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0

2010.01.19

성장주 투자는 ‘악마의 유혹’

미래 검증 어려워 ‘쪽박’ 차기 십상 … 수익률 기대만큼 위험도 정비례

  • SK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 hkim@sks.co.kr

    입력2010-01-13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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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주 투자는  ‘악마의 유혹’
    주식시장에서는 소위 대박 종목과 쪽박 종목의 희비가 교차하곤 한다. 이런 리스트에 포함되는 종목들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 경우가 많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 계열의 상장사보다는 회사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들이 상승률과 하락률 최상위 종목군에 이름을 올린다. 2009년 상승률 상·하위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동일벨트(2009년 상승률 447.2%/ 자회사의 2차 전지 기술 성장성 부각), C·우방랜드(425.5%/ 피인수 합병 기대), 알앤엘바이오(367.3%/ 줄기세포 기술 성장성 부각) 등의 대박 종목이 나타나기도 했고, 케드콤(-85.8%/ 대규모 횡령과 감자 조치)처럼 주주들이 감내하기 힘든 급락세가 나타난 종목도 존재했다.

    변동성 매우 큰 중소형주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의 가격 변동성이 대형주보다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소규모 기업효과(Small Firm Effect)’라고 한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은 중소형주들은 소규모 자금으로도 주가를 쉽게 끌어올릴 수 있다.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소위 ‘개별종목 투자’라는 이름의 중소형주 매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중소형주 투자를 통해 대형주에서 얻기 힘든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종목을 잘못 선정했을 경우에는 주가 급락의 위험이 수반된다. 오를 때도 그렇지만 주가가 떨어질 때도 중소형주의 변동성이 대형주보다 훨씬 크다.



    성장주(Growth Stock) 투자도 부침이 큰 편이다. 종목을 잘 고르면 대박이고, 잘못 고르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는다. 2009년에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동일벨트, 알앤엘바이오도 미래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1999년 IT(정보기술) 버블 국면에서의 닷컴주, 2005년 바이오주, 그리고 2009년 주식시장을 풍미했던 녹색성장 관련주들이 성장주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투자자들이 성장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꿈’을 사는 것이 주식투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별 볼일 없더라도 미래에 기업가치가 제고된다면 이는 강력한 주가 상승의 동인이 된다. 성장산업을 골라내는 혜안이야말로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문제는 미래의 성장산업을 제대로 골라내는 일이 힘들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지금 검증할 수 없다. 성장주 투자는 과거와 현재의 구체화된 실적이 아닌 검증되지 않은 성장가치에 베팅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성장가치의 현실화 여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성장주를 개념주식(Concept Stock)이라고도 부른다.

    성장산업을 찾았다고 해도 그 산업의 가치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기업분석을 업으로 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전혀 새로운 기술 분야의 종목이 대두될 경우, 그 종목에서 창출되는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성장주 투자의 성공 여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신보다 성장주에 내재된 특정 개념을 당대의 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1999년에 ‘닷컴’이라는 개념을 투자자들이 수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세기말이라는 특수성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라는 시기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도저히 당시의 닷컴주 급등을 이해할 수 없다. 실상은 달력 한 장 넘어가는 것에 불과했지만, 새로운 세기가 열린다는 기대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닷컴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만들었다.

    성장주 투자는  ‘악마의 유혹’

    심리적 요인에 좌우되는 성장주 투자는 변동성이 크다. 그린코리아 2009 국제회의 모습.

    산업과 개별 기업 간의 차이

    굴뚝형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지만, 세기말의 정서적 들뜸은 이 과정이 한순간에 이행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그리고 이는 주식시장에서 ‘닷컴 버블’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물론 이후에 경험한 것은 참담한 주가 급락이다. 상당수 닷컴주들은 2000년 초에 기록한 고점을 아직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의 바이오주 열풍은 황우석 효과를 제외하면 설명할 수 없다. 결국은 부도덕한 행위로 밝혀졌지만, 당시만 해도 바이오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미래의 기술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바이오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바이오 관련주도 급등세를 나타낼 수 있었다.

    2009년을 풍미하던 녹색성장주들도 마찬가지다.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이 정부 주도로 확산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과거 개념형 성장주 시세와 전혀 다를 바 없다. 결국 성장주 투자는 실체보다 개념에 대한 수용의 문제이고, 그렇기에 본질적으로 심리적 영역의 문제인 것이다. 구체화된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기존 주식들보다 성장주의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가의 높은 변동성은 그 자체가 리스크 요인이다.

    성장주 중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종목이 나올 수 있다. 현재 가치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종목들도 그 출발점은 개념형 성장주였던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이 앞으로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한 산업이 성장한다는 것과 그 산업 내의 개별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주식시장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쯤이다(이때 아마존이 상장됐다). 닷컴주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시기는 1999년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인터넷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e메일도, 전자상거래도, 일상적인 소통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아마도 십수 년 전 닷컴주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머릿속에 그렸던 미래상도 요즘 우리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꿈꾸던 세상이 실제로 열렸지만, 그 수혜를 과거의 닷컴 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종목은 중간 과정에서 퇴출됐다. 성장주 투자에 열광하는 것은 좋지만, 높은 기대 수익률과 높은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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