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8

2010.05.24

공깃밥 값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밥은 유료, 빵은 무료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입력2010-05-24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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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값이 떨어져 난리다. 지난해 봄부터 쌀값 폭락 예측이 있었는데도 정부는 뚜렷한 대책 없이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까지 터지는 바람에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퍼주자’는 말이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쌀이 남아돌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량이 증가한 데다 사람들이 밥을 덜 먹어서다. 예전에는 밥 더 먹기 운동, 아침밥 먹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움직임도 없다. 그래 봤자 효과가 없다는 것을 경험해서 그런가.

    1인당 쌀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부터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면서 밥 외의 먹을거리에 눈을 돌리던 때다. 이 시기에 외식산업도 급격히 확장됐다. 이때부터 우리는 식당에서 음식 먹는 습관을 들였고, 그 습관의 변화가 쌀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외식업소는 대부분 ‘단품요리’로 음식을 낸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굽거나 팬에 볶아 내고, 생선은 회 또는 탕으로 먹거나 찜으로 만든다. 이런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면, 밥은 더 이상 주식이 아니다. ‘선택 후식’이다. 고기나 회, 탕, 찜 등 메인 요리를 먹고 난 다음 밥이나 국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느 날 농업계 인사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식당 주인들이 좀 나서주면 좋겠네요” 하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부터 밥을 내놓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주인 입장에서는 메인 음식을 더 팔아야 이익이 남는데, 밥하고 같이 주면 이를 덜 먹게 되니 매출이 줄지 않을까요.”



    외식업체들의 잘못된 관습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먼저 공깃밥을 따로 계산하는 관습이다. 실제로 공깃밥 값을 받는 업소가 많다. 갈치조림이나 매운탕을 밥 없이 먹기 어려운데도 이러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서양 레스토랑에서 빵 값을 따로 받는지 생각해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밥을 공기에 반 정도 담아 내는 일도 흔하다. 내 생각에 이는 ‘못된 상술’로밖에 안 보인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밥의 질이다. 아침에 밥 한 번 해서 ‘스뎅’(스테인리스스틸) 공기에 담아 보온통에 차곡차곡 쌓아 저녁때까지 팔다 보니, 전분 노화가 일어나 밥알의 겉은 거칠어지고 안은 떡이 진다. 심한 경우는 누렇게 색깔이 변하고 냄새까지 난다. 요즘엔 흑미와 향미를 넣는 음식점이 많은데,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쌀의 질이나 밥 지은 지 오래됐음을 숨기는 구실을 하지 않을까 싶다.

    공깃밥 값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지난가을 수매한 벼를 창고에 밀어 넣고 있다.

    밥은 한국음식의 중심이다. 밥을 주식으로 해온 민족의 음식문화에 대한 관례적인 언사가 아니다. 우리 반찬은 대체로 짜고 맵고 강한데, 밥이 그 맛을 감싸고 헤치고 순화하게 돼 있다. 주변이 아무리 잘나도 이 중심이 잡혀 있지 않으면 밥상은 무너진다.

    외식업체들이 맛없는 밥을 돈을 받으며 팔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의 무책임 탓이다. 맛없는 밥은 물리고, 공깃밥 값을 따로 계산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어필’을 해야 바로잡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똑같다. 대중의 수준에 맞는 그 지점에서 모든 것이 딱 멈추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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