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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MB맨들 선거 침묵, 왜?

장관 1명 등 소수만 6·2 출사표 … 안정된 정국, 높은 지지율로 ‘무리한 징발’ 배제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MB맨들 선거 침묵, 왜?

MB맨들 선거 침묵, 왜?

(왼쪽부터) 이달곤 정운천 김대식 정진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청와대 사람들’이 조용하네.”

6·2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 등 이명박(MB) 대통령 측근들의 움직임이 없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역대 선거에서 장관이나 수석 타이틀로 인지도를 높인 뒤 지방선거에 뛰어들던 ‘대통령 측근’을 많이 봐온 유권자로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마련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선거에서 장관 자리를 박차고 나온 측근으로는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유일하다. 현재 전북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한식재단 이사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확실한 선거용 공약카드’를 내놓으면 출마 선언을 하겠다는 입장. 전남지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는 친이계(친이명박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 밖에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은 경북지사, 황준기 전 여성부 차관은 성남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정도다(한나라당 경북지사 후보는 4월 7일 김관용 현 지사가 공천받았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성격은 다르지만 청와대 수석 중에는 정진곤 전 교육문화수석이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차출됐다.

경기도교육감 진보-보수 대충돌

이는 2006년 5·31지방선거 때 참여정부의 전·현직 장관(급) 7명이 대거 출사표를 던진 경우와 대조된다.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서울시장,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시장, 이재용 환경부 장관은 대구시장,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경남지사,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경기지사,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충남지사,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은 광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등 장관(급)이 대거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다. 청와대 참모진 10여 명도 지방선거에 투입됐다.



전 정부와 비교해 이처럼 측근의 출사가 적은 이유는 뭘까. 정치권에서는 MB 개인 스타일과 바뀐 정국(政局)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5·31지방선거 당시 지방권력은 대부분 야당(한나라당) 몫이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는 20%대로 급락한 시기였고, 인재풀도 약했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으로선 장관급 거물을 대거 출마시켜 정국 반전을 노리는 한편 지방권력을 장악하고자 했다. 인력풀이 적어 무리한 차출도 있었다. (당선) 안 되는 게 뻔하다고 판단한 일부 후보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도망’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MB 지지도는 40%대를 웃돌고, 호남지역을 빼면 대부분 여당이 지방정권을 차지하고 있다.”

경윤호 모빌리쿠스 대표의 설명처럼 현재는 굳이 무리하게 ‘징발’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 안정성을 중시하는 ‘MB 스타일’도 한몫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컨설팅본부장의 설명이다.

“MB는 정치와 행정을 분리하고 선거가 현실적 우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을 자주 바꾸지 않고 믿음으로 끌고 가면서, 자기 판단을 중시한다. 일하는 팀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만큼 무리하게 일하는 사람을 내보내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안정된 정국과 무리수를 두지 않는 ‘MB 스타일’ 속에 굳이 출사표를 던진 소수의 ‘MB맨’을 어떻게 봐야 할까.

본인들은 부인하겠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와 교감 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일한 현직 장관이었던 이달곤 후보부터 살펴보자. 다음은 한나라당 관계자의 설명.

MB맨들 선거 침묵, 왜?

3월 15일 한나라당 지방선거 인재영입 환영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정몽준 대표. 이날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맨 오른쪽)과 최홍건 전 한국산업기술대 총장(맨 왼쪽) 등이 영입됐다.

“이 후보는 김태호 지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자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 후보의 장관 사퇴 당시에도 ‘가족 반대’ 운운하며 마지못해 출마한다는 느낌이었고, 이 전 사무총장은 재야에 묻혀 있지 않겠다는 ‘자가발전’ 느낌이 강했다. 종합해보면 청와대나 한나라당으로선 지역구(경남 사천)에서 떨어졌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갈등을 빚은 이 전 사무총장을 후보로 내세우기가 부담이 됐을 것이다. 새로운 인물도 아니다.”

하지만 이 전 사무총장이 당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만큼 지지세력도 만만치 않다. 4월 7일 7곳의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확정한 한나라당이 경남에서는 경선 여부를 확정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전남지사 후보 출마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김 전 사무처장은 부산 동의대 졸업 후 줄곧 부산 동서대 교수를 지내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후보 대외협력 업무를 맡은 인물. 그를 잘 아는 한나라당의 또 다른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사람 김대식 전남지사 출마 ‘의아’

“전남 영광 출신이지만 그는 부산에서는 줄곧 영남사람으로 행세했다. ‘자랑스런 부산인 청년대상’도 받았다. 그래서 더욱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변신’에 의아해한다. 전남지사 후보도 이미 2명 있다. 한나라당이 전남지역을 국민참여경선지역으로 확정한 만큼 누가 후보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지에서 장렬히 전사하면 자리를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같은 호남이지만 전북에 대한 분석은 전남과 사뭇 다르게 나온다. 전북지역은 MB정부가 ‘전략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지역이기 때문.

“MB는 이곳에서 10% 이상 지지를 받고 싶을 것이다. 새만금 개발사업과 4대강 사업, 지역화합이라는 명분을 건지려 할 것이다. 자기 사람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MB 용인술’이 정운천 카드를 불러왔다.”

평소 촛불시위로 물러난 정운천 전 장관(전북 고창 출신)을 안타까워했던 MB로서는 정 전 장관이 당당하게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수도 있다. 정 전 장관이 지난달 30일 “(한나라당에서) 확실한 공약카드를 내놓을 때까지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한 것도 ‘10% 이상 지지율을 얻기 위한 선물을 내놓으라’는 뜻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로서도 10% 이상 득표력을 보이며 선전한다면 불명예 퇴진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다.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철희 본부장의 설명이다.

“후보 콘셉트를 따져봤을 때 이 지역 유권자는 ‘촛불시위를 유발한 당사자’라고 연상할 수 있다. 물론 촛불시위는 서울이 중심이었지만, 지역 유권자에게 “(촛불 유발 당사자를 후보로 내세운 것은) 한번 해보자는 거냐”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 지역 전문가나 기업 마인드를 가진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성격은 다르지만, 4월 7일 경기도교육감 출마 선언을 한 정진곤 전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의 승부는 MB정부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 이슈로 떠오르며 포퓰리즘 논쟁을 촉발한 ‘무상급식’ 진원지가 김상곤 현 경기도교육감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번 선거는 대통령 입장에선 전체적으로 수성전(守城戰)이지만, 이곳만큼은 공세적이다. 3월 중순 청와대 수석을 급파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역 교육감 선거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진보진영 간 교육정책에 대한 방법론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보수진영에선 정 전 수석을 앞세워 진보진영의 핵으로 떠오른 이곳을 평정하고 싶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차기 대선에서의 이념 지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어쨌든 청와대로서는 공개적으로 거들 수는 없지만, 소수의 ‘MB맨’ 당선이 청와대의 향후 행보에 분명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쟁 후보와의 단일화 등 어떤 식으로든 ‘우회 지원’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수의 MB맨,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주간동아 2010.04.20 732호 (p16~18)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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