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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감귤? 온주귤? 못생긴 것이 맛 좋아

감귤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감귤? 온주귤? 못생긴 것이 맛 좋아

감귤? 온주귤? 못생긴 것이 맛 좋아

스트레스를 받아 껍질의 표면이 울퉁불퉁해진 온주귤. 이것이 향이 짙고 달다.

제주도에서 나는 노란색의 오렌지 같은 과일을 두고 우리는 감귤, 귤, 밀감 등으로 부른다. 이 용어들을 한번 정리해보자. 이런 용어 정리도 음식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일이다.

감귤(柑橘)은 운향과 감귤나무아과 감귤속, 금감속, 탱자나무속 과일을 총칭하는 단어다. 그러니까 유자, 레몬, 자몽, 오렌지, 탱자 등도 다 감귤이다. 귤(橘)은 감귤과 비슷한 뜻으로 쓰기도 하지만 제주 감귤만을 지칭하기도 한다. 옛 문헌을 보면 이 여러 가지 감귤류를 두루 귤이라 했던 것 같다. 밀감(蜜柑)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흔히 썼던 말인 듯하다. 일본에서는 미깡(蜜柑)이라 발음하는데,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어른들은 이 말을 주로 썼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는 분이 간혹 있다.

감귤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과일이 이처럼 넓은데도 제주에서 나는 감귤만을 굳이 감귤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니까 한라봉과 청견도 감귤이라 할 수 있으니 제주 감귤만을 뜻하는 어떤 단어가 있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제주 감귤 원산지는 중국 원저우(溫州)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이 감귤을 원저우미간(溫州蜜柑)이라 한다. 이 감귤은 일본으로 건너가 원예종으로 다양하게 개량됐다. 일본에서는 이를 원저우미깡(溫州蜜柑)이라 한다.

감귤류는 우리 땅에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제주 감귤은 육지 권력자의 수탈물로 관리된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선에서는 왕가 식솔과 중앙관리들만 감귤을 맛볼 수 있었는데, 감귤이 제주에서 올라오면 이를 축하하기 위해 성균관과 사학(四學)의 유생들을 모아 시험을 보게 하고 상으로 나누어주는 행사도 벌였다. 조선의 왕가와 그 주변의 사람들은 감귤로 신이 났겠지만 제주의 농민들은 감귤 수탈로 인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관리들은 초여름에 피는 감귤 꽃의 수를 세어두었다가 겨울에 그만큼의 감귤을 거두려 했고, 감귤이 많이 열린 해를 기준으로 해마다 똑같은 양의 감귤을 내놓으라 했다. 제주 농민들은 수탈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감귤나무 뿌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 고사시키기도 했다. 1894년(고종 31) 갑오개혁으로 공물제도가 없어지자 제주의 감귤나무는 버려졌다. 식량작물이 아니니 제주 농민들은 그 지긋지긋한 나무를 보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때까지 제주에서 재배했던 감귤은 동정귤, 금귤, 청귤, 병귤, 당유자, 진귤 등이었다. 이 재래 감귤은 상업적 가치가 없어 현재는 재배하지 않는다.



지금의 제주 감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이식된 것이고, 그게 원저우미깡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도 제주에서는 원저우미깡 농사가 흔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많이 재배해 반도에서는 수입해 먹었다. 6·25전쟁 이후 제주에 남아 있던 원저우미깡 나무는 큰돈이 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수입하지 못하니 감귤은 조선시대 때만큼 귀한 과일이 됐다. 돈이 되니, 감귤나무가 순식간에 번졌다. 묘목은 물론 일본에서 건너왔다. 처음엔 제주에서 제일 따뜻한 서귀포 일대에서만 재배됐는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곧 제주 전역으로 확대됐다.

제주의 감귤은, 그러니까 원래는 중국에 있었던 것이며 이게 일본에서 개량돼 들어와 우리나라에서는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품종인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그 지명을 따 원저우미간, 원저우미깡이라 하니 우리도 온주밀감이라 부르면 간단한 일일 것 같으나, 우리의 옛 문헌을 보면 밀감보다 귤이라는 말을 더 흔히 썼으니 이 단어를 살려 ‘온주귤’이라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온주귤에도 여러 품종이 있는데, 10~11월에 나오는 극조생종은 향이 연해 싱겁다. 12월부터 나오는 것은 조생종인데 이게 향이 좋다. 극조생종은 큰 것이 낫고 조생종은 작은 것이 맛있다. 감귤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향이 짙고 당도가 올라간다. 스트레스는 병과 벌레에 의해 생기는 일이 많다. 그러니까 겉이 거칠고 벌레 먹은 자국이 있는 게 더 맛있다. 못생긴 것을 고르는 것이 맛있는 감귤을 고르는 방법이다.



주간동아 2010.12.27 768호 (p86~86)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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