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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 따로 노는 군대 만들 텐가

국방 선진화 군개혁 역행 설득력 상실 … 합동성 강화는 사람 아닌 시스템 문제

  •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팔다리 따로 노는 군대 만들 텐가

팔다리 따로 노는 군대 만들 텐가

합참의장의 작전지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정부의 군개혁 방안에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서해북부 사령부는 군단급으로 해병대 사령관 예하에 육군 1개 사단,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공군 2개 비행대대를 두는 것으로 구상했으나, 육·해·공 3군의 이기주의와 저항 때문에 결국 축소됐다.”

최근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책임을 맡았던 관계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짧은 말에 ‘국방 선진화를 추구한다’는 우리 군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과연 해병대 사령관 예하에 육·해·공 3군의 각 부대를 두자는 정부 구상은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한 것일까.

3軍 이기주의? 현실 반영 못해

먼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중요 역할을 맡고 있는 공군 전력부터 들여다보자. 우리 공군의 전력은 한마디로 ‘중앙집권적 통제, 분권적 임무 수행’ 구도로 운용된다 하겠다. 공군작전사령부는 제주도에서 백령도까지 전국적으로 분포된 레이더 기지와 공중 조기 경보기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토대로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한 모든 항공기의 국적, 기종, 고도, 속도, 방향 등을 파악한다. 식별이 어려운 항공기가 포착되면 미식별 항적 혹은 적성 항적으로 구분해 우리 요격기를 출격시킨다. 특히 남쪽으로 향하는 북한 공군기가 포착될 경우, 휴전선 혹은 NLL 북쪽 40~50마일 지점에서부터 우리 전투기를 출격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이곳에는 인공위성, 정찰기에서 들어오는 영상, 신호, 통신정보도 모인다. 공중전이 부각되는 요즘의 전시 상황에서 공군작전사령부의 정보가 곧 군 전체의 전시 대응 전략의 핵심인 셈. 그래서 전시 상황에서는 한미 공군 전력뿐 아니라, 미 해군과 우리 해병대의 항공 전력까지 공군에서 작전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병대가 이런 항공 전력을 예하에 두고 운영할 수 있을까.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해병대에는 다양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공군 전력 체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설령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군 전력 체계 일부를 해병대 사령부에 만든다고 해도 운영이 쉽지 않다. 어느 선에서 공군과 해병대가 임무 분담을 해야 할지 판단부터 흐려진다. 해상 표적 공격 시에는 선박의 종류에 따라 선택해야 할 무장이 다르다. 지상 표적 역시 넓은 지역에 분산된 것인지, 혹은 이동 중인 것인지, 아니면 지하에 견고화된 지역인지에 따라 출격 항공기가 달라진다. 장착해야 할 폭탄과 미사일도 따로 구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해병대가 주도적으로 전시 대응을 하는 것은 무리다.



육·해군의 전력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해병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3군이 모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시키는 대로 따라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 유기다. 일각에서는 이런 3군의 반대를 자군 이기주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합동참모본부, 각 군 본부, 각 군의 작전사령부 지휘 체계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토, 영해, 영공 방위의 책임을 맡는 각 작전사령부를 모두 폐지하고, 각 군 참모총장이 작전사령관의 임무를 함께 수행토록 하겠다는 것. 또한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모두 합참의장 예하에 소속시킨다는 내용도 있다. 군정(軍政), 군령(軍令)을 일원화하고 합동 기능을 강화해 효율적인 군 운영을 도모한다는 취지인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는 해병대 사령부에 육·해·공군 전력을 예속시키겠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한 사람에게 권력 집중 탈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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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장 한 사람 밑에 3군을 모두 두고 작전 지휘권, 인사권, 군수권 등 군 권력을 준다고 해서 합동성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작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인사 등 전시 이외의 사안에 많은 시간을 허비할 위험성이 크다. 일선의 작전 사령관들은 전시 정보를 파악하고, 합참과 연합사로부터 하달되는 작전 업무까지 수행해야 한다.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진정으로 합동성을 강화하고 싶다면 각 군의 전투 능력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시스템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우리 군 지휘관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이 아니라, 시스템 관리 능력이다.

합동성을 강화하고 군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미군과의 연합 작전 체제가 잘 갖춰져야 한다. 미군과의 작전 통제나 협조 관계는 사령부 대 사령부로 이뤄진다. 만일 작전사령부를 해체하면 각 군 본부가 미군 사령부와 협조해야 하는데 그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다. 공군의 경우라면, 미군 3성 장군 사령관 아래에 4성인 공군총장이 부사령관으로 자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게다가 당장 각 군 본부에 지휘·통제·통신 수단을 마련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한 사람의 군인이 군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면 국가 비상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합참의장이 국방부 장관과 군 운영을 놓고 의견을 달리하면 어쩌고, 국군 통수권자와 의견 충돌이 빚어지면 그때는 또 어쩔 것인가. 구(舊) 공산권 국가나 이스라엘 등을 제외한 선진국들이 군정과 군령을 분리한 합동군제를 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은 권력을 한 사람에게 줘야 합동성이 강화된다는 논리를 편다. 시대에 역행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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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추진 중인 방안대로 군 조직을 개편하려면 국군조직법, 군인사법,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등이 개정돼야 하고, 국방 관련 대통령령과 각 군의 규정까지 바뀌어야 한다. 모든 작전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뿐 아니라, 지휘통제통신망을 각 군 본부를 거쳐 합참으로 가는 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 각 군사 전문가는 2012년을 우리 안보의 최대 취약기라고 입을 모은다. 전시작전권 전환이 2015년으로 늦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시기에 군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시도로 보인다.



주간동아 2011.04.04 781호 (p14~15)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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