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별책부록 | 그 섬에선 시간도 쉬어간다

서편제 그 감동 느끼며 천천히 걸어봄이 어떨는지

남해 완도 청산도

  • 글 ·사진 양영훈

서편제 그 감동 느끼며 천천히 걸어봄이 어떨는지

서편제 그 감동 느끼며 천천히 걸어봄이 어떨는지

1 슬로길 구간 가운데 전망이 가장 탁월한 범바위. 2 바닷가 몽돌에 그려진 슬로길 방향 표시.

요즘 청산도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십중팔구는 ‘슬로길’을 섭렵하려는 도보여행자다. 2007년 12월 청산도가 신안 증도, 담양 창평, 장흥 유치·장평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이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슬로길을 만들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 항구, 해안도로, 마을길, 고샅길, 논두렁길, 밭둑, 몽돌해변, 솔숲, 비탈길, 바윗길, 억새밭, 해안절벽, 둑길, 상록수림 같은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 슬로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생태탐방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면서 ‘청산여수(靑山麗水)길’이라는 이름이 새로 붙었다. 하지만 청산도에서는 여전히 슬로길로 통한다.

총길이 42.195km의 슬로길은 11개 코스로 이루어진다. 한 코스는 다시 1~4개의 소구간으로 나뉜다.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도청항에서부터 슬로길임을 알리는 이정표와 안내판이 발길 닿는 곳마다 큼지막하게 서 있기 때문이다. 도청항에서 화랑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는 도청항을 지나는 미항길, 도락리의 오래된 우물에서 이름을 따온 동구정길,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를 지나는 서편제길, 그리고 마지막 화랑포길로 이루어진다. 길이 5.7km의 1코스에서 하이라이트 구간은 역시 서편제길이다. 돌담길이 길게 이어지는 이 길에서 떠돌이 소리꾼 유봉이가 두 남매와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덩실덩실 춤추는 광경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청산도라는 남도의 외딴섬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순전히 ‘서편제’ 덕이다.

당리 언덕은 2006년 방송된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그 당시 지중해풍의 서양식 건물로 지어진 ‘봄의 왈츠’ 세트장이 돌담길 옆 언덕에 우두커니 남아 있다. 이 언덕의 구불구불한 돌담길에서 바라보는 당리와 읍리의 전경, 그리고 도락포 저편의 바다를 오렌지 빛으로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매우 인상적이다.

서편제길이 끝나는 화랑포에서 2코스 사랑길(2.1km)이 시작된다. 읍리 앞개해변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줄곧 탁 트인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이어지는 벼랑길이다. 초면인 남녀조차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손을 잡아주거나 끌어주다가 어느새 사랑이 싹튼다고 해서 사랑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녀 간 사랑이 싹틀 만큼 위험한 구간은 별로 없다.

3코스 고인돌길(4.54km)은 청산도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만나는 구간이다. 청산진성, 고인돌, 하마비, 석불, 초분 등 청산도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적과 마주친다. 3코스가 끝나는 읍리해변 방파제에서부터 권덕리까지의 4코스 낭길(1.8km)도 사랑길과 비슷한 바닷가 벼랑길이다. 권덕리에서는 5코스 범바위길(5.54km)이 시작된다. 마을에서 범바위까지의 1.8km 구간은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30~40분간 가쁜 숨을 몰아쉬고 비지땀을 흘려야 천혜의 바다 전망대인 범바위에 올라설 수 있다. 범바위 정상에 올라서면 그동안의 땀과 노고는 순식간에 잊힌다. 청산도의 땅과 하늘과 바다가 모두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쾌청한 날에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여서도, 소안도, 보길도, 거문도는 물론이고 멀리 제주도 한라산까지 또렷이 보인다. 전 구간의 길이가 마라톤과 똑같은 슬로길을 완주할 생각이 없거나, 시간 여유가 없을 경우에는 범바위를 경유하는 5코스까지만 걸어도 아쉬움은 별로 남지 않는다.



서편제 그 감동 느끼며 천천히 걸어봄이 어떨는지

1 도락리의 슬로길 구간을 줄지어 걸어가는 여행자들. 2 둥글둥글한 갯돌이 깔린 진산해수욕장. 3 지리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일몰을 구경하는 연인.

