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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그 섬에선 시간도 쉬어간다

사계절 휴양지에 왔는가, 거문도등대 ‘반가운 손짓’

남해 여수 거문도 · 백도

  • 글 ·사진 양영훈

사계절 휴양지에 왔는가, 거문도등대 ‘반가운 손짓’

사계절 휴양지에 왔는가, 거문도등대 ‘반가운 손짓’

1 기와집몰랑 능선에서 바라본 거문도항과 유림해수욕장. 2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바다를 밝히는 거문도등대.

여수 거문도를 생각하면 동백꽃이 맨 먼저 뇌리를 스친다. 남해안에서 가장 황홀한 동백숲길이 이 섬에 있기 때문이다. 거문도 동백숲길의 황홀함에 매료된 몇 해 동안은 동백꽃이 만개하는 2~3월이면 어김없이 여수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거문도는 동백꽃만 보고 오면 되는 섬인 줄 알았다. 그래서 네댓 번의 거문도여행도 모두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떠났다.

5, 6년 전쯤 어느 여름날, 우연찮게 거문도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하기도 어려운 초청여행이라 비행기, 버스, 배를 갈아타고 마침내 거문도항에 내렸다. 쾌청한 여름날에 거문도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파란 하늘, 진초록색의 상록수림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무르익은 봄날의 환상적인 동백숲길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경이 그 작은 섬에 빼곡했다. 그때부터 거문도는 언제든 가고 싶은 사계절 휴양여행지가 됐다.

흔히 하나의 섬으로 알고 있는 거문도는 사실 동도, 서도, 고도(古島) 등 3개 섬을 아우르는 지명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꽤 오랫동안 ‘삼도’ 또는 ‘삼산도’라고 불렸다. ‘거문도(巨文島)’라는 이름은 조선 말기 이곳을 찾은 중국 청나라 정여창이 김유라는 대학자와 필담을 나누다 그의 탁월한 문장력에 탄복해 붙여준 것이라고 전해온다.

어느 때든 상관없이 거문도항에 도착했을 때 맨 먼저 발길이 향하는 곳은 거문도등대(061-666-0906)다. 서도에 우뚝한 수월산(196m)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한다. 서도 남쪽의 찻길 종점에서 ‘목넘어’(또는 무넹이, 수월목)라는 갯바위지대의 잔교(棧橋)를 건너고, 다시 비탈진 나무 계단 길과 1.3km의 동백숲길을 통과해야 거문도등대에 당도한다. 이 길은 거제 지심도의 동백숲길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울창한 동백꽃길이다. 사방팔방이 온통 동백나무 원시림이어서 동백꽃이 피는 철에는 꿈길보다 더 환상적인 동백꽃길이 만들어진다.

거문도등대는 1905년 남해안에서는 최초, 우리나라에서는 인천 팔미도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불을 밝힌 등대다. 남해안과 제주도 사이의 중요한 뱃길을 밝혀온 거문도등대가 세워진 지 101년째 되던 2006년 여름에는 높이 34m의 새 등대가 준공되기도 했다. 154개 계단을 통해 해발 약 100m의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쾌청한 날에는 멀리 백도까지도 또렷이 보인다. 여름철에는 등대 옆 관백정에서 수평선에 자리한 아스라한 백도의 여러 섬 위로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사계절 휴양지에 왔는가, 거문도등대 ‘반가운 손짓’

한낮에도 어둑한 거문도등대 동백숲길.

거문도에는 거문도등대의 동백숲길 못지않게 매력적인 트레킹코스가 또 하나 있다. 서도의 보로봉에서 불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그것이다. 그 길을 걷노라면 망망대해의 수평선이 어깨를 맞댄 채 따라온다. 그래서 검푸른 바다 위에 쌓은 돌담 위를 걷는 듯 위태로워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가는 도중에 기와집의 용마루처럼 생긴 기와집몰랑과 탑처럼 우뚝한 신선바위 입구도 거친다. 기와집몰랑의 능선에서 거문도항과 삼호교를 바라보면, 삼호교 바로 앞에 반달 모양의 백사장을 품은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거문도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리는 유림해수욕장이다. 물이 깨끗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거문도항은 조선 말기에 발발한 거문도사건(1885년 4월 15일~1887년 2월 27일)의 역사 현장이다. 당시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한다는 이유로 거문도를 점령한 영국군은 정세에 따라 200~800명의 병력과 5~10척의 군함을 주둔시키면서 섬 곳곳에 포대와 병영을 구축했다. 영국군은 해군 제독 해밀턴의 이름을 따 거문도를 ‘포트해밀턴’이라고 불렀다. 당시 영국군과 거문도 주민의 관계는 대체로 우호적이었다고 전해온다. 주민은 영국군에게 노동력과 토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과 의료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영국군은 중국(청), 러시아, 일본 등의 열강과 조선 정부가 거세게 반발하자 러시아로부터 ‘한반도의 어느 곳도 점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거문도에서 철수했다.

