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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경찰의 性戰 풍선효과 딜레마

단속하면 할수록 성매매 업소 더 은밀 … 변종업소 등장에 주택가로 옮겨가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경찰의 性戰 풍선효과 딜레마

경찰의 性戰 풍선효과 딜레마

2월 28일 밤 부천 카페촌 골목 업소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왼쪽). 하지만 춘의동으로 옮겨간 업소는 문을 잠그고 몰래 손님을 받았다.

2월 28일 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성곡동 주민센터 인근. 주택가 바로 옆 길가에는 일반음식점 간판을 단 20여 곳의 가게가 늘어서 있지만 불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다. 이곳은 성매매 등 퇴폐영업을 하는 속칭 ‘방석집’이 자리했던 ‘부천 카페촌 골목’. 한 택시기사는 “부천역 인근 성매매 업소들이 재개발로 문을 닫은 뒤 부천에서 유일하게 성매매가 가능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1980년대 말 생겨난 카페촌 골목은 인근에 초등학교, 중학교 등 7곳이 밀집해 주민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한 중학교는 이곳과 고작 200m 떨어져 있을 정도. 다행히 이제는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손님도 하나 없다.

경찰의 단속을 비웃으며 영업해온 카페촌의 불을 꺼뜨린 주인공은 부천 오정경찰서(이하 오정서)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오정서는 ‘카페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오정서 여성청소년계 직원들은 오정구청 담당공무원과 함께 특별단속반을 편성해 6개월 동안 주 2~3회씩 단속과 지도점검을 했고, 단속을 피해 몰래 영업하는 업소를 잡아내려고 잠복근무까지 했다. 업소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업소가 밀집한 점을 이용해 2~3곳은 비밀 통로로 연결해놓고 단속이 나오면 다른 업소로 접대부와 손님을 빼돌렸다. 업소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를 거미줄처럼 설치해 물 샐 틈 없이 외부를 감시했고, 그것도 모자라 검은색 세단 차량으로 배회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업주는 간판을 바꾸고 바지사장을 내세우며 버텼지만 경찰의 끈질긴 단속에 결국 자진 폐업신고서를 내고 문을 닫았다.

불 꺼진 부천 카페촌 골목

하지만 이런 오정서의 단속이 인근 다른 경찰서로선 달갑지만은 않다. 바로 성매매 업소 단속의 풍선효과 때문. 성매매 업소는 경찰의 집중 단속이 있을 때마다 인접 지역으로 옮기거나 더 적발하기 힘든 주택가로 은밀히 파고들었다. ‘주간동아’의 취재 결과 카페촌 골목의 업소도 이미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택시기사 정모 씨는 행방을 묻는 기자에게 “폐업 뒤 곧장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단골은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친절히 새로운 위치를 알려주었다. 다른 택시기사는 택시 콜센터에 전화해 업소의 정확한 위치까지 알려주었다. 심지어 경찰을 비난하고 “먹고살려고 장사하는 업주”를 동정하는 이도 있었다.

업소가 옮겨간 곳 중 한 곳은 원미구 춘의동 아파트단지 인근이다. 원래 위치에서 택시로 고작 5분 거리. 옮겨온 자리에도 30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원미경찰서(이하 원미서)도 1km 떨어져 있다. 기자가 직접 찾아가보니 업소들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간판과 문이 깔끔했다. 겉으로는 업소 외부로 흘러나오는 빛이 없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없어 영업이 이뤄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업소의 문이 열리더니 손님 2명이 마담의 배웅을 받으며 빠져나왔다.



이곳 업소는 손님이 찾아오면 일단 가격 흥정을 한 뒤 건물 앞뒤 문을 걸어 잠근다. 손님은 룸에서 술을 마시며 유사 성행위를 한 뒤 접대부와 밀실로 이동해 성관계를 갖거나, 그 자리에서 성관계를 한다.

기자도 성구매자를 가장해 일행 한 명을 데리고 한 업소의 문을 두드렸다. 잠시 뒤 문이 열리더니 어떤 여성이 “어서 들어와라. 안에서 이야기하자”며 재촉했다.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옮겨온 탓인지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카운터에서는 CCTV 화면이 업소 안팎을 비추고 있었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 접대부 2명이 기자를 반겼다. 마담은 “2차(성매매)까지 가능하다”며 구체적인 액수와 조건 등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부천 카페촌 골목 업소 중 일부는 인천시 남구 용현동과 부천 시민회관 인근으로 흩어졌다. 부천 시민회관 쪽으로 옮겨간 업소 바로 옆에도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다.

업소가 옮겨간 곳은 원미서 관할. 원미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업소들이 구청에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청을 하자마자 우리는 현장 답사를 했다. 단순한 영업만으로는 단속이 불가능해 꾸준히 24시간 순찰 활동을 하며 불법영업을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불법행위가 현장에서 목격되거나 신고가 들어오면 잠복근무를 해서라도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에게 골칫거리를 넘겨준 셈이 된 오정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도 “업소들이 카페촌을 떠난 뒤에도 계속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원미서와 합동단속을 하든지, 첩보를 입수하든지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에게 골칫거리를 넘겨준 셈

하지만 성매매와의 승부에서 경찰이 이기려면 일선 경찰서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성매매 업소 집결 지역에서 단속 경험이 있는 한 경찰은 “오정서가 관할 내 성매매 업소를 뿌리 뽑는 성과를 올렸다 해도 풍선효과를 생각한다면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인근 경찰서 직원들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우리 서에서 단속을 한창 할 때도 ‘적당히 해라. 우리 관할로 다 넘어온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결국 본청 차원에서 단속 공무원을 동원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풍선효과를 핑계 대며 “성매매 업소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대구여성회 인권센터 힘내상담소는 대구지역 성매매 업소의 실태조사를 벌이며 “성매매방지법의 부작용이 풍선효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박영숙 활동가는 “신변종 업소가 생겨나고 주택가로 파고드는 것은 새롭고 다양한 상품을 구입하려는 성구매자의 욕망 때문이지 풍선효과 때문이 아니다. 업소가 주택가, 학생 통학로에 생겨도 신고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순간 일상으로 성매매가 침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1.03.07 777호 (p60~61)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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