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3

2009.12.01

미래의 여성 법률지도자 배출 산실

명문 로스쿨 탐방 이화여대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11-30 11:1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래의 여성 법률지도자 배출 산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강의실에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이화여대 로스쿨 학생들.

    가을이면 이화여대 캠퍼스는 형형색색으로 물든다. 빨간 단풍나무 사이로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면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그 위로 하얀 눈이 내리면 수묵화로 변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변화’를 거듭하는 캠퍼스에 자리한 이화여대 로스쿨은 국내 최고 수준의 법학교육 인프라를 기초로 법조계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전망이다.

    이화여대 로스쿨이 지향하는 인재상은 ‘이화의 정신을 계승하고, 기본에 충실한 법률 전문가’.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은 기초 법률소양이 튼튼하고, 전문가로서의 윤리의식과 사명의식이 몸에 뱄을 정도로 투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지녀야 할 책임감과 리더십은 기본이다.

    이화여대 로스쿨은 이를 위해 다른 로스쿨과는 차별화한 다양한 교과과정을 준비해놓고 있다. 현재 개설된 교과목은 모두 196개. 25개 로스쿨 가운데 가장 많다. 법정보조사와 법문서 작성, 모의재판 등 실무 필수과목도 이화여대만의 차별화한 교과목이다. 여기에 법률 전문직으로서 창의적 실무가 가능하도록 심도 있는 사고력 훈련과 글쓰기, 표현력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젠더법’ ‘생명의료법’ 전공제 도입

    이화여대 로스쿨의 또 다른 특징은 ‘전공제도’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졸업 후 어떤 분야를 특화해 전문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쌓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것. 전공 분야를 보면 그동안의 학문 공급자 중심의 법 영역별 전공에서 벗어나 △기업법무 △공공정책법무 △국제법무 △공익법무 △시민생활법무 등 법률 수요의 영역을 우선적으로 반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이화여대 로스쿨이 특성화 교육 분야로 정한 ‘젠더법’과 ‘생명의료법’ 전공도 가능하다.



    젠더법과 생명의료법을 특성화 분야로 선정한 데는 이화여대 로스쿨의 교육이념과 목표가 깊이 고려됐다. 젠더법과 관련해 이화여대 법과대학은 2001년 ‘젠더법학연구센터’를 설립한 이래 성 평등, 여성인권, 여성노동자의 권리 등 여성 관련법 분야의 연구와 전문성에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의와 배려를 함께 추구하는 진정한 성 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리더십을 가지고 사회 각 분야에서 헌신할 법률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젠더법 특성화 교육의 목표다.

    이화여대는 또한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및 대학원 생명윤리정책 협동과정을 통해 생명과학과 의료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생명의료법 특성화 교육의 목표는 그동안의 연구 역량을 토대로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에 바탕을 둔 생명윤리관을 지닌 생명과학 및 의료 분야의 법률 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이다.

    차별화된 교과목과 전공 제도를 위해 포진한 교수진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검사 출신인 이재상 석좌교수(형법)를 비롯해 헌법재판관 출신 전효숙 교수, 판사 출신 나현 교수, 검사 출신 김인호 조균석 교수, 변호사 출신 신승남 도재형 교수, 전문의 출신 배현아 교수, 법제연구관 출신 옥무석 교수, 외교관 출신 김영석 교수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내로라하는 법학자들로 탄탄하게 구성돼 있다. 현재 교수진은 전임교원 36명과 실무 중심의 겸임교원 14명 등 모두 50명.

    미래의 여성 법률지도자 배출 산실

    이화여대 법학관 전경.

    해외 연계 프로그램도 탄탄하게 구축

    이처럼 최고의 교수진을 구축한 것은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다양한 실습 프로그램을 위해서다. 이화여대 로스쿨은 ‘인턴십’ ‘엑스턴십’ ‘임상법학교육’ 등 다양한 실습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를 위해 김앤장, 율촌, 태평양 등 대표적인 로펌들을 비롯해 법제처, 국가인권위원회, 가정법률상담소 등 40여 개 국가기관, 공익단체와 실무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우기 위한 해외 연계 프로그램도 탄탄하게 짜여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로스쿨을 비롯해 중국 칭화대와 톈진대, 일본 와세다대, 독일 본(Bonn)대, 프랑스 폴 세잔 액스 마르세유3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연계돼 있다. 또한 미국 뉴욕·캘리포니아·보스턴·하와이, 중국 베이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독일, 영국 등에 설치돼 있는 이화여대 해외거점 캠퍼스와 54개국 640여 개에 이르는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로스쿨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변호사시험 합격률. 이화여대 로스쿨은 최고의 합격률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중앙일보’가 실시한 전국 법과대학 평가에서 전국 79개 법대 중 1위를 차지하고, 최근 5년간 사법시험 합격자 수에서 여성 법조인 배출 2위를 기록한 이화여대 법대의 교육 인프라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법대 교육 인프라의 핵심은 고시기숙사 ‘솟을관’을 중심으로 한 고시반 시스템이다. 로스쿨도 이 시스템의 노하우를 토대로 변호사시험 대비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법학 전용 기숙사는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 방학 중 기본 과목들에 대한 특강을 마련한 것도 변호사시험을 위한 나름의 교육전략이다.

    시설도 충실하게 갖췄다는 평가다. 대형 강의실과 모의법정 등 최신시설을 갖춘 로스쿨 전용 법학관과 최첨단 멀티미디어 강의시설은 물론, 수유실 겸 놀이방을 마련해 육아 중인 학생들이 자녀를 데려와 수업을 받는 데 부담이 없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제2법학관 내 법학전문도서관에는 6만여 권의 법학 관련 도서와 1000여 종의 법학 관련 저널, 일본 미국 독일 등 4개국 5종의 웹 자료(Web-DB)가 구비돼 있어 국내외 다양한 법학 관련 자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학금은 전체 재학생의 70%가 넘는 학생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특히 사회취약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의 83%를 책정했다. 학생은 ‘가’군 50명(일반전형), ‘나’군 50명(일반전형 44명, 특별전형 6명)씩 나눠서 뽑는다. 물론 중복 지원도 가능하다. 정원은 100명. 전국 25개 로스쿨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만 선발한다. 이 때문에 얼마 전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남성 2명이 “응시자격을 ‘여성’으로 제한한 이화여대 로스쿨 모집요강은 성차별”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이어, 2010년 이화여대 로스쿨 모집요강 효력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로스쿨 김문현 원장은 “1회 로스쿨 입시결과를 보면 남성이 61%, 여성이 39%였다. 이렇게 볼 때 이화여대 로스쿨에서 여성만 뽑는다고 기회균등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법조계에 여성 법조인의 수가 현저히 적고, 우리나라 법률문화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인 점을 감안한다면 여성의 시각에서 법률문제를 보는 교육기관이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로스쿨은 법조인을 양성하는 일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기능도 한다. 지금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들의 역량, 환경 여건, 학생 수준을 보면 한국의 미래 여성지도자를 배출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래의 여성 법률지도자 배출 산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