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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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더 단단해진 ‘형제국 우애’

뉴질랜드 참사 소식 호주 추모 분위기 … 연이은 자연재해 구호팀 서로 파견 내 일같이 도와

  • 시드니=윤필립 시인·호주 전문 저널리스트phillipsyd@hanmail.net

    입력2011-03-07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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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으로 더 단단해진 ‘형제국 우애’
    3월 1일 오전, 호주 수도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이 2분 동안 거행됐다. ‘형제 국가’ 뉴질랜드의 불행한 사태를 안타까워하는 분위기가 호주 전역으로 이어졌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서 한 추모연설에서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2009년 호주 빅토리아 주 산불, 2010년 퀸즐랜드 주 대홍수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모래폭풍, 2011년 퀸즐랜드 사이클론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 등 지난 2년간 두 나라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자연재해 때문에 호주와 뉴질랜드는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추모연설을 통해 “불과 일주일 전 뉴질랜드를 방문해 호주 총리로는 처음으로 상하 양원에서 연설했는데, 돌아오자마자 이런 비보를 접하게 돼 슬픔이 더욱 크다”면서 “뉴질랜드 의사당 연설 도중 ‘뉴질랜드와 호주는 한 가족’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는데, 지금 그 가족이 넋을 잃고 말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유롭게 이주하고 취업도 가능

    2월 22일 뉴질랜드 제2의 도시이자 남섬의 중심지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모멘트 규모 6.3의 강진이 지하 5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일주일이 지난 3월 2일 뉴질랜드 전역에서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마오리족 여성의 애절한 추모곡이 이어지는 동안 TV를 시청하는 호주 국민도 깊은 애도에 빠져들었다. 이어서 지진이 발생했던 시각인 12시 51분(뉴질랜드 현지시각)부터 2분 동안 호주 전역에서도 묵념에 동참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는 태즈먼해가 놓여 있다. 네덜란드 해상탐험가 아벌 타스만이 1642년부터 3년간 이 바다를 항해하면서 호주 남단의 태즈메이니아 섬, 뉴질랜드, 피지, 뉴기니 등의 남태평양 신대륙을 최초로 발견해 태즈먼해라 부르기 시작했다. 호주-뉴질랜드는 1973년 ‘태즈먼 조약’을 체결해 명실공히 형제 국가의 본보기가 됐다. 두 나라의 시민권자가 자유롭게 상대국으로 이주하고 취업도 할 수 있다. 다만 국가안전기구나 연방정부 고위공무원으로 일하는 것만 제한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진 발생 당일 저녁부터 호주의 모든 지상파 TV가 현지에 앵커와 리포터를 파견해서 생방송을 시작했다. 처음 사흘은 하루 종일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특별방송’을 내보냈다. 형제 국가 뉴질랜드의 재난이 호주의 재난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었다. 호주 국민 피해상황은 사망자 2명에 불과했다.

    이런 생각은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퀸즐랜드 주에서 2010년 ‘크리스마스 대홍수’와 2011년 2월 ‘사상 최악의 사이클론’을 당했을 때 뉴질랜드 재난구조팀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당연히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호주 재난구조팀이 가장 먼저 건너갔다. 이렇듯 호주와 뉴질랜드는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형제 국가로 지낸다.

    그렇다면 같은 오세아니아 대륙에 있음에도 뉴질랜드에서 지진이 더 많이 나는 이유는 뭘까. 호주국영 abc-TV에 출연한 지리학자 트레버 알렌 박사는 “뉴질랜드는 지진 빈발지역인 텍토닉 판 경계에 위치하지만, 호주대륙은 텍토닉 판 중앙에 있기 때문에 지진 발생의 빈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 뉴질랜드에서는 2010년 9월 4일에도 크라이스트처치 서쪽 30km 지점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한 바 있다. 그래서 2월 22일 발생한 지진이 2010년 9월 지진의 여진이라는 견해와 독립된 지진이라는 견해가 분분하다. 9월 지진은 이번보다 강도가 셌음에도 진원지가 멀리 떨어져 있었고, 지표에서 33km 떨어진 지하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거의 피해가 없었다.

    CTV 빌딩서 가장 큰 피해

    이번 지진은 진원지가 도심에서 가까운 데다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지표와 가까운 지점에서 발생해 피해가 컸다. 벽돌건물과 목조건물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크라이스트처치의 아이콘인 앵글리칸 대성당의 고딕양식 첨탑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뉴질랜드 캔터베리 지방경찰 당국은 “3월 2일 오전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154명이지만 최종 사망자는 24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8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당시의 압력이 커 시신 수습조차 어렵다는 것. 뉴질랜드 교민 한원탁(21·대학원생) 씨도 “뉴질랜드에서 18년 동안 살면서 이런 공포는 처음 경험했다”며 “한국인 유씨 남매를 포함해 100명 이상이 묻힌 것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최대 피해 건물인 CTV 빌딩에서의 구조는 안타깝지만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건물에서는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3월 1일 밤 10시 8분에도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 지역에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호주 TV 방송사들도 긴급뉴스를 내보냈지만, 다행히 강도가 약하고 지속시간도 4~5초에 그쳐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호주는 첨단장비를 갖춘 연방경찰 소속 재난방지 및 긴급구호팀과, 크라이스트처치와 가까운 곳에 자리한 빅토리아 주를 중심으로 6개 주에서 선발한 주립 비상재난 구호팀으로 구조팀을 구성해 뉴질랜드에 급파했다. 호주 연방경찰팀은 주로 실종자 수색과 추가 재난 발생 조사를 맡고, 주립 비상재난 구호팀은 무너진 건물을 철거하고 끊어진 전기와 상수도 복구를 책임진다.

    호주 퀸즐랜드에서 대홍수와 사상 최악의 사이클론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뉴질랜드 구호팀이 신속히 호주에 와 몸을 사리지 않는 구조 활동을 보여줬다. 당시 이들의 활동을 TV 화면으로 지켜본 호주 국민은 큰 감동을 받았다. 그들 중 일부는 지금도 퀸즐랜드에 남아 재난지역 복구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결국 두 나라 구호팀이 같은 시기에 상대 국가로 건너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형제 국가가 아니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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