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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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한나라당으로 내년 선거 승리할 것”

당대표 경선 출마 소장파 리더 남경필 의원

  • 박민혁 채널A 정치부 기자 mhpark@donga.com

    입력2011-06-20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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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한나라당으로 내년 선거 승리할 것”
    6월 1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10층 사무실. 한 후배 기자가 지나가다 물었다. “남경필 의원이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고는 답은 듣지도 않고 “거의 없겠죠?”라며 혼잣말을 한 뒤 사무실을 ‘휙’ 나가버렸다.

    불과 4시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만난 남경필 의원은 “솔직히 당대표에 당선될 것 같아요?”라는 질문에 “앱설루트리(absolutely ·틀림없이)”라고 답했다. 후배는 이 말을 전할 틈도 주지 않았다. 왜일까.

    7월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남 의원의 목표는 1등으로 당선해 당대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후배 기자처럼 그의 당선을 예상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그런데 선수(選數)로만 보면 당대표를 하고도 남는다. 유력 후보인 홍준표 의원과 똑같은 4선이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46)와 부티 나는 이미지, 가끔 보수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비판적 발언이 남 의원을 유력 후보군에 들지 못하게 한다. 친박(친박근혜)도, 친이(친이명박)도 아닌 중립 성향이 남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또 다른 이유다. 선거인단이 21만 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조직표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렌지? 나는 ‘보수 스탠더드’

    남 의원은 자신의 핸디캡을 ‘쿨’하게 인정했다. 오히려 이를 장점으로 발전시켜 진화한다고 했다.



    “4선 의원이지만 여전히 오렌지 아니냐?”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훅’ 찔러봤다. 1990년대 부자 부모 덕분에 서울 강남 일대에서 흥청망청 소비하는 젊은이를 오렌지족이라고 불렀다. 2003년 남 의원이 공천 물갈이를 주장하며 정형근 전 의원을 그 대상으로 지목하자, 정 전 의원이 남 의원을 ‘오렌지’라고 반격하면서 남 의원에게 오렌지 꼬리표가 붙었다.

    남 의원은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컸고, 지금은 좋은 직업을 가졌다. 그래서 그런 지적을 아직까지 받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 혜택을 나만 누리지 않고 모두와 나눌 것이다. 그게 정치인 남경필이 해야 할 일이고 당대표가 되면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원로 일부와 극보수층에게서는 ‘깐죽거린다’는 평가도 받는다. 자격도 없는 사람이 표를 의식해 당의 변화와 개혁을 외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0년 정도 당의 잘못을 비판하고 변화와 개혁을 계속 외쳤다면 진정성이 있는 거 아니냐”면서 “표를 의식한 정책은 나쁜 정책이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면 해야 하고 그 안에 구체적인 예산과 철학을 담았다면 그건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남 의원이 내놓는 정책 일부가 좌파에 가깝다며 ‘색깔을 분명히 하라’고 말하는 이도 당내 일각에 있다고 말하자, 그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보수의 스탠더드다. 보수의 전형은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데, 나는 머물러 있는 것이 싫다. 조금씩 변하는 것이 좋다”면서 “지금까지 지역구 내 각종 공천에서 인위적 물갈이를 한 적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대북포용정책에 적극적이라는 이유로 한나라당에서 비판받는 것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대북정책은 북한의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핵 포기를 안 하면 아무것도 안 한다는 식의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의 행동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장점과 원칙을 지키는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장점을 결합한 제3의 방식을 도출해야 한다. 건강한 보수라면 내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지금처럼 꽉 막힌 상태에서 북한 도발을 걱정하고, 도발해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는 것을 보수가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갈등의 정치 청산… 무너진 중산층 반드시 복원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한나라당으로 내년 선거 승리할 것”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오른쪽)은 4선 중진이지만, 나이가 어려 소장파로 분류된다.

    남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을 박지성 선수가 소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만들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신구세대가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 한나라당을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만들겠다”면서 “20대 초반의 루니와 에르난데스가 공격수로 나서고, 30대의 박지성이 허리를 맡고, 노장인 퍼디낸드가 수비수, 70대의 퍼거슨이 감독을 맡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이 됐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의 젊은 층을 공격수로 전진 배치해 산토끼(중도 성향 유권자)를 잡고, 노장층은 수비수로 집토끼(보수층)를 지킨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남 의원은 “이번 대표 경선에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한나라당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 것으로 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이전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한결같이 변화와 화합을 얘기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신뢰받지 못한 분들이 또다시 표를 달라며 변화와 개혁을 얘기한다. 누가 믿겠느냐”며 다른 후보들을 겨냥했다.

    그는 갈등을 일으키는 정치를 청산하겠다고도 했다. 같은 당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 시의원과 대립하며 추진 중인 주민투표를 중단시키고, 야당과의 갈등도 크게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무너진 중산층을 반드시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남 의원은 조직의 열세를 정책으로 극복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년 전부터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왔다고 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2022년까지 고교 의무교육 실현 △2022년까지 대학등록금 평균 70%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2022년까지 63세 정년 법제화 및 임금피크제 도입 △직원 100명 이상 기업 2.5% 채용 더 하기 등을 정책으로 준비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익공유제, 도심 군사기지 이전 등 다양한 정책을 선거 전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선거기간에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100% 정책선거를 해 당원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며 “내 정책에 공감하는 분들과 연대해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과 연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은 시대가 변해 원하는 지도자의 상도 변했다고 했다. 신화적 삶을 살아온 지도자가 아닌, 평범하지만 모가 나지 않은 지도자를 국민이 원한다는 것이다. ‘신화형’ 리더는 고집과 갈등을 양산하지만, 평범한 ‘보통형’ 리더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화합의 정치를 한다고 남 의원은 설명했다. 보통형 리더를 자임하는 남 의원의 도전을 한나라당 당원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 결과는 7월 4일 전당대회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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