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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같은 상황 와도 선택엔 변함없다”

‘정국(政局)의 핵’ 민주당 추미애 의원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같은 상황 와도 선택엔 변함없다”

“같은 상황 와도 선택엔 변함없다”
어쨌든 떴다. ‘소신 행보’와 ‘계산된 정치 행보’라는 엇갈린 평가를 낳으며 연말연초 ‘정국(政局)의 핵’으로 급부상했고, 민주당 윤리위원회 청원과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논란으로 연일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노동조합 및 노조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일명 ‘추미애 중재안’)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반발 속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통과시킨 민주당 추미애 상임위원장 얘기다.

의원실 관계자는 “뒷목 통증 때문에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2주간 밤늦게까지 일하며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언론과의 접촉도 자제하고 있다”며 추 위원장의 근황을 전했다. 추 위원장의 뒷목 통증을 유발한 병원(病原)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 노조법.

지난 12월4일 노동부와 경총, 한국노총이 복수노조 2년6개월 유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로 제한해 2010년 7월 시행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자 야당과 민주노총이 발끈했다. 그러자 추 위원장이 나섰다. 각 이해집단과 면담을 갖고, 여야와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8인 연석회의’를 마련했다. 이를 토대로 한나라당의 법안, 그리고 야당과 민주노총의 주장을 종합한 ‘추미애 중재안’을 만들었다. 정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중재안에 동의했지만 ‘친정’인 민주당 의원들은 산별노조 교섭권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28일이던 합의시한이 30일로 미뤄졌고,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한나라당 의원의 표결로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오랜 고민 끝 결정, 국민이 심판할 것”



노사 모두를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개정안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그에게 ‘추(秋)다르크’ ‘뚝심의 추(秋)’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반면 ‘4대강 예산안 전쟁’을 위해 비상 대기 중이던 민주당은 ‘자살골’에 당혹스러워했다. 내부에서는 ‘전략 부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간동아’는 1월7일 추 위원장과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당내 논란과 상관없이 노조법 시행령을 마련하는 등 후속 조치에만 몰두하겠다”면서도 “본질은 제쳐두고 정쟁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시각이다.

“당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의원 수가 적은 야당이다 보니, 정부 여당이 끌고 가는 방향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야당을 파트너로 대접하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만 접근해 해결할 성격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그동안 정치인들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이 문제를 부담스러워하며 해결하지 못했다. 나 역시 정치적인 고려를 했다면 이렇게 통과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환노위 위원장으로서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노사 모두 상임위를 쳐다보는 상황에서 상임위가 중심을 잡아야 했다. 백지화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노사와 여야 모두 합리적 안으로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게도 나의 뜻을 전했다. 민주당이 대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중재안을 처리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같은 상황이 다시 와도 그렇게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내 처지도 이해해달라. 힘들었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산별노조 교섭권 허용’이 당론이라고 수차례 전했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의 주장일 뿐이다. 당론을 들어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라. 복수노조 시대를 여는 것은 독점시대가 끝나고 경쟁시대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산별노조만 기득권을 인정해달라고? 중재안은 기존 노조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2년6개월간 산별노조 협상권을 인정하는 유예기간을 뒀다. 시간을 준 것이다.”

“같은 상황 와도 선택엔 변함없다”

지난해 12월30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맨 왼쪽)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에서 추미애 위원장(가운데)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12월30일 오후에는 상임위 문을 잠그고 표결했다고 하는데.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속상하다. 그날 오전 민주당 의원들에게 퇴장하지 말고 민주당 안이 있으면 법안으로 가져올 때까지 토론하면서 기다려달라고 했다. 1시간여 토론한 뒤 (민주당 의원들이) 갑자기 퇴장했다. 곧 표결에 들어가니 회의장 밖에서 농성하지 말고 환노위 소속 의원들을 확인한 뒤 입장시키라고 했다. 경위가 들어오라고 손짓했지만 일부 의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못 들어온 게 아니라 안 들어왔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들어왔다가 떠들면서 퇴장했다. 자신의 표결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 아닌가. 다 만족시킬 수 없더라도 대안을 내놓았어야 한다. 정치권은 시장의 혼란을 막고 노사를 안정적으로 도와줄 책무가 있지 않나. 속기록을 보면 다 나온다.”

“사춘기 아들 붙잡고 한 시간 하소연”

최근 ‘외롭고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도 이 때문인가.

“오죽 답답했으면 어제 고2 아들을 붙잡고 한 시간 이상 얘기했다. 어깨가 아프다고 하니까 주물러주면서 ‘엄마 마음 안다’고 하더라. 권력이나 세력을 상대로 원칙과 소신을 지켜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피할 수 없지만, 결국 국민이 나의 진심을 이해해주리란 믿음이 있다. 두렵지 않다.”

‘추미애 중재안’ 통과 이후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여성 대권후보인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그분은 나보다 당내 사정이 낫다. 당내 지분도 갖고 있지 않은가.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입장이 못 된다. 정치를 하는 상황이 다르다. 지지기반이 다르고, 지분도 없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정치적 주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정치적 주제라 하면.

“추구하는 가치와 바라보는 지점 말이다. 예를 들어, 박 의원이 소신을 갖고 지킨 대표적인 법이 사학법이라면, 내가 지킨 것은 비정규직 보호법이었다.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이 다르다.”

추 의원은 지난해 6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핵심으로 한 비정규직법 정상 시행을 지켜냈다. 한나라당은 ‘100만 해고 대란설’을 주장하며 비정규직법 유예를 주장했지만, 법 시행 이후 한나라당의 설득력은 떨어졌다는 평이다.

중재안 처리를 놓고 당권, 혹은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번에 개정된 노조법의 사회적 파급력이 큰 만큼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시행령 마련 같은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노사정과 여야의 한가운데 서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노사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1월4일 국민은행 노조와 간담회를 가졌다. 앞으로도 산업현장을 찾아 노조, 경영계와 머리를 맞댈 것이다. 당분간 다른 정치 일정이나 계획에 대해선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월5일 전화로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추 위원장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징계 찬반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징계 반대’가 46.5%로 ‘찬성(23.9%)보다 22.6%포인트 높았다.



주간동아 2010.01.19 720호 (p44~45)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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