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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난 밤고구마가 정말 좋은데…

고구마 품종 실종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난 밤고구마가 정말 좋은데…

난 밤고구마가 정말 좋은데…

요즘 고구마는 색깔에 치중할 뿐 맛에 대한 구별은 거의 없다.

요즘 시장에 가면 참 다양한 고구마를 보게 된다. 속노랑고구마, 자색고구마, 호박고구마 등. 생산량도 늘고 있다. 쌀이 남아돌면서 논에 벼 대신 고구마를 심는 농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만 따라준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고구마는 더운 지방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예전에는 전남과 경남 지방에서 주로 재배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1960년대만 해도 고구마가 식량작물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강원도 감자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된다. 또 주정용으로 소주회사에서 고구마를 구입한 덕에 농가의 큰 소득원이 됐다. 그러던 것이 통일벼 덕분에 세 끼 쌀밥을 먹게 되고, 소주회사에서 주정용 전분으로 타피오카를 수입하면서 고구마 재배는 크게 줄었다. 그나마 최근에 고구마가 건강식이라고 소문이 나 생산량이 늘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고구마를 판매하는 모습을 보면 색깔에만 집중할 뿐 맛의 특징에 대해서는 잘 설명하지 않는다. 컬러 마케팅도 좋지만 소비자 처지에서는 그 고구마가 어떤 맛이 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몸에 좋다고 자색고구마 한 상자를 샀는데 입맛에 맞지 않는 물고구마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고구마는 크게 밤고구마와 물고구마로 나눈다. 삶았을 때 물기가 적고 퍽퍽한 느낌이 나는 것을 밤고구마라 하고, 물기가 많고 물컹한 것을 물고구마라 부른다. 최근엔 속이 노란 호박고구마, 보라색의 자색고구마 등이 인기가 많은데 이들은 대체로 물고구마다. 이런 색깔 있는 물고구마를 유색 고구마로 분류하기도 한다.

밤고구마와 물고구마는 함유된 전분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 전분 함유량이 23~25%이면 밤고구마, 18~19%이면 물고구마다. 전문 용어로 밤고구마 계열을 ‘분질’ 고구마라 하고 물고구마 계열을 ‘점질’ 고구마라 한다. 전분 함유량이 그 중간인 20% 정도면 ‘중간질’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구마의 품질은 의외로 다양하다. 국내에서 심는 것만 100여 종에 이른다. 고구마 주산지의 한 농업기술센터에서 한 해 동안 농가에 보급한 품종이 40종에 이르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니 농민들은 자신이 재배하는 고구마의 품종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또 밭 하나에 여러 종류를 심어 수확할 때 뒤섞이는 일이 허다하다. 생산자가 이러니 상인은 더하다. 오직 고구마를 분류하는 기준은 속의 색깔이 자주인지, 노랑인지 하는 것 정도다.

고구마 품종을 따지는 것은 이것이 고구마를 맛있게 먹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밤고구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물고구마를 사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군고구마는 물고구마로, 고구마밥은 밤고구마로 해야 맛있는데, 시장에서 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맛있는 군고구마, 고구마밥을 어찌 기대하겠는가.

최근에 분질의 유색 고구마를 아주 드물게 맛보았다. 유색 고구마는 대체로 점질이거나 중간질인데 분질을 만난 것이다. 새로운 품종일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그 고구마 맛에 반해 계속 먹고 싶었다. 하지만 품종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설사 품종을 알았다 해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게 국내의 모든 고구마는 미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고구마 품종이 다양해 농가에서 이를 일일이 표기하기 곤란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그 품종을 다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고구마의 전분 함유량을 표기하면 된다. 과일에 당도를 표기하듯 말이다. 그리고 전분 함유량 아래에 점질, 분질, 중간질을 구분해주면 좋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각 고구마의 특성에 맞는 요리와 요리법까지 알려준다면 금상첨화. 이제 농산물도 이 정도의 정보를 담아서 팔아야 한다.



주간동아 2010.09.06 753호 (p79~79)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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