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0

2010.11.01

강남 이웃사촌의 드잡이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10-29 1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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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발(發) 이야기는 언제나 뉴스가 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길 원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3.3㎡(1평) 가격이 3000만 원이 넘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용역직원들에 맞서 몸싸움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습니다.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이 왜 거리로 나섰을까요?

    10월 27일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 후문에는 ‘대문 앞 교차로가 웬 말이냐! 진달래 차량 진입로 공사 결사반대!’ 현수막이 나부꼈습니다. 발단은 출입도로입니다. 도곡렉슬 주민들은 후문 앞 50m 길이의 3차로를 출입로로 써왔습니다. 주민들은 정문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을 수 없어 강남대로를 나갈 때는 후문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진달래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삼성래미안(130여 가구)으로 탈바꿈하면서 지하주차장 출입로를 이 도로로 냈습니다. 도곡렉슬 주민들은 “출퇴근 때마다 차가 엉켜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버릴 것이다”며 공사를 막았습니다. 삼성래미안 측도 “강남구청의 허가를 얻었고 2008년에 이미 도곡렉슬과 협의했다”며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출입로는 도곡렉슬아파트가 재건축하며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서울시 소유의 땅입니다.

    서로 팽팽히 맞서니 충돌이 불가피했습니다. 10월 20일 새벽 삼성래미안 조합 측은 도곡렉슬 주민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세운 벽돌담을 허물었습니다. 양쪽 입주민 200여 명이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을 했습니다. 입주 시작 3일 전인 25일에는 조급해진 삼성래미안 측이 진·출입 도로 마무리 공사를 강행했고, 도곡렉슬 주민 수십 명도 대로변까지 나와 도로를 점거하며 공사차량을 막았습니다. 150여 명의 경찰이 주민들을 진압 하는 등 이 일대에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강남 이웃사촌의 드잡이
    결국 이웃사촌으로 어울려 살아야 할 두 아파트 주민은 철천지원수가 됐습니다. 양측을 조율해야 할 강남구청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구청 관계자는 “양측 아파트 대표를 모아 회의도 여러 번 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출입도로 공사는 서울시 조례를 따랐으며 교통심의평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구청도 뾰족한 수가 없다 하니 ‘강남 아파트 재건축 바람’ 탓만 해야 하나 봅니다. 한 주민은 “도곡렉슬도, 삼성래미안도 재건축을 하기 전에는 가구 수도, 차량도 적어 이 도로를 사이좋게 썼다. 그렇다고 재건축을 안 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지만, 어디에도 해답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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