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8

2017.05.17

마감有感

‘광화’의 5년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5-15 1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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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대통령.’
    대통령=청와대를 동의어로 여기던 국민에겐 낯선 단어다. 구중궁궐처럼 외진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에 터를 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일성은 그래서 신선하다. 광화문 집무실로 국민과 함께 출근하고 퇴근길에 소주 한잔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광화문 대통령은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촛불민심’을 받들겠다는 의미와 늘 국민과 가까이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담고 있다. 경호의 어려움은 광화문 대통령으로 얻는 효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가깝다.  

    조선 태조 때 경복궁 정문으로 세워진 광화문의 원이름은 오문(午門)이었다. 정도전은 명명 이유를 “닫아서 이상한 말과 사특함을 막고, 열어서 사방의 현인들을 들어오게 하는 것은 모든 바른 것 중에서도 큰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세종 8년 집현전 학사들의 의견에 따라 광화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에서).

    광화는 ‘서경(書經)’의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이 어원이란 설이 있다. ‘광(군주의 덕)은 사방을 덮고, 화(교화·바른정치)는 만방에 미친다’는 뜻이다. 군주에게 요구하는 덕목이라는 개념만 빼면 올바른 정치와 널리 인재를 구하는 통합이 필요한 현재 한국 대통령에게도 유효한 얘기다.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 그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

    문 대통령의 당선 소감처럼 들린다. 아니다. 2012년 12월 19일 밤 11시 50분 무렵 당선이 확실해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광화문을 찾아 시민 2000여 명 앞에서 밝힌 소감이다. ‘통합’보다 한 단계 위인 ‘대통합’을 약속했으나 4년 만에 허언으로 끝나버렸다.   



    문 대통령의 당선 후 소감은 이렇다. “저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도 섬기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
    당선 직후인 지금은 말의 성찬이 통하는 시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말은 잊히고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 그때가 진짜다. 말은 비슷해도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오길 바란다. 광화문 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이 ‘광화’의 정치로 국민과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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