5코스가 끝나고 6코스가 시작하는 청계리 일대에는 청산도 주민의 남다른 근면성을 보여주는 ‘구들장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신풍, 부흥 등의 마을과 동부에 위치한 원동, 양지, 중흥, 신흥, 상서마을에도 청산도 주민이 맨손으로 피땀 흘려 일군 구들장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옛날에 청산도는 인구가 많고 농토는 적어 늘 식량이 부족한 섬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한 뼘의 농토라도 더 얻으려고 방고래를 만들고 구들을 깔듯, 계단식 축대를 층층이 쌓은 뒤 그 안쪽에 흙을 쏟아 부어 구들장논을 만들었던 것이다.

청산도 마을의 골목은 대부분 돌담길이다. 돌담에 세월의 더께가 두텁게 쌓여 있다. 돌마다 다양한 문양의 돌옷이 가득하고, 담쟁이넝쿨과 수세미덩굴은 돌담 전체를 뒤덮었다. 인공 돌담이 어느새 자연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원형이 잘 보존된 상서마을의 길이 1026m 돌담은 국가에서 등록문화재 제279호로 지정했을 정도다. 상서마을에서 조금만 더 가면 백사장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긴 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청산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흥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이 무척 넓고 바다가 멀어서 해수욕장보다 조개잡이 체험장으로 더 제격이다. 신흥해수욕장에서 슬로길을 따라 상산포를 지나면 진산마을에 도착한다. 이 마을 앞에는 아름드리 솔숲과 둥글둥글한 갯돌로 이루어진 진산해수욕장이 있다. 아름답고 운치 있는 몽돌해변인 데다 상대적으로 사람의 발길은 뜸한 편이어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호젓하게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주변에 폐교한 분교와 작은 상점이 있어 야영하기에도 제격이다.

청산도에서 피서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지리해수욕장이다. 길이 1.2km의 은빛 모래 해변을 따라 울창한 해송숲이 형성돼 있어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에 그만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일몰과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사막처럼 넓은 모래 해변으로 이루어진 신흥해수욕장에서는 조개잡이 체험이 가능하고, 일출 광경도 볼 수 있다. 피서를 즐기든, 슬로길을 걷는 청산도에서는 느긋해야 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서두르지 않아야 청산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청산도에서 빠른 걸음은 반칙이다. 그래서 슬로시티고, 슬로길이다.

서편제 그 감동 느끼며 천천히 걸어봄이 어떨는지

4 도청항 부둣가에 세워진 슬로길 이정표. 5 청산도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갈치조림.

여/행/정/보

●숙박

청산도에는 호텔이나 콘도가 없다. 도청항에 등대모텔(061-552-8558), 칠성장(061-552-8507), 경일장(061-554-8572) 같은 모텔이 몰려 있다. 민박집이나 펜션으로는 도락리의 어울림펜션(010-4521-8148), 권덕리의 바다정원펜션(061-553-1002), 신흥리의 상산포민박(061-552-4802), 진산해수욕장의 사계절펜션(061-554-5122), 지리해수욕장의 한바다민박(061-554-5035)과 솔바다펜션(061-552-9323), 동촌마을의 섬이랑나랑펜션(010-5385-1561)을 권할 만하다.

●맛집

도청항 부두 옆에 위치한 청산도식당(061-552-8600)은 생선회와 백반, 전복죽, 갈치조림 등 다양한 음식을 맛깔스럽게 내놓는 집이다. 도청항에는 섬마을식당(061-552-8672), 부두식당(061-552-8547), 바다식당(061-552-1502) 등 음식점이 여럿 있다. 주로 전복죽, 생선회, 백반 등을 내놓는데 음식이 맛깔스럽고 생선회도 싱싱한 편이다.

교/통/정/보

●완도↔청산도

완도여객선터미널(061-550-6000)에서 청산농협(061-552-9388, www. cheongsannh.com)의 아시아슬로우시티1호와 사량아일랜드호(자동차 선적 가능)가 주중에는 5회, 주말에는 10회 왕복 운항한다. 하절기 첫 여객선은 주중에는 오전 8시, 주말에는 6시 30분에 있으며, 청산도 도청항까지는 약 50분 걸린다.

※ 날씨, 계절, 요일에 따라 출항 시간과 횟수가 바뀔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섬 내 교통

청산도마을버스(061-552-8747)와 청산버스(061-552-8546)가 여객선 운항 시간에 맞춰 다닌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거나 급한 용무가 있을 때는 청산택시(061-552-8519), 청산도개인택시(061-552-8747)를 이용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1.06.20 792호 (p50~53)

글 ·사진 양영훈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40

제 1240호

2020.05.22

“정의연이 할머니들 대변한다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다”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