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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저출산·고령화 한민족 소멸 시나리오 04

수당 천국… 아버지의 달… ‘출산 우등국’ 부럽다

프랑스, 생애주기별로 현금 수당 지원 … 스웨덴, 부모가 같이 자녀양육에 참여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수당 천국… 아버지의 달… ‘출산 우등국’ 부럽다

  • 프랑스와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출산 우등국’으로 통한다. 한발 앞서 인구문제를 고민한 저력으로 2008년 현재, 2명에 가까운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였던 두 나라의 탈출 비결은 뭘까. 국내 저출산 해법을 찾기 위해 선진국 사례를 연구해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도움으로 스웨덴과 프랑스의 가족정책을 분석했다.
두 나라는 아이 낳기를 강요하거나 권유하지 않았다. 출산 기피를 금지하거나 비판하지도 않았다. 대신 여성이 일과 양육 모두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했고, 그 고민을 담은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그 결과 프랑스는 2007년 출산율 2명을 돌파하며 ‘유럽 출산율 꼴찌국가’의 꼬리표를 뗐고, 스웨덴은 ‘엄마들의 천국’이라는 수식을 얻었다.

한국에서 셋째는 ‘부의 상징’이지만 프랑스의 상황은 반대다. 그곳 부모들 사이에는 ‘아이 셋을 낳으면 일하지 않고도 먹고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간다. 허리가 휘는 게 아니라 놀고도 먹고산다니, 우리로서는 어리둥절한 이야기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가족정책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는 부모가 낳지만 기르는 건 국가가 한다’는 게 프랑스 가족정책의 모토예요. 임신부터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주기별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죠. ‘워킹맘’을 위한 보육 인프라도 튼튼하고요.”(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

일단 낳기만 하면 30가지 수당으로 현금 지원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저출산을 고민한 나라다. 아무도 저출산에 대해 고민하지 않던 1917년에 출산장려 수단으로 가족수당제도를 도입했다. 저출산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은 1970년대부터. 68혁명 이후 불어닥친 성해방운동의 영향으로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져 1995년에는 1.71명까지 떨어졌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프랑스 정부는 강력하고 주도면밀한 가족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프랑스의 가족정책 예산은 GDP(국내총생산)의 4.7%인 880억 유로(약 150조원)에 이른다.



프랑스의 가족정책은 다양하고 포괄적이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육아 지원’을 목표로 현금 지원, 보육 지원, 조세 혜택, 탄력적 근무제 등을 보장하고 있다. 이 중 무려 30가지에 이르는 현금 지원은 ‘프랑스 가족정책의 꽃’이다.

“프랑스의 가족정책은 수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수당 천국’이에요.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생애주기별로 갖가지 수당이 마련돼 있죠. 출산 기피의 가장 큰 이유인 경제적 부담을 나라가 해결해주는 겁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문희 연구위원)

수당 혜택은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임신 6개월 이상인 산모는 누구나 모든 치료와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임신 7개월이 되면 임신수당 800유로(약 140만원)가 나오고, 첫아이를 낳으면 격려금 855유로(약 150만원)를 준다. 공립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병원비도 무료다.

#시나리오 1

파리에 사는 주부 A씨는 세 살, 8개월 된 딸을 둔 엄마다. 그의 통장에는 매달 정부로부터 약 16만원이 입금된다. 아이 둘을 낳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이 가족수당은 아이가 11세가 되면 약 4만원, 16세가 되면 약 7만원이 더해진다. 육아휴직을 쓰는 동안에는 매달 약 69만원의 육아수당도 나온다.

A씨가 받는 수당은 아이가 2명인 가정에게 주는 2자녀 수당. 아이가 3명이면 약 45만원, 4명부터는 1명당 약 25만원이 추가된다. 프랑스는 가족형태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유자녀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동거부부, 미혼모는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도 혜택 대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홍승아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은 학용품 구입 등 실질적으로 수당을 활용하고, 중산층은 저축을 하거나 다른 용도로 쓴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을 기본으로 자녀의 수나 소득형태 등에 따라 추가 수당이 더해진다. 월소득 약 560만원 미만에 3세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에 매달 지급하는 영유아 수당(약 22만원), 매년 9월 개학마다 지급하는 개학 수당(약 3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저소득층 수당, 주택 수당, 입양 수당, 육아휴직 수당, 편부모 수당 등이 있다. 이 중 셋째 자녀 출산을 대상으로 하는 수당이 풍부하다.

“프랑스에서 1, 2명을 두는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에 셋째를 장려하기 위한 수당 혜택이 발달했어요. 셋째를 낳으면 휴가비, 이사비, 주택보조금 등 특별수당을 받을 수 있어요. 대중교통비 30% 할인에 영화관이나 식당에서도 25% 할인 혜택이 주어집니다.”(홍승아 연구위원)

#시나리오 2

파리에 사는 의사 B씨는 출퇴근길마다 10분 거리에 있는 탁아소에 들른다. 일하는 동안 두 살배기 아들을 맡겨둔 곳이다. 출근이 이르거나 퇴근이 늦은 날에도 걱정이 없다. 24시간 전문 보육인이 상주하기 때문. 일이 있는 주말에도 간혹 아이를 맡긴다.

