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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맛 좋지 영양 많지 … 영암 무화과 난리죠”

김종팔 ㈔영암 무화과 클러스터사업단장…‘꽃을 품은 무화과’ 전국 최고 점유율 자랑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맛 좋지 영양 많지 … 영암 무화과 난리죠”

“맛 좋지 영양 많지 … 영암 무화과 난리죠”

㈔영암 무화과 클러스터사업단에서 생산하는 무화과 가공식품.

무화과(無花果).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꽃이 피지 않는 과일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무화과는 열매 자체가 꽃이다. 무화과는 터키, 캘리포니아 등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 잘 자라지만 저장성 때문에 생과일보다는 말려서 먹는 게 보통. 술집에서 안주로 나오는 무화과는 국내산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최상급 노지생산 무화과는 생과일로 먹어야 제맛이다. 그 맛은 외국산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달고 영양가도 높다.

영화, 노래 가사, 시, 성서 속의 과일로 이름은 많이 알려졌지만 몇 년 전까지 무화과를 직접 맛본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단맛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천상의 열매는 출하시기인 8월만 되면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 됐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을 수 있고, 심지어 국도를 지나다가도 살 수 있다. 공중파 방송의 유명 오락프로그램 ‘1박2일’에도 소개될 정도.

단맛의 극치 신비의 과일

국내산 무화과가 이토록 대중화한 데는 ㈔영암 무화과 클러스터사업단(이하 클러스터사업단)과 김종팔 사업단장의 공이 크다. 영암 무화과 클러스터는 농림수산식품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전국 22개 클러스터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27년간 무화과 농사를 지은 김 단장은 농가들을 설득해 참여시키고 지역 농협, 각 대학 연구소, 정부, 영암군과 머리를 맞대 2005년 시범실시를 한 클러스터 사업을 2008년부터 본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클러스터 사업을 정식으로 시작한 지 2년 만에 농가수익과 평균 출하단가가 2배 이상 늘었다. 참여농가 수도 큰 폭으로 늘었고 출하량도 사업 전 10t에서 2009년 67t으로 증가했다. 괄목상대할 실적. 그러자 경북 포항 같은 남쪽 지방뿐 아니라 강원도 지역에서도 비닐하우스 무화과 재배 붐이 일고 있다. 맛과 영양가는 노지에서 생산되는 영암 무화과만 못하지만 가격단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클러스터사업단과 김 단장은 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자신들이 생산한 과일에 브랜드명도 만들어 붙였다. ‘꽃을 품은 무화과’가 그것. ‘꽃 없는 과일’이란 뜻의 ‘무화과에 꽃을 품었다’는 반의적 이름을 붙임으로써 주목도도 높이고 올바른 지식도 전달한 셈. 과연 영암 무화과의 브랜드 가치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 사업성은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김종팔 단장을 만나 그에 대한 해답을 구했다.

무화과는 지중해성 과일인데 영암에서 자라는 게 신기하다.

“무화과는 터키 같은 고온건조한 지역이 원산지로 그 종류가 여러 가지다. 한국에 들어온 무화과는 터키나 캘리포니아산과 달리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과육이 두껍고 수분이 많아서 생과일로 먹어도 맛이 좋고 영양분도 풍부하다. 1870년대 중반 개화기 시절 중국 또는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설이 있는데, 소득 작목으로 처음 식재한 사람은 1971년 영암 삼호지역 농민이자 현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친형인 박부길(삼호농협 초대조합장, 작고) 씨였다. 나는 1973년부터 본격 재배했다.”

무화과를 키우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

“우리 기후에 적응했다지만 설해, 동해, 냉해 피해를 입을까 늘 조마조마하다. 표피가 얼면 바로 고사한다. 비바람에도 취약하다. 친환경 상품이다 보니 농약은 절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도 극소량만 뿌린다. 보관기간이 5일 정도(김치냉장고 3주)밖에 안 되고, 육질이 약해 선별작업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한다. 대신 속성수라 식재한 해부터 생산이 가능하다. 비닐하우스 제품과 외국산이 있지만 색태, 맛, 효능, 성분, 함량 면에서 영암 무화과를 따라오지 못한다. 인공적 환경에서 인공적 영양분만 먹고 자란 것들과 어떻게 비교를 하나. 영암 무화과의 전국 점유율 70%가 허명이 아니다.”

