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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악! 뇌물 스캔들” … 평창은 울고 싶다

‘심판매수’ 발언 외신들 대서특필 … “대형 돌발 악재” 유치위 노심초사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악! 뇌물 스캔들” … 평창은 울고 싶다

“악! 뇌물 스캔들” … 평창은 울고 싶다

세중나모여행 천신일 회장(오른쪽)이 2008 베이징올림픽 때 심판들에게 돈을 줬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7년 7월6일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홀리데이인 호텔 3층.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이하 2014 평창올림픽 유치위) 종합상황실이 꾸려진 이곳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평창이 1차 투표에서 36표를 얻어 러시아의 소치를 앞섰지만 반수를 넘지 못했던 것이다. 4년 전 체코에서 1차 투표 때 51표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했음에도 2차 투표에서 역전을 당했던 ‘프라하의 악몽’이 순간 머릿속을 맴돌았다. 2003년에 이어 2회 연속 3위에 그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제외하고 평창과 소치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가 벌어졌다.

“소치!”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자크 로게 위원장이 소치를 외치자 2014 평창올림픽 유치위 관계자들은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도저히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말처럼 뼈아픈 실패였다.

2009년 10월 평창은 IOC에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동계올림픽 유치 3수(修)에 나섰다. 호재도 뒤따랐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29일 전격적으로 특별사면이 된 것. 한국은 IOC 위원이 문대성 선수위원 한 명뿐이라 경쟁도시인 독일의 뮌헨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이 전 회장이 IOC 위원으로 다시 활동하면서 동등한 위치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순조로운 준비에 찬물 끼얹어



순조롭게 준비가 이뤄지는 가운데 ‘천신일발(發) 악재’가 터져 나왔다. 1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대한레슬링협회장)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에서 천 회장이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 일부를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심판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

그는 피고인 신문에서 “2008년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15만 위안(약 2500만원)은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레슬링 선수 격려 비용이었다. 이 중 일부를 베이징올림픽 국제심판들에게 건넸다. 특급심판은 직접 만났고, 아래 등급 심판은 협회 부회장이 만나 밥을 사기도 했다. 화장실 등에서 후진국 심판을 만나 돈을 건네기도 했는데 이는 일종의 관례”라고 말했다.

천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체육계는 발칵 뒤집혔다. 대한레슬링협회(이하 협회)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검찰의 유도 질문에 (천 회장이) 의도와는 다른 말을 한 것 같다”며 “선수, 임원 그리고 협회 직원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격려금을 준 것이 마치 심판에게만 준 것처럼 와전됐다”라고 해명했다.

협회의 해명에도 외신들은 이 상황을 대서특필했다. 올림픽 뉴스 전문 웹사이트 ‘Around the Rings’는 한국 언론을 인용해 ‘한국 레슬링협회장, 올림픽 심판들에게 돈 줬다고 시인’이라며 법정 발언을 보도했다. ‘Around the Rings’는 국제올림픽위원회 관계자와 각국 스포츠 관계자가 주시하는 매체. 아직까지는 한국 기사를 인용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일본의 대표적 우익신문인 산케이 신문은 1월7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천 회장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외신에 의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평창에 불똥이 튀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공동위원장인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천 회장의 법정 발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평창올림픽 유치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페어플레이라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2018년 유치, 3修에 성공할까

천 회장의 발언만으로 당장 IOC가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신에 의해 심판매수 건이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 IOC 또한 진상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심판매수 건이 다른 때도 아니고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벌어진 것이 큰 문제”라며 “진상조사를 언제, 어떻게 한다는 공식 매뉴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진상조사가 벌어지면 그 자체가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조사 과정에서 사실무근이었음이 드러난다 해도 외신에 의해 사건이 부풀려 보도되면, 그동안 쌓아온 한국 체육계의 페어플레이 이미지는 타격을 받는다. 평창의 경쟁국들이 이 사안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비방할 수는 없지만, 외신을 동원해 기사를 확대 재생산하거나 IOC 위원들이 보는 스포츠 매체에 관련 내용을 싣는 등의 방식으로 올림픽 유치 기간 내내 평창의 발목을 잡는 네거티브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진상조사 결과 일부 혐의가 드러나면 더욱 치명적이다. 투명성과 윤리를 강조해온 IOC가 협회에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물론, 표결권을 가진 세계 각국의 IOC 위원에게 한국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줘 평창올림픽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체육계 관계자는 “김운용, 이건희, 박용성 등 그동안 한국 IOC 위원들의 끝이 안 좋지 않았느냐? 이에 대해 IOC 내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심판매수 건이 터진 것은 악재 중 악재”라고 말했다.

‘한국이 먼저 의혹을 털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이하 2018 평창올림픽 유치위)와 산하 체육협회를 지도·감독하는 대한체육회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2018 평창올림픽 유치위는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지 평창이 나설 일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2018 평창올림픽 유치위 관계자는 “2014 동계올림픽 유치 때도 한국이 국제 스포츠 대회를 독식한다는 여론이 IOC 내부에 돌면서 평창 우세의 흐름이 바뀌었다. 경쟁국들이 한국 언론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미세한 여론의 변화가 전체 판세를 좌우함을 고려해, 유치위 역시 천 회장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는 만큼 당장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역시 천 회장의 발언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천 회장이 빠져나오기 위해 괜히 (심판매수)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대한체육회가 먼저 대한레슬링협회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은 의혹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천 회장이 법정에서 얘기한 것일 뿐 정확하게 사실 확인이 된 사항이 아닌 만큼,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8평창올림픽 유치위는 오는 6월 후보 도시가 정해지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벌써부터 평창의 경쟁국들이 이번 파문으로 쾌재를 불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작은 약점도 크게 부풀려지며 고도의 스포츠 외교전이 벌어지는 전장 속에서 평창이 ‘천신일발(發) 파문’을 딛고 3수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0.01.26 721호 (p42~43)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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