출산 직후 프랑스 직장여성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육아휴직(최장 3년)을 내고 직접 아이를 돌보거나, 국가가 운영하는 탁아소(크래시)에 맡기거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어느 쪽이든 비슷한 정도의 지원을 받기에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선택과 다양성’ 보장하는 보육정책

직장 눈칫밥에 시달리는 한국 직장여성과 달리 프랑스는 양쪽 부모 모두에게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육아휴직 기간 내내 매달 500유로(약 60만원)의 육아수당이 나온다. 셋째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주어지는 육아수당은 매달 750유로(약 90만원)다.

프랑스 보육정책의 핵심은 ‘선택과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각자 판단에 따라 일과 육아의 균형을 정하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산 후 바로 복귀하는 ‘워킹맘’과 전업주부 모두 수당 혜택을 받기에,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도 많아졌다. 보육료는 가정의 수입에 연동해 정해지는데, 자녀 수가 많을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한 자녀 가정은 월수입의 12%, 두 자녀는 10%, 세 자녀는 7.5% 선이다.

“여러 보육 형태 중 탁아소나 베이비시터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프랑스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탁아소가 혈관처럼 퍼져 있어요. 보육 교사와 시설이 우수해 질적으로도 믿을 만하죠. 최근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탁아소보다 안전하고 교육의 질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베이비시터 바람이 불기도 했어요. 외국어 조기교육 붐이 일면서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언어를 구사하는 보모가 특히 인기를 끌었죠.”(홍승아 연구위원)

수당 천국… 아버지의 달… ‘출산 우등국’ 부럽다

‘엄마들의 천국’ 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울릭스달 유아학교.

#시나리오 3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C씨는 두 달째 육아휴직 중이다. 직장일로 바쁜 아내 대신 아기 돌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남녀가 똑같이 자녀양육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휴직에 대한 불만은 없다.

‘복지 1등국’ 스웨덴의 가족정책은 더욱 선구적이고 혁신적이다. 스웨덴은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1921년부터 ‘모든 노동 인력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모토에 따라 여성의 자립을 적극 지원해왔다. 특히 아빠와 엄마가 아이를 함께 책임지는 보육문화는 좋은 역할모델.

“스웨덴은 1995년부터 ‘아버지의 달’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육아휴직 기간 480일 중 아버지가 두 달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죠. 부모가 동등하게 육아휴직을 배분해 쓰면 추가 보너스를 제공하는 ‘성 평등 보너스’도 남녀가 똑같이 양육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이삼식 실장)

‘시간단축 육아휴직’과 ‘부모휴가’ 제도

부모휴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크다. 휴가기간 480일 중 390일은 부모 수입의 80%를, 나머지 90일은 매일 60크로나(약 1만원)를 지급한다. 저소득층 가정은 매일 150크로나(약 2만5000원)를 받는다.

#시나리오 4

얼마 전부터 D씨의 퇴근시간은 오후 4시로 앞당겨졌다. 일찍 퇴근해 다섯 살 난 아들을 돌보며 집에서 잔무를 처리한다. ‘시간단축 육아휴직’ 제도에 따라 8세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는 평소 근로시간의 4분의 3만큼 근무시간을 줄인 것이다.

8세 미만 자녀의 부모는 ‘시간단축 육아휴직’ 제도와 함께 언제든 16개월간 휴가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의 ‘부모휴가’ 제도도 쓸 수 있다. 아이가 아프면 최장 120일간 쉴 수 있다. 서문희 연구위원은 “노동시간의 유연성 없이는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국은 지나친 일 중심 사회예요. 노동시간이 변해야 가족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일과 양육 사이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죠. 스웨덴은 돌봄 노동이 필요한 시기에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어요. 우리도 비슷한 법이 있지만 사용률이 ‘제로’에 가까운 반면, 스웨덴에서는 보편적이죠.”(서문희 연구위원)

출산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세계 꼴찌’인 한국의 출산율은 아이가 짐이 돼버린 사회 시스템에서 비롯한다. 그 시스템의 바탕에는 전통적 가족관과 가부장적 문화, 일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입시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렇기에 유럽 ‘출산 우등국’에서 들여온 제도가 정착하는 데는 여러 한계가 있다. 이삼식 실장은 “프랑스와 스웨덴이 50년, 100년에 걸쳐 출산율을 끌어올린 것처럼 우리도 길게 내다보고 가족정책의 뿌리를 다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2005년에야 저출산을 걱정하기 시작했어요. 그간 경제계발 어젠다에 밀려 복지는 사후대책 정도에 머물러 있었죠. 저출산 문제는 여러 사회 문제와 맞물려 있어요. 프랑스와 스웨덴 부모들이 안심하고 공보육에 자녀를 맡기는 것은 입시경쟁이 없기 때문이죠. 양성평등에 대한 마인드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고요. 시대가 변한 만큼 아버지 중심으로 굴러가는 가족문화를 고집하기보다 유연하게 제도를 보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이삼식 실장)



주간동아 2010.01.26 721호 (p28~30)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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