무화과가 몸에도 좋다고 들었다.

“무화과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피신, 프룬(말린 자두)보다 2배 이상 많은 식이섬유와 철분, 노화를 예방하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우유보다 많은 칼슘, 바나나보다 80%나 많은 칼륨, 항암작용이 있는 벤즈알데히드, 비타민류 등 각종 영양이 풍부한 알칼리성 종합건강식품으로 평가받는다. 단백질 분해효소와 식이섬유, 철분이 많다 보니 변비와 소화장애 해소에 좋고, 육식을 한 뒤 먹으면 속이 편안해진다.”

“맛 좋지 영양 많지 … 영암 무화과 난리죠”
김 단장이 무화과 농사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1970년 목포기계공고를 졸업하고 한국전력공사 입사시험을 준비했는데 시험이 취소되는 바람에 일반 회사를 다녔다. 하지만 직장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돌아가신 박부길 삼호농협 조합장의 권유로 1973년 무화과를 처음 식재했다. 과일 맛이 너무 좋아서 ‘바로 이거다’ 생각하고 보리밭을 파헤쳐 무화과나무를 심기로 했다. 하지만 선친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수면제 50알을 먹고 죽겠다며 가출해 제주도로 갔다. 이런저런 소동 끝에 가까스로 선친의 허락을 얻어 무화과를 심을 수 있었다. 모친은 무화과를 따다 나무에서 떨어져 두 번이나 팔목 골절사고를 당하셨다.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1박2일’에 출연하면서 영암 무화과가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김 단장의 삼호농원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무화과 농장으로 꼽힌다. 농장을 키운 비법이 있는가.

“내가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무화과는 절대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손자 손녀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무화과만 엄선해 판매한다는 마음으로 농장을 가꿨다. 자연개심형 농법을 탈피해 일문자(T자형) 재배를 시작한 것도 좋은 품질의 무화과를 생산하는 이유가 된 것 같다.”

클러스터 사업의 위대한 힘

“맛 좋지 영양 많지 … 영암 무화과 난리죠”
클러스터 사업을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무화과가 한꺼번에 도매시장으로 쏟아지다 보니 중매인의 횡포가 극심했다. 농가소득을 올리려면 무화과를 홍보하고 시장을 개척해, 분산 출하시킬 방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농가를 조직화하고, 생산·가공·판매·유통·홍보 마케팅을 한꺼번에 할 조직이 필요했는데 그게 클러스터였다. 좀 더 오래 저장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좋은 품질의 무화과를 생산하고자 산학관연의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이제 이들과 체험관광을 합쳐 무화과 클러스터 사업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클러스터를 시작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사심 없이 진심으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단장직은 무보수인데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했다. 가장 어려운 게 지역 농민 설득작업이었다. 각 마을을 순회하면서 설명회를 열고 간곡하게 권유했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클러스터 사업을 왜곡해 생산농가의 참여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었지만, 클러스터 사업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고 포용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처음에는 참여율이 저조해 시설부지 마련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농가가 많아졌다. 농가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단을 운영한 게 주효했다. 무화과를 홍보하는 데 중점을 뒀고, 분산 출하를 위한 시장 개척과 유통기반 구축에도 힘썼다. 지금은 이 모두가 이뤄졌다. 클러스터 사업도 이제 절반은 성공했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클러스터 사업을 시작한 지 만 2년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국내시장을 더 넓히고, 폐기되는 무화과 부산물을 산업화해 농가소득을 올려야 한다. 무화과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묶는다’는 클러스터의 뜻처럼 흩어진 농가와 산학연관을 보자기 묶듯 계속 묶어나가야 한다.”



주간동아 2010.04.20 732호 (p62~63)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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