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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백두산 호랑이가 그립다

자연방사 논의 … ‘호랑이 부활’에 높은 관심 서식지 축소보다 밀렵이 더 큰 생존위협

  •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백두산 호랑이가 그립다

백두산 호랑이가 그립다

호랑이뼈 소비가 증가하면서 백두산 호랑이의 운명도 위기에 처했다.

최근 멸종위기종인 백두산 호랑이를 들여와 자연에 그대로 풀어주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한반도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행동반경이 넓고 사나운 짐승을 한반도 같은 좁은 지역에 풀어주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며 의문스러워한다. 호랑이의 해인 2010 경인년 새해를 맞아 멸종위기에 처한 백두산 호랑이의 부활은 과연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흔히 ‘백두산 호랑이’라 부르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북한에선 ‘고려범’ ‘조선범’, 중국에서는 ‘둥베이후(東北虎)’로 통한다. 정식 학명은 ‘판테라 티그리스 알타이카’로 ‘만추리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생대 올리고세(약 300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한 호랑이에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비롯해 8개의 아종이 있다.

여러 번 체세포 복제 실패

백두산 호랑이는 먼저 덩치부터 차이가 난다. 평균 몸길이는 260∼330cm, 체중은 100∼306kg. 하지만 몸 전체의 길이가 4m에 가까운 것도 있다. 앞발이 크고 잘 발달했으며, 긴 털이 온몸을 덮고 있다. 몸 전체에 난 줄무늬는 폭이 좁고 촘촘하다. 특히 다른 호랑이와 뚜렷이 구별되는 점은 꼬리 무늬다. 백두산 호랑이는 꼬리의 줄무늬 개수가 8~10개로, 10~13개인 남방계 호랑이보다 적다. 흔히 호랑이는 이마에 ‘왕(王)’자 무늬가 있고, 그 아래 희미한 ‘대(大)’자 무늬가 있는데 백두산 호랑이는 이마의 대왕(大王) 무늬가 선명하다.

호랑이는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와 달리 단독생활을 한다. 대개는 12월에서 다음 해 1월 사이 교미하고, 93∼111일의 임신 기간을 거쳐 바위굴과 관목 숲에 서너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번식기이거나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을 제외하고는 암수 모두 단독생활을 즐긴다.



백두산 호랑이는 과거 만주와 연해주 일대 및 한반도 전역을 호령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야생 호랑이가 급격히 감소했다. 남한에서는 1922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뒤로는 목격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북한에서도 중국과 접경지역인 고산 삼림에 10여 마리가 남아 있다고 추정될 뿐 정확한 개체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체세포 복제로 백두산 호랑이를 복원하고자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북한이 낭림산맥에서 생포해 우리에게 기증한 암호랑이 ‘낭림이’의 체세포를 얻어 복제실험을 했다. 지금까지 여러 번 임신과 유산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호랑이 복제가 어려운 이유는 서로 ‘속(屬)’이 다른 동물의 난자를 이용해 복제를 해야 하기 때문. 지금까지 다른 종 사이의 복제에 성공한 적은 있지만, 다른 속 사이의 복제에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부 복제 연구자는 호랑이 복제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먼저 고양잇과 동물인 삵(살쾡이) 복제에 도전하고 있다. 삵을 복제하기 위해 다른 속에 속하는 고양잇과 동물의 난자를 이용하므로 삵 복제에 성공하면 다른 속 사이의 복제에 속하는 호랑이 복제도 한결 쉬워진다. 하지만 백두산 호랑이 복제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전문가도 있다.

자연 상태 호랑이 8종 거의 멸종단계

설령 복제에 성공하거나 자연방사를 통해 2세가 태어난다 해도 서식 환경에 대한 문제는 남는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호랑이는 하루 행동반경이 20여km로 한 마리가 최소 400㎢ 정도의 서식면적을 요구한다. 여의도 면적(8.4㎢)의 약 47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강력한 다리 근육을 가진 호랑이의 점프력은 웬만한 담장을 훌쩍 넘기에 충분하다. 서식환경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자연 방사할 경우 자칫 호랑이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러시아에서 진행되는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보호 프로젝트’에서도 사람과 호랑이 간 분쟁 해결이 중요한 주제로 꼽히고 있다. 사람을 공격한 시베리아 호랑이 중 50%는 밀렵에 의해 쫓기거나 다쳤다가 무고한 사람을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밀렵이 성행하고 인구밀도가 높으며 생태계 먹이사슬이 약한 한반도 지형에서 호랑이가 과거처럼 늠름하게 뛰어다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자연 상태의 호랑이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몰려 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최근 8종의 호랑이가 자연 상태에서 거의 멸종됐다고 발표했다. 1960년대 발리 호랑이, 1990년대 카스피 호랑이, 자바 호랑이가 차례로 멸종됐고, 시베리아 호랑이 등 나머지 5종도 사실상 멸종 상태로 파악된다. 현재는 극소수의 보호구역에서 700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집계될 뿐이다.

1940년대 40마리에 그쳤던 시베리아 호랑이가 50년 만에 최대 500마리로 늘었지만, 최근 다시 줄고 있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11월25일 미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극동지역에 남아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조사한 결과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조사 지역은 시베리아 지역의 2만3555㎢로 시베리아 호랑이 서식지의 15~18%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에서 포착된 호랑이는 56마리로 최근 12년간 평균의 40%에 머물렀다. 지난해 겨울 폭설이 내려 호랑이의 활동이 줄어든 까닭에 포착된 개체 수가 감소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최근 4년 연속 줄어든 셈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시베리아 호랑이가 줄어드는 주요 이유를 밀렵으로 본다. 호랑이 뼈 소비의 증가가 호랑이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호랑이 뼈가 소염과 진통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규제 노력에도 밀거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물학자들은 1980년대만 해도 호랑이가 줄어드는 원인이 개발로 인한 서식지 축소 때문이라고 봤다. 그런데 마지막 호랑이가 사라진 뒤에도 서식지가 상당 기간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밀렵이 호랑이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시베리아 호랑이의 감소는 백두산 호랑이 멸종으로 이어져 국제적으로 시급한 보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간동아 2009.12.29 717호 (p74~75)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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