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2

2010.04.20

온실가스 감축 ‘발등의 불’

각국서 명운 걸고 대응 국가적인 긴급 현안 … 주도권 다툼 우왕좌왕 안 될 말

  •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tsmiso@kangwon.ac.kr

    입력2010-04-14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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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세계는 현재의 기후변화 문제, 경제 위기 등을 극복하는 방안을 ‘녹색’에서 찾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큰 흐름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미국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른바 ‘그린 뉴딜 정책(Green New Deal)’을 내세웠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향후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초연구와 인력육성 및 핵심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미국의 경제 위기를 그린 뉴딜 정책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녹색기술, 녹색산업 등을 통해 현재의 지구온난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정 및 세제지원책 보완해야

    우리나라도 현재의 기후변화 문제, 에너지 위기 등을 기회로 활용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으로 ‘녹색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 15일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언급한 이후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하 녹색법)의 제정이 추진됐다.

    그런데 2009년 초 이 법의 입법 추진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원자력산업 육성, 4대강 정비사업, 물산업 육성·지원 등 ‘녹색’과 거리가 있는 규정이 포함됐다고 비판했고, 산업계는 기업의 경쟁력을 제한하는 법이라고 반발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정부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 2009년 2월 25일 정부안을 확정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연말에 국회를 통과시켰다.

    그리고 2010년 2월 17일 정부는 녹색법의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행령안의 내용 중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30쪽 참조).



    시행령안에는 녹색법 제42조 제1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0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100분의 30까지 줄이는 것으로 정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2만5000t 이상인 사업장(전국 600여 곳 추정) 등을 의무감축 대상으로 해 정부가 중점 관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높게 책정됐으며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정부기관의 중복규제 및 이중보고 같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업계의 과도한 부담을 호소하고 나섰다. 반면 사회시민단체는 산업계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에 비해 너무 부담을 적게 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법의 시행일(2010년 4월 14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온실가스 관리의 주무부처 확정 문제 때문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와 지식경제부가 주도권 확보를 위해 다툼을 벌인 바람에 시행령안이 두 부처의 공동관리라는 형태로 규정하자 사회 각계에서 이중관할 및 중복규제 문제 등을 이유로 반발이 거셌다. 그 결과 법의 시행일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3월 26일 시행령안을 재입법예고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과정은 ‘우왕좌왕’ 입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서 정부의 녹색성장 추진 역량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앞으로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입법상의 논란과 부처 간 다툼이 재현될 것이다. 왜냐하면 녹색법 제46조 제4항은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의 실시를 위해 “배출 허용량의 할당방법, 등록·관리방법 및 거래소 설치·운영 등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속 개별 법률의 제정과정에서도 지금과 같은 혼란이 재현된다면 결국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하고 말 것이다.

    거꾸로 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온실가스 감축 ‘발등의 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석탄산업 지원사업에 6752억 원(전체의 14.8%)을 책정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강원 정선군 신예미광산에서 작업하는 모습.

    녹색법의 시행이 당장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에너지목표 관리제,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은 실제로 기업에 규제의 강화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세계 각국이 명운을 걸고 대응하는 긴급한 국가적 현안이고, 국민의 삶과 국가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정한 녹색법은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법이 아니라 새로운 ‘변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지금처럼 주도권 다툼으로 우왕좌왕하지 말고 관련 정책을 조속히 확정하고 세부사항을 구체화해 기업들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을 하루빨리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실효성 있는 재정 및 세제 지원책 등을 마련하고, 많은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0년 2월 17일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온실가스 규제업무를 환경부와 지식경제부가 공동 주관하는 것으로 했다가 3월 26일 재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온실가스 목표 관리의 총괄운영은 환경부 장관이 수행하고, 부문별 관계 중앙행정기관은 소관 부문별로 목표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정했다. 주무부처 논란은 특히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고, 부처 간 이기주의가 큰 몫을 했다. 여기에다 이를 조정하고 통합해야 하는 국무총리실이나 녹색성장위원회의 능력 부족도 논란을 확대시켰다.

    사회적 형평성도 포함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환경 관련 부서가 맡는 것이 추세다. 기본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환경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부가 총괄을 하면서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가 긴밀하게 협조해 우리 실정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제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국무총리실이나 녹색성장위원회의 역할이 막중하다.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및 이용 확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반영해 2009년 녹색성장 관련 예산은 3조7916억 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단지사업의 예산 집행 실적은 저조하다. 2009년 화석연료인 석탄산업 지원사업의 예산안은 6752억 원 책정됐는데, 에너지 및 자원개발 분야의 비중은 14.8%에 달한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정책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한편 2009년 12월 4일 환경부 장관이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환경규제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오염물질 배출량이 다른 연료에 비해 월등히 많은 석탄 등 고체연료의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정책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고,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녹색성장을 추진하면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사회적 형평성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계획인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은 2006년 7.8%인 에너지빈곤층을 2016년에는 0%로 해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녹색성장을 통해 이루어야 하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현 정부 들어 국가의 각종 정책에서 그동안 사용했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이 ‘녹색성장’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환경과 개발의 조화뿐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도 포함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여전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념이다. 녹색성장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빈곤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을 확대하는 등 ‘녹색’과 ‘성장’의 조화뿐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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