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7

2009.12.29

야자수 트리 밑에서 산타를 만나요

세계의 크리스마스 풍경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입력2009-12-23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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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자수 트리 밑에서 산타를 만나요
    세계는 지금 크리스마스로 향하고 있다. 거리에는 캐럴과 트리 조명, 산타 복장을 한 구세군 등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산타 할아버지’의 기원으로 알려진 ‘성 니콜라’는 실존 인물로 서기 271년경 소아시아에서 태어난 성직자다. 당시 지중해 뱃사람들의 수호성인으로 일컬어졌다. 험한 바다를 조용하게 만들어줬다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거친 삶을 살던 이들에게 그만한 성인도 없었을 것이다. 이 수호성인은 이제 크리스마스가 되면 지중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출현한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세계 각국의 풍경을 구경해보자.

    미국_ 산타의 집 찾는 알래스카 어린이

    미국에선 11월 추수감사절이 끝나면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어간다. 백화점이나 선물가게는 최대 성수기를 누린다. 부모들은 자녀가 원하는 선물이 뭔지 미리 생각해뒀다가 크리스마스 직전에 구입하기 때문이다. 12월31일 밤에는 TV를 통해 중계되는 뉴욕 맨해튼의 카운트다운 축하쇼를 보고, 1월1일 미국 대학 ‘빅10’ 팀이 벌이는 미식축구를 관람하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연휴는 끝이 난다.

    워싱턴DC나 뉴욕 같은 대도시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유명하다. 백악관 앞의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는 대통령이 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불을 밝히는데, 이제는 미국의 전통이 됐다. 평소 흩어져 살던 가족, 친지가 크리스마스에는 모처럼 모여 얘기를 나누고 저녁에는 직접 준비한 칠면조 구이와 빵, 과자 등을 즐긴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모여 밤새도록 성탄 축하파티를 연다. 크리스마스는 단 하루지만 곧이어 연말로 접어들기에 흥겨운 연휴는 계속된다.

    알래스카는 미합중국 50개 주 가운데서 가장 크다. 미국 본토의 약 5분의 1이니 한반도의 7배, 남한의 15배 크기다. 이 동토(凍土)의 거대한 땅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형형색색의 전구와 장식물로 아름답게 꾸며진다. 특히 휘황찬란한 오로라(북극광)가 자주 나타나는 페어뱅크스 교외의 노스폴(North Pole)에는 커다란 산타클로스의 집이 있다. 인자하게 생긴 산타클로스가 이곳을 찾은 어린이를 안아주고 선물도 준다. 건물 벽면에는 산타클로스와 관련된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스라엘_ 베들레헴 아기예수 마구간에 관람객 발길 이어져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에서는 예수를 선지자 중의 한 명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유별나게 큰 행사를 열지는 않는다. 다만 아기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에선 해외에서 많은 기독교인이 찾아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베들레헴을 방문한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아기 예수가 성모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난 동굴 외양간. 아기 침대로 쓰인 구유는 여물통으로 쓰던 외양간의 칸막이를 뜻한다. 해산이 임박한 성모 마리아는 베들레헴의 여인숙마다 만원이라 하는 수 없이 남의 집 마구간을 빌려 아기 예수를 낳았다. 동굴 외양간 위에는 현재 예수탄생교회가 서 있다. 이 유서 깊은 예수탄생교회 바로 옆엔 성 캐서린 교회가 있다. 근대식 성당으로 1881년 성 프란시스코 수도사들이 세운 가톨릭교회다. 흰색 벽면과 성단 안에서 은은히 울려 퍼지는 성가가 순례자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베들레헴 성탄 자정미사가 이 성당에서 거행된다.

    별자리를 따라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을 찾아간 동방박사 세 사람은 모두 유대인이 아니었다. 동방박사가 예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가져간 선물은 황금, 유황, 몰약 세 가지였는데 황금은 예수가 진정한 왕이라는 사실을 가리키고, 유황은 그가 진정한 하느님이라는 것을 상징하며, 몰약은 예수가 영원불멸의 존재라는 상징을 의미했다.

    야자수 트리 밑에서 산타를 만나요
    멕시코_ 과달루페 사원 앞에서 마차행진

    멕시코시티에는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많다. 이 도시의 중심은 소칼로 광장으로, 스페인 식민지시대 최대 종교 건축물인 카테드랄(대성당)이 광장 옆에 자리한다. 몇 해 전 인구 2000만이 넘는 중남미의 으뜸가는 대도시 멕시코시티를 방문했을 때는 크리스마스 전날이었다. 거리에는 많은 시민이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커다란 마차를 따라 행진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연중 가장 중요한 명절로 여긴다.

    갈색 성모상이 모셔진 과달루페 사원에서는 해마다 성대한 크리스마스이브 행사가 열린다. 성모상을 향해 멀리서부터 무릎을 꿇고 제단까지 기어가는 순례객의 모습은 경건하기만 하다. 12월12일 성모 축일에는 수십만 신도가 이곳을 방문하는데, 광장에서는 순례객들의 봉납 춤판이 벌어진다. 가르발디 광장의 희미한 조명 아래에선 찰로라는 정장을 입은 악사들이 기타를 치며 열창한다.

    독일_ 북적이는 뉘른베르크 성탄시장

    독일엔 거리에서 벌어지는 축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크리스마스 시장인데, 대개 대성당 혹은 시청 앞 광장에 노천시장을 열고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시민들은 크리스마스에 필요한 나무나 장난감 혹은 장식 재료를 구입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행사에 흥겹게 참여한다. 독일의 큰 도시에는 대부분 성탄시장이 있지만 특히 유명한 곳이 뉘른베르크다.

    뉘른베르크의 로렌츠 교회 앞 중앙광장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성탄시장(Christ Kinders Market)이 해마다 성대하게 열린다. 11월 말이 되면 대회 마스코트인 어린이 대표가 선출되고, 이 어린이가 개막을 선언하면서 축제는 크리스마스이브까지 4주간 계속된다.

    성탄시장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다채로운 상품이 진열되는데, 장난감 산업의 중심지 뉘른베르크에서는 유난히 장난감 상점이 많다. 거리 상점들도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용 트리를 만들어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성탄시장에는 그 고장 특유의 음식을 파는 노점도 많은데, 특히 맛있는 것은 다양한 소시지다. 이 밖에 돼지고기와 빵, 감자, 맥주 등 독일 전통음식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말레이시아_ 차도르 쓴 엄마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지만 중동 국가들에 비하면 매우 개방적이어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즐기는 시민도 많다. 150만명이 사는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밤이 되면 야자수 가로수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힌다. 차이나타운인 페탈링 거리에는 음식점과 노점상이 많은데, 이곳에서 음식을 먹으면 아열대 기후에서 색다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높이 452m) 건물 중 하나인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에도 다양한 크리스마스 장식물이 설치된다. 이슬람교를 믿는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호기심이 가득 찬 눈망울로 산타클로스 동상을 쳐다본다. 부모들도 종교와 무관하게 자녀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데, 덕분에 선물 상점들은 연중 최고의 경기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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