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2010.05.31

한국과 일본 유쾌한 소통 가능하네

김태식 감독의 ‘도쿄 택시’

  •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 chinablue9@hanmail.net

    입력2010-05-31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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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일본 유쾌한 소통 가능하네

    ‘도쿄 택시’는 한일 간 문화 차이에서 오는 웃음을 담았다.

    아내의 정부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강릉까지 택시를 대절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쿄에서 서울로 ‘고’를 외치는 남자가 나타났다. 4인조 밴드 리드보컬이자 도쿄타워 밑에서 라멘집을 하는 료는 비행기 공포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밴드 공연이 잡히자 할 수 없이 도쿄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대절하기로 마음먹는다.

    언뜻 보면 일본 영화 같지만 ‘도쿄 택시’는 한국 감독이 만든 한일합작 영화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로 데뷔전을 치른 김태식 감독은 두 번째 작품에서 다시 택시로 돌아간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애인과 주인공의 강렬한 성적 긴장감이 관객을 흡인했던 전작과 달리, ‘도쿄 택시’는 한일 간 문화적 차이와 여기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웃음이 도드라진다.

    한국을 여행하는 이방인들 눈에 서울 밤하늘의 붉은 십자가는 죄다 무덤으로 비치고, 민방위 훈련은 6·25전쟁이 발발했다는 표시로 읽힌다. 전쟁의 희생양으로 산화하기 직전 아내에게 휴대전화로 사랑고백을 늘어놓지만, 알고 보니 모의 전쟁훈련이었다. 일본 라멘을 생각하며 “라면 한 그릇!”을 외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맵고 짠 인스턴트 라면에 서비스로 나오는 ‘기무치(김치)’다(일본 여행에서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이 단무지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던 필자로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장면이다).

    김 감독은 이런 소소한 일상의 스케치 속에 친절이 몸에 밴 일본인들도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한 성깔 하고, 왁자지껄 몰려다니는 한국 사람들도 알고 보면 친절하고 정 많은 민족이라는 시선을 깔아두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쿄 택시’의 눈요기는 택시라는 물체의 촬영에서 빚어지는 영화 찍기의 즐거움에 있다. 이동하는 피사체의 안과 밖에 디지털 카메라를 장치해, 한 대의 택시에서 뽑아낼 수 있는 여러 각도의 영화 찍기 실험을 한다. 특히 낯선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택시의 특성상 감독이 이야기하려는 ‘소통’의 메시지가 더해지면서, 한국과 일본의 풍광이 부드럽게 섞인다.



    결국 한국의 톨게이트와 일본의 톨게이트가 매치돼 편집되는 장면에서 감독은 한국과 일본에서 대도시인으로 살아가는 삶이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는 언제든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택시기사와 한국 택시기사는 상대방의 말은 한마디도 못하지만 ‘캔 유 스피크 잉글리시’ 한마디로 오해와 불신을 씻고 웃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소통의 한 끝에 료의 러브 스토리가 더해진다. 도쿄의 라멘집에 늘 찾아오던 스튜어디스를 료는 잊지 못한다. 이름도 모르고 한국말도 못하면서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한 뒤 엉뚱한 한국어를 ‘아이시테루’, 즉 사랑한다고 상상해본다. 과연 료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스튜어디스인 그녀를 위해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주인공 료를 연기한 야마다 마사시는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지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밝은 미래’와 ‘기동전사 Z건담’의 OST 작업으로 목소리가 매우 친숙하다. 반면 택시기사 야마다 역의 야마자키 하지메는 ‘러브레터’ ‘춤추는 대수사선’ 등 20편이 넘는 영화에서 조연을 맡은 베테랑 연기자. 허허실실한 일본식 웃음 코드를 좋아하시는 분들. 단돈 몇천 원의 택시비로 국경을 뛰어넘는 유쾌한 로드 시트콤 ‘도쿄 택시’를 콜해보면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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