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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농업 선진화 희망의 신호탄 쏘았다

농협법 개정안 통과 이끈 농식품부 김재수 제1차관 “신·경 분리 숙원 해결, 농협 본연의 역할로 재탄생”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www.facebook.com/scud2007

농업 선진화 희망의 신호탄 쏘았다

농업 선진화 희망의 신호탄 쏘았다
“농협법 통과 후 농협이 실질적으로 농업 선진화를 위한 구심점이 될 것이다.”

3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개정안에 서명하면서 “이번 농협법 개혁이 농업인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이 될 것”이라 말했다. 3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에서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1중앙회-2지주회사(농협경제지주회사, 농협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하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김재수(54) 제1차관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다양한 의견을 지닌 국회의원과 농민단체를 만나 설득했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3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김 차관을 만나 농협법 개정안 통과의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100% 완벽하진 않지만 90점 이상 점수를 줄 수 있다”며 “농업 선진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농협법 개정안 90점 이상”

▼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전직 농식품부 장관 및 차관들에게서 전화가 많이 왔다. 정말 통과한 것이 맞느냐, 국회 소위만 통과한 것 아니냐며 놀라워했다. 여야 의원 간에도, 농민 단체와 전문가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다 보니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다. 2009년 개정안을 국회에 냈는데 지금에야 통과했다. 이번에 통과하지 못했다면 향후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았다.”

▼ 농협법 개정안 통과의 의미는.

“신·경 분리는 우루과이라운드 후 1994년 농어촌발전대책 수립 때부터 농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경제사업의 활성화로 농업과 농촌의 어려움을 농협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 특히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합의로 의결했고,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음에도 농민단체들이 농협 개혁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지지해줬다.”

▼ 농협금융지주회사와 농협경제지주회사가 만들어지면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가.

“일단 중앙회는 회원 조합과 농업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다시 말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경제지주는 공동출하, 공동판매, 공동이익에 충실한 전국적 농산물 판매조직으로서 기능할 것이다. 경제지주가 앞장서 농협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면 농업인의 소득이 늘고, 농업 경쟁력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금융지주는 농업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시중 금융기관과 경쟁 가능한 조직 형태로 바뀌게 된다. 시중은행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그 과실을 조합과 농업인에게 환원할 것이다. 금융지주의 경쟁력 제고는 중앙회, 궁극적으로는 조합원의 미래 자산가치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목표 중 하나로 유통, 판매 등 경제사업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이번 농협법에는 이를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는가.

“농축산물 및 그 가공품의 판매, 가공, 유통을 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우선적 사업목표로 규정하고, 전문 판매조직과 시설을 확보하도록 정했다. 중앙회에 조합 및 중앙회의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 투자계획 등을 포함하는 ‘농협경제사업활성화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또한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중앙회가 보유자본을 배분할 때 다른 곳으로 돈이 새는 걸 원천적으로 막았다. 농식품부에 ‘농협경제사업평가협의회’를 설치해 경제사업에 대한 지도 및 점검 체계도 구축했다.”

193조 거대 금융지주사 탄생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함에 따라 농협은행, NH증권, 농협보험, NH카드 등으로 이뤄진 자산 193조 원 규모의 농협금융지주회사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는 KB금융지주(275조 원), 우리금융지주(247조 원), 신한금융지주(238조 원)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거대 금융그룹 출현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를 두고 보험업계를 비롯한 금융사들은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이에 김 차관은 “농협이 대형화하는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일부 농민단체는 지주회사가 아닌 연합회 형식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대 지주회사가 만들어질 경우 농민보다 주주만 챙기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주회사는 농협이 100% 소유, 지배하는 협동조합의 자회사다. 당연히 조합과 조합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주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수단도 충분히 마련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 경영자에 대한 인사권, 그리고 경영평가 및 감사 등으로 지주회사를 관리감독할 수 있다. 선진국들도 협동조합 사업체의 단점을 해결하고 사업을 전문화하기 위해 지주회사나 자회사 형태로 사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농협경제지주회사와 농협금융지주회사는 이익을 극대화해 농민에게 그 이익을 돌려준다는 약속 하에 수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면제받는다. 또한 NH보험은 방카슈랑스 규제를 5년간 유예받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민간 금융회사의 불만이 크다.

“농협중앙회가 지주회사로 분리되면 그 과정에서 조세 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농업 부문의 지원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제상 혜택이 주어진 것이다. 또한 농협은 ‘공제’라는 이름으로 50년간 보험사업을 수행해왔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협중앙회 공제사업은 농협생명, 농협손해로 전환돼 보험업법이 적용된다. 보험업계는 농협의 보험업 진출에 따른 시장 잠식을 우려하나, 농협법상 보험특례는 현 공제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수준의 한시적 경과 조치로 불가피한 점이 있다. 현 공제사업이 수행하는 범위에서 특례를 규정한 만큼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 사업 분리에 따른 자본금 배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법 부칙에 중앙회가 보유자본을 배분할 때 ‘경제사업 부문에 필요한 자본을 우선 배분’하도록 명문화했다. 자본금 배분과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의 수립은 중앙회 내 농업인 단체, 학계 전문가, 정부 등이 참여하는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된다.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필요한 자본금은 먼저 농협이 자체 조달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등과 관계부처 협의체를 구성한 뒤 정부 자본지원 계획서를 마련해 2012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심의를 받도록 했다. 정부가 자본금을 지원하더라도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2012년 3월 2일 신설 법인이 출범하기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농식품부와 농협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농식품부는 사업구조 개편 지원, 지도 및 감독을 위해 농식품부에 (가칭)농협사업구조개편본부를 설치했다. 중앙회도 자산 실사·재평가, 법인별 조직 및 인력 재설계에 나서는 등 신설 법인 출범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어렵사리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이 어떻게 꽃을 피울지, 진정한 싸움은 지금부터다.

농업 선진화 희망의 신호탄 쏘았다




주간동아 2011.04.04 781호 (p34~35)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www.facebook.com/scud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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