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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소셜커머스, 의욕이 너무 과했나

50% 파격 할인 판매로 인기몰이 … 불친절·차별대우 등 소비자 피해도 급증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소셜커머스, 의욕이 너무 과했나

소셜커머스, 의욕이 너무 과했나
#1 정가 9500원짜리 ‘폭탄버거’가 단돈 4750원. 지난 9월 직장인 A씨는 한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업체를 통해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열량 1000㎈짜리 수제버거(일명 폭탄버거)를 반값에 먹을 수 있는 쿠폰을 구입했다. 하지만 주말에 식당을 찾은 A씨는 속았다는 느낌에 불쾌했다. 쿠폰을 구입할 때 본 세트와 구성이 달랐을 뿐 아니라 종업원의 태도도 불친절했기 때문이다. 화가 난 A씨는 쿠폰을 환불받기로 결심하고, 제값을 주고 버거를 사먹었다.

#2 10월 중순, 한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쿠폰을 구입해 고급 일식집을 찾은 B씨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8만8000원짜리 코스 요리를 4만4000원에 먹을 수 있는 쿠폰이었지만, 제때 요리가 나오지 않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식당 측은 쿠폰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 주방의 일손이 부족하다며 도리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B씨는 반값만 지불했다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소셜커머스가 큰 인기다. 소셜커머스는 공동구매 형식으로 하루에 한 가지 서비스나 상품을 정가보다 50% 이상 할인한 가격에 제공하는 판매시스템. 원래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활용한 전자상거래(e-commerce)를 아우르는 개념이지만, 현재 통상적으로 미국 벤처기업 그루폰(Groupon)이 2008년 세계 최초로 시작한 사업모델(도시별로 하루에 하나의 서비스나 상품을 파격가에 판매)을 가리킨다. 소비자는 파격가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고, 제휴사는 홍보를 통해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일종의 중개업자로 총 판매금액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제휴사로부터 받는다.

일부 업체 준비도 없이 서비스

소셜커머스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음식, 미용, 공연 관련 트렌디 서비스나 상품이 주를 이룬다. 주 고객층은 소셜미디어 활용에 익숙한 젊은 층으로 특히 유행과 문화, 가격에 민감한 20, 30대 여성이 많다. 업체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판매 형식은 대부분의 업체가 할인쿠폰을 하루에 한 장씩 제공하는 ‘1일 1쿠폰’제이며 제휴사의 종류도 대동소이하다.



국내에서는 올 3월 ‘위폰’이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후 ‘티켓몬스터’ ‘쿠팡’ 등 50여 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 5월에 문을 연 티켓몬스터는 올 연말 기준으로 매출액 200억 원, 당기순이익 30억 원 정도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10월 후발주자로 서비스를 시작한 ‘위메이크프라이스’도 오픈 첫날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10만 장을 6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 15억 원을 벌어들였다. 소셜커머스 사업이 국내에 소개된 지 7개월여 만에 50여 개 업체가 생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업 초기부터 성공하는 사례가 늘자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같은 대기업도 소셜커머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업체가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채 난립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월 문을 연 위메이크프라이스는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고객 전화상담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고객이 몰리면서 전화상담 장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결제시스템 장애, 배송 지연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고객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이 업체의 고객인 직장인 정모(29 )씨는 “50% 이상 싸게 파는데 당연히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라 예상하고 서버 관리, 인력 충원 등을 제대로 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티켓몬스터는 판매 가능한 수량이 1000장인 쿠폰을 1300여 장 팔았다 고객의 항의가 빗발치자 홈페이지에 사과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는 소셜커머스 업체보다 제휴사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휴사가 예약, 메뉴 선택, 시간 등에서 쿠폰 사용에 제한을 두는 등 제값을 내는 고객에 비교해 턱없이 질 낮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 소셜커머스 이용 고객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 실제 소셜커머스 업체 홈페이지에는 제휴사들의 이런 차별적 대우에 대한 고객의 항의글이 쇄도한다.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는 소비자 피해의 책임을 모두 제휴사에게 전가해 비난을 사고 있다.

여러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50여 종의 쿠폰을 구입하고 제휴사의 서비스를 직접 받아본 기술문화연구소 류한석 소장은 “간혹 소셜커머스 업체 중 제휴사의 잘못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곳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믿을 수 있는 서비스 역량을 갖춘 업체를 소개하는 것도 소셜커머스 업체의 책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경쟁 가열 질 낮은 제휴사도 연결

그렇다면 제휴사가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홀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간에 제휴사 유치를 두고 벌이는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는 경쟁이 치열해지자 제휴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매출액의 10~20% 수준에서 5~10%로 크게 낮췄다. 류 소장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수수료를 낮추면서까지 제휴사를 유치하는 경우 신뢰할 만한 곳과 제휴를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러 업체를 비교, 검토한 뒤 제휴사를 선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가 질 낮은 서비스 상품을 접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매출규모 5위권에 드는 소셜커머스 업체 마케팅 관계자는 “덤핑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추는 업체가 소셜커머스 사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들 소셜커머스 업체에겐 또 다른 위기가 찾아들고 있다. 대형 제휴사 중 소셜커머스를 통한 할인판매가 자신들에게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심을 품기 시작한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휴사가 50% 이상 할인한 가격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쇼셜커머스의 홍보효과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할인쿠폰을 들고 온 고객이 다음에는 제값을 내고 해당 서비스와 상품을 이용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딴판이었다. 소셜커머스 업체와 고객은 ‘50%이상 할인’에만 집착할 뿐, 할인쿠폰이 없으면 해당 업소를 다시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강민형 수석연구원은 “비록 할인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은 정가 기준으로 서비스나 상품을 평가한다.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누렸다고 느껴야 다시 찾을 의사가 생기는데 현재는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소셜커머스, 의욕이 너무 과했나

소셜커머스 업체들 홈페이지. 이들은 소비자에게 50% 이상 할인가에 음식, 미용 등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한다.

한편 소셜커머스 쿠폰 방식과 관련해 쿠폰이 유통되는 유효기간 중 업체나 제휴사가 파산하거나 사라져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다. 기업경영 평가·자문회사인 딜로이트컨설팅 이성욱 상무는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돈만 내고 상품을 받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듯, 소셜커머스도 유사한 일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업체의 서비스 실태와 피해보상 대책, 제휴사의 질을 인지할 수 있는 평가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정보 제공과 피해상담을 담당하는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 정지연 팀장은 “현재 소셜커머스가 신사업모델이고 아직까지 사기사건 등 큰 피해사례가 없어 별도의 법적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소셜커머스 업체를 선택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업체 홈페이지에서 콘텐츠, 이용 후기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쿠폰의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 류 소장은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상당수가 사재기하듯 충동적으로 쿠폰을 구매한다. 뚜렷한 소비 계획을 가지고 쿠폰을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11.01 760호 (p50~51)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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