지금도 거문도에는 거문도사건의 자취가 또렷이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국군묘지다. 거문도를 점령한 23개월 동안 모두 9명의 영국군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그중 3명의 무덤은 고향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이곳에 여태껏 남아 있다. 거문도항에서 좁은 골목길과 거문도사건 당시 영국군 막사가 들어섰던 거문초등학교를 지나면 어느덧 영국군묘지가 자리한 바닷가 언덕에 다다른다. 오래도록 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머나먼 타향에서 떠돌지도 모를 영국군 병사들의 넋이 애처롭고 안타깝다.

거문도여행에서는 백도 유람선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백도를 보지 못하면 거문도를 반의반밖에 못 본 것이나 다름없다. 거문도 절경의 태반이 ‘다도해의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백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는 백도는 모두 36개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취빛 바다 위에 보석처럼 흩뿌려진 서방바위, 각시바위, 부처바위, 도끼바위, 매바위, 병풍바위, 곰바위, 삼선바위 등 다양하고도 독특한 형상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규모가 큰 바위섬 위쪽으로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가 울창해 원시적인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쾌청한 날씨 속에 백도의 비경을 제대로 구경하고 나면 거문도여행에서 더는 바랄 것이 없어진다.

사계절 휴양지에 왔는가, 거문도등대 ‘반가운 손짓’

1 유람선을 타고 백도 해상일주에 나선 관광객들. 2 거문도의 별미 은갈치회.

여/행/정/보

●숙박

거문도항 주변에 시랜드모텔(061-665-1126), 고도민박(061-665-7288), 해밀턴모텔(061-666-4242), 태평양장(061-666-1867), 뉴백도장(061-666-1874), 동백여관(061-666-8062), 가리비민박(061-666-0009), 섬마을민박(061-666-8111), 늘푸른민박(061-665-7509), 터미널민박(061-665-8281), 노루섬민박(061-666-9372) 등의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맛집

거문도항에는 섬마을횟집(017-606-8051), 황금어장(061-666-7734), 패밀리모텔횟집(061-666-2334), 산호횟집(061-665-5802), 백도횟집(061-665-6183) 등의 음식점이 있다. 주로 갈치, 돔 같은 싱싱한 생선회와 매운탕, 김치찌개, 백반, 갈치구이정식 등의 식사를 내놓는다. 음식 값과 메뉴는 대체로 엇비슷한 수준이며, 맛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한여름인 7월부터 가을 깊은 10월 사이 갈치잡이철에는 은갈치회가 별미다.

교/통/정/보

●여수↔거문도

여수여객선터미널(061-663-0117)에서 (주)청해진해운(061-663-2824, www.cmcline.co.kr)의 오가고호와 오션호프해운(주)(061-662-1144, www.oceanhope.com)의 줄리아아쿠아호가 하루 2회씩 출항한다. 이용객이 많은 주말과 휴일에는 4회 왕복 운항하며, 여름철 성수기에도 증편된다. 여수와 거문도를 왕복 운항하는 여객선은 고흥 외나로도의 축정항을 경유한다. 소요시간(편도)은 약 2시간.

●고흥 녹동↔거문도

고흥군 도양읍 녹동항에서 (주)청해진해운의 페레스트로이카호가 하루 2회(08:00, 14:00) 운항한다. 평화해운(주)(061-843-2300, www.sea-4u.com)의 평화페리5호는 하루 1회(07:00) 출항하며, 2시간 50분 걸린다.

●거문도↔백도

거문도항에서 (주)청해진해운의 바다제비호가 수시 출항한다. 미리 전화로 시간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운항 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

●섬 내 교통

정기 노선버스는 없고, 거문도택시(061-665-1681)가 2대 있다. 거문도항과 동·서도의 어촌마을을 오갈 때는 주로 여객선 발착시간에 맞춰 운항하는 도항선을 이용한다.



주간동아 2011.06.20 792호 (p32~35)

글 ·사진 양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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