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6

2017.05.03

法으로 본 세상

순수 기부 목적 세금폭탄은 부당

기부 주식의 증여세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ykpark079@hanmail.net

    입력2017-04-28 18:08:4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순수 기부 목적으로 공익법인에 증여한 주식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4월 20일 재단법인 구원장학재단(원고)이 수원세무서장(피고)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 소송(2011두21447)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생활정보 소식지 ‘수원교차로’ 창업주인 황필상 씨는 6촌 동생과 함께 자신의 전 재산에 가까운 수원교차로 보유주식 90%를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모교인 A대학에 증여키로 했다. 그러나 A대학에서 주식을 직접 증여받는 게 어렵다고 하자, 2002년 10월 2465만 원을 기부해 구원장학재단(재단)을 설립했다. 같은 시기 황씨 회사인 수원교차로도 이 재단에 1억7535만 원을 출연했다. 이후 황씨는 2003년 2월 수원교차로 주식 90%를 더 증여했고, 같은 해 4월 재단은 공익법인등기부에 자산총액을 180억3144만 원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수원세무서는 2008년 9월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라 “황씨가 최대주주인 수원교차로 회사의 주식 5%를 초과해 기부했다”며 황씨가 재단에 증여한 주식에 대해 2003년 귀속분 증여세 140억4193만 원(가산세 포함)을 재단 측에 부과했다. 이에 재단은 “황씨는 정관 작성, 이사 선임 등 재단 설립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수원교차로와 황씨가 특수관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2009년 12월 수원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황씨가 출연한 주식은 경제력 세습이 아닌 순수한 장학사업을 위한 것이므로 증여세 부과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해 재단이 승소했다. 하지만 2심(서울고등법원)은 “황씨와 재단이 가진 주식을 합하면 수원교차로 주식 전부에 해당한다”면서 “상증세법상 수원교차로는 황씨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으로 과세 대상이 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대해 재단은 2011년 9월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사건을 심리해왔다. 상증세법 제48조 1항 본문에는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하지만, 제48조 1항 단서와 제16조 2항 단서에 의하면 ‘출연된 내국법인의 주식이 그 내국법인 발행 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출연된 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그 출연자와 내국법인 사이에 ‘특수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둘 사이에 특수관계가 인정된다 해도 그 둘이 보유한 주식의 합계가 그 법인 내에서 가장 많아야 한다는 최대주주 요건을 갖춰야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이 법 시행령은 ‘주식 출연자 등이 이사의 과반수를 차지하거나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법인’을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단지 ‘재산을 출연해 비영리법인을 만들었다’는 사실만 강조해 이들의 특수관계를 인정하고 증여세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과세 요건에서 중요시되는 최대주주 여부는 주식을 재단에 출연하기 이전이 아니라 그 후에 출연자에게 남은 주식과 재단의 주식을 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출연자와 재단의 특수관계를 인정하려면 ‘비영리법인의 정관 작성, 이사 선임 등의 과정에서 이들이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식 기부 전 ‘내국법인의 최대주주였던 자’의 기부를 규제하고자 함이 아니라, 주식 기부 후 ‘내국법인의 최대주주가 되는 자’의 기부를 규제하는 것으로, 공익법인에 대한 선의의 기부를 장려하면서도 편법적인 제도의 남용은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기준과 운용 방식을 제시한 판결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