부산 해군 전력이 이 부두에서 대기하다가 상황이 급박해질 경우 출동하는 단계적 작전 개념이라면 앞서 설명한 다양한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중국의 눈치를 보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의 싸움에 낀 새우가 되지는 말자는 뜻이다. 제주기지 건설은 그 위험을 1%라도 높이면 높였지 줄이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주간동아 2011.08.22 801호 (p24~26)

정리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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