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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자식을 꾸짖지 않고 어떻게 잘 키웁니까?

대 이은 청학서당 서재옥 훈장 “도리가 무너져 가정·학교·사회가 흔들리는 것”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자식을 꾸짖지 않고 어떻게 잘 키웁니까?

자식을 꾸짖지 않고 어떻게 잘 키웁니까?
새 학기가 시작되는 요즘, 상위권에 오른 네이버 청소년 검색어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친구 사귀는 법’ ‘새내기 친구 사귀는 법’. 인터넷 지식인에 사람 사이 친교법을 묻는 10대들이 낯선 한편, 새삼 인성교육이라는 단어를 곱씹게 된다. 이런 안타까움은 경기 이천시 마장면 이평리 청학서당의 서재옥(49) 훈장을 만난 뒤 더욱 짙어졌다. 사제 간 폭행 등 ‘학교 붕괴’가 심각한 요즘, 서 훈장을 만나 처방을 물었다.

청학동 아버지 이천의 아들

“안녕하십니까. 깔깔깔.”

3월 2일 오후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청학서당. 앞마당에 들어서자 꼬마 숙녀들이 낯선 손님에게 스스럼없이 배꼽인사를 건넸다. 서 훈장이 거하는 본관 사무실로 들어가니 몸가짐이 절로 단정해졌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서 훈장이 봄내 그윽한 국화차를 권했다.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되 진중하고, 눈빛은 온화한 한편 매서웠다.

“현대 교육은 받은 적 없습니다. 일곱 살 때부터 한학자인 아버지 밑에서 한학을 익혔죠.”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의 청학동은 회초리와 엄한 ‘훈장 할아버지’로 상징된다. 서 훈장의 부친인 서계용(93) 옹은 청학동을 개척한 인물로 통한다. 계룡산 기슭에서 학문을 하다 6·25전쟁 이후 청학동으로 터전을 옮겼고, 최초로 청학동에 동네 서당을 열었다. 부친은 지금도 청학동을 지키고 있다. 서 훈장은 청학동 토박이다.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에게 ‘천자문’ ‘ 소학’ ‘명심보감’ ‘동몽선습’ ‘격몽요결’등을 배웠다. 스무 살 이후에는 한학의 대가를 스승으로 모시려 고향을 떠났다. 그리고 충남 부여의 서암 김희진 선생 등에게 사사하며 한학자로 기본기를 다졌다. 그러다 1980년 후반 고향으로 돌아와 오늘날 청학서당의 밑그림을 그린다.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외지에서 만난 한 교수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요즘 사제 간에는 정이 없다. 당신은 한 사람을 가르치더라도 괜찮은 제자를 길러라’. 그 이야기를 듣고 청학동 사람이 지닌 전통을 도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학동으로 다시 온 그는 청학서당의 문을 넓혔다. 한문뿐 아니라 인성 교육을 시작하자 하루가 다르게 서당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방학마다 자녀를 서당에 보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소박한 동네 서당에서 전국구 서당으로 변모한 것이다.

“청학동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교육이 놀이처럼 가볍게 변모해갔어요. 서당 본연의 역할을 잊은 사교육 업체가 우후죽순 들어섰고요. 아이들은 즐거워했지만 부모들은 ‘엄한 교육’을 아쉬워했죠. 제대로 된 서당을 다시 내고 싶어 청학동 서당을 동생에게 맡기고 5년 전 이천으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정에 휘둘리지 말고 마음 아파도 옳은 것 가르쳐야

자식을 꾸짖지 않고 어떻게 잘 키웁니까?
처음에는 다소 썰렁했으나, 5년이 지난 지금 청학서당 경영은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개인은 물론 학교 단체 캠프도 잦아 서 훈장과 5명의 보조교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청학서당은 2박3일 캠프 코스부터 방학용인 1~4주 코스, 그리고 1년간 숙식하며 지내는 장기 코스까지 다양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개학 직후라 일부 장기생이 서당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 학생들은 인성·예절 교육, 한문 교육, 체험학습, 전통예절 교육 등을 받는다. 그는 “‘양반은 행동거지가 점잖고 조용해서 잘 살고, 상놈은 가볍고 천하게 행동하기에 못 산다. 천한 행동을 하고 잘되는 놈이 없다’라고 학생들에게 말하면 잘 이해한다. 본인들도 잘 살고는 싶으니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서 훈장의 부연 설명은 길어지는 추세다.

“10년 전에는 ‘부모님이 너희를 낳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라고 물으면 ‘효도해야죠’라고 답했어요. 요즘은 ‘책임져야죠’라고 말해요. 어릴 때 부모가 자식의 그늘이 됐다면, 부모 늙어서는 자식이 그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부모 희생을 너무 당연시합니다.”

서 훈장은 무너진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예전에는 1주일 교육을 받고 나가면 2주일간 다른 아이가 됐다. 지금은 2주 교육을 받고 나가도 그 효과가 1주를 못 간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 가정교육이 망가지고, 일부 사명감과 책임감 있는 교사의 앞길이 제도적으로 막히면서 학교교육이 무너졌다는 것. 그는 “부모의 과보호가 가장 큰 문제”라며 부모의 도리를 개탄했다.

“요즘 부모들은 돈, 아파트를 남기는 게 부모의 도리인 줄 압니다. 하지만 저는 고등학교까지 보내면 자녀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기본 사람 본만 튼튼히 심어주면, 스무 살 이후는 본인 몫입니다. 기본 교육을 받은 맨손으로 앞날을 개척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큰돈을 줘도 금세 탕진합니다.”

자녀의 본을 다지려면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서 훈장이 제시한 처방은 간단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웠다. 지나치게 정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것. 부모는 자녀의 잘못을 100번 나무라서라도 고쳐주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요즘은 자녀가 상처받을까 마음이 아파 내버려두는 경우가 많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모난 돌은 자라서 사회를 오염시킨다”라며 ‘엄한 교육’을 강조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돌 하나가 여기까지 굴러오면 그대로 모난 돌입니다. 하지만 100개가 서로 부딪치고 깨지며 구르다 보면 몽돌로 변합니다. 본인이 최고인 줄 아는 모난 돌 같은 사람은 사회에 나와서도 주변 사람 고생시켜요. 부모는 마음이 아파도 옳은 것은 단호하게 밀어붙이는 교육을 해야 해요. 큰 인물은 상처를 딛고 나는 법입니다.”

서 훈장은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서당을 지키다 보면 초·중학교 교사들과 만날 기회가 많은데, 그때마다 거꾸로 가는 인성교육 제도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스승의 도는 제자를 가르치는 것인데, 그 도를 짓밟고 왜 학생이 안 달라지냐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인권이고 민주화인지 모르겠어요. 서구권은 이미 형성된 문화나 제도 안에서 평등을 찾는데, 그것 없이 평등을 외치는 건 옳지 않죠. 제자를 혼내는 스승의 도가 지나친 사람을 꾸짖어야지, 그 사람으로 인해 전체 교사를 매도하면 교육이 제대로 설 수 없어요. 아버지, 어머니, 어른, 스승이 다 친구면 금수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주간동아 2011.03.07 777호 (p74~75)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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