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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종시위원회는 수정안 들러리였다”

원안 고수 강용식 세종시위원회위원 “벽에 부딪혔는데, 계속 밀면 탈 난다”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세종시위원회는 수정안 들러리였다”

“세종시위원회는 수정안 들러리였다”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정부가 1월11일 발표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여야 간, 여여 간 퇴로 없는 혈투를 시작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원안 사수를 외치며 반정부 투쟁에 돌입했고,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는 수정안을 밀어붙이려는 친이(親李)계와 이를 반대하는 친박(親朴)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 어느 쪽도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을 기세다. 결국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16일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이하 세종시위원회)를 만들었다. 충청지역의 여론을 수렴하고, 세종시 수정안 마련을 위한 정부의 각종 보고서에 대해 심의, 자문을 하는 조직이다. 대부분 친정부 인사로 구성된 데다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적지 않아 형식적인 기구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나름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졌다고 한다. 내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 토론도 벌어졌다. 행정부처가 베를린과 본으로 나뉜 독일로 현지 실사도 다녀왔다.

그렇다면 세종시위원회는 정부의 수정안 마련에 어떤 구실을 했을까.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수정안 외에 더 이상의 대안은 찾을 수 없었던 것일까.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위원 7명, 민간위원 16명 등 총 23명의 세종시위원회 위원 중 실질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위원은 한밭대 강용식(75) 명예총장 한 명뿐.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행정수도안을 제안했고, 세종시 건설자문위원장까지 맡아왔기에 세종시 원안 고수는 그에게 운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두 달 남짓한 세종시위원회의 역할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결정 과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근본적으로 서울의 과밀화된 인구를 분산시켜 국가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핵심 사안인 행정부처 이전을 뺀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세종시 원안에도 교육, 과학, 문화, 복지 개발계획이 다 포함돼 있었다. 이번에 세종시 입주 대학으로 발표된 고려대와 카이스트는 이미 이전부터 입주 약속이 돼 있었다. 과학 쪽은 미정이었는데 이번에 과학비즈니스벨트로 결정된 것이다. 여기에 입주할 기업이 구체화되면서 자족 기능이 조금 보완된 측면은 있다.”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교육과학비즈니스벨트로 바꾼다는 것 아닌가.

“세종시법과 과학비즈니스벨트법은 따로 있다. 대덕연구단지, 오송과학연구단지, 오창산업단지로 연결되는 게 바로 과학비즈니스벨트다. 그런데 세종시 대신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준다는 게 말이 되나.”

원안 고수를 고집하는 이유가 뭔가.

“서울의 인구밀도는 1km2당 1만6572명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다. 독일 베를린이 3750명, 프랑스 파리가 3550명이다. 그 복잡하다는 일본 도쿄도 4750명이다. 서울은 차 안에서 시간을 다 보내는 마비된 도시다. 교통혼잡비와 환경오염비가 연간 28조원이나 들어간다고 한다. 2006년 OECD 발표를 보면, 서울은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도시다. 서울 인구를 다른 도시로 분산해 상생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지난 1월5일 영국 BBC 방송에서 세계 최악의 도시로 뽑힌 9곳 가운데 서울이 3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민에게 전혀 필요도 없는 중앙행정부처와 정부 출연기관들은 지방으로 분산돼야 한다. 그래야 서울도 살고, 지방도 산다.”

정부는 행정부처를 분산하면 행정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이미 우리나라 정부는 서울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세 곳으로 분할돼 있다. 이것을 세종시로 합한다면 행정효율이 더 좋아지는 것 아닌가. 세종시에서 15분 거리인 대전청사는 그냥 두더라도 말이다. 뭔가 분석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어디서나 세종시까지 2시간대에 올 수 있다. 그만큼 시간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세종시위원회에서 행정효율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나.

“위원들을 많이 설득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너무 강해 어쩔 수 없었다.”

세종시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세종시 수정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정부 국책기관에서 가져온 보고서를 훑어보는 정도였다. 그나마도 전문가가 아니면 내용을 알 수 없다. 수백 쪽씩 되는 두꺼운 보고서를 서너 권 가지고 와서 그 자리에서 쭉 읽고 끝난다.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전문가들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런 보고서는 회의 전에 위원들에게 보내서 미리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비전문가들은 어떠했겠는가. 그냥 앉아 있다가 나갈 수밖에.”

세종시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 내용은 어땠나.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대전청사 공무원의 50% 이상이 서울에서 살기를 희망한다고 보고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결과가 나왔냐고 따지자 아무 말도 못하더라. 행정연구원은 또 세종시로 행정부처를 옮기면 향후 20년간 100조원 이상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그것도 믿기 힘들다. 2004년에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신행정수도가 건설될 경우 178조원의 이득이 발생한다고 했다. 서울 인구가 감소하면서 환경오염과 교통마비로 인한 경비가 줄어들어 그만큼의 이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였다. 그런데 어떻게 단 몇 개월간의 연구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나. 정권에 따라 계수가 달라진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세종시위원회 위원들이 독일을 다녀온 적이 있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을 독일의 사례에서 찾고 있는데.

“독일은 나도 여러 번 다녀왔다. 독일은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본과 베를린은 600km나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무려 6시간이나 걸린다. 서울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세종시와는 비교가 안 된다. 더욱이 베를린의 인구밀도는 1km2당 3750명이다. 본 인구가 모두 이전해도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서울은 어떤가. 만일 대전이나 과천에 있는 정부청사가 서울로 이전해 인구 유입이 더 많아진다면 완전히 마비될 것이다.”

세종시위원회에서 충청지역 여론은 얼마나 수렴했나.

“정운찬 총리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여론을 많이 들었다. 세종시와 충청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원안을 희망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지역 여론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여론 수렴이 형식으로 끝나고 만 셈이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왜 이렇게 밀어붙인다고 생각하나.

“서울도 미국 뉴욕이나 중국 상하이처럼 금융 중심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부처를 내보내는 것이 좋다.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뭔가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의 지시라고 무조건 순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부처 분산을 반대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 대통령을 보면 해외순방이 잦다. 그런데도 행정부는 잘 돌아간다. 행정효율도 떨어지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총리나 장관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과감하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부처가 청와대와 굳이 가까이 있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정부부처 분산을 반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원안에다가 이번에 발표한 교육과학비즈니스벨트를 플러스하면 모를까. 대통령이 잘못 생각할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아랫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쉽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벽에 부딪혔는데도 계속 밀면 피밖에 안 나오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생각을 바꿨으면 하는 마음, 정말 간절하다.”



주간동아 2010.01.26 721호 (p38~39)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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