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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로스쿨 서바이벌09

‘국민을 위한 중재자’ 희망 봤다

로스쿨, 다양한 법률전문가 양성 낙관적 전망

‘국민을 위한 중재자’ 희망 봤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현재에도 로스쿨 제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선 더욱 증폭되는 듯하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는 시행 중이다. 분명 문제점도 있지만, 어쨌든 진통 끝에 첫걸음을 뗀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운영의 관점에서 보완과 수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로스쿨의 미래는 일단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사법시험 제도와 비교해 로스쿨제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 1회 시험’이 아닌, 일정 기간의 정상적인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점이다. 사법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지식을 습득한 ‘수평적 법조인’을 생산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났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로스쿨 교육과정에선 다양한 전공의 갖가지 경험을 가진 자들이 함께 법률을 공부하면서 사고의 폭과 능력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자신의 전공을 기본으로 다른 사람의 전공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법률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로스쿨 출신이 사법연수원 과정을 수료한 법조인보다 법률적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리라는 세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로스쿨 재학기간인 3년 안에 법조인으로의 기본 지식과 소양을 쌓기에는 시간이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교육받는 기간이 길고 짧으냐가 아니라 교육 내용의 깊이와 질적 강도, 그리고 로스쿨 학생들의 자질과 의지다.

현재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받는 교육 내용은 기존 법학과나 서울 신림동 고시학원에서 받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사법시험 준비 때문에 일정 부분 파행을 되풀이해온 법학교육이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변화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이다.



새 분야 개척 의지, 외국어 등 개인 능력과 경험 뛰어나

필자는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합격 후 2년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로 일하면서 올해 틈나는 대로 서울과 지방에 있는 여러 로스쿨을 방문해 많은 학생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로스쿨을 수료한 뒤 법조인이 돼 5년 내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선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에 버금가는 훌륭한 법조인이 돼 있을 것이라 확신하게 됐다.

사법시험 합격자들은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뒤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위한 암기 위주의 실무교육에 2년간 집중하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기득권 의식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법조인으로의 삶의 목표가 오로지 판·검사에 임용되거나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것에 고정된다. 법조계에 진출해서도 기성 법조계를 지배하는 ‘엘리트주의’ ‘1등 지상주의’라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다니며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

반면 필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로스쿨 학생은 기득권 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공과 경험적 지식이 다른 학생들이 저마다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낮아짐과 섬김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당연히 법조인이 되려는 목적과 이유가 뚜렷하면서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자기 방어력이 없는 고아와 과부, 장애인, 독거노인, 탈북주민, 난민의 고통과 탄식에 귀 기울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학생도 적잖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의 경험과 전공 노하우를 살려 법률을 공부하려는 학생이 많은 것이다.

기존 법조인 및 사법연수원생처럼 신분적으로 사회지도층에 올라서려는 ‘상향성 추구의 종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미 이러한 의식을 실천할 수 있을 만큼 외국어 구사 및 상황분석 능력, 사회 경험 등은 탁월한 수준이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미개척 분야에 대한 도전의식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로스쿨 학생은 사법연수원생보다 ‘기본+실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이는 로스쿨의 실패를 예단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전체적으로 3년 안에 법률전문가를 길러내는 게 무리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실제 로스쿨 내에선 이러한 기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수들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법대 강의보다 진일보한 교육 내용을 선보이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습득 강도도 세다. 이를 대하는 학생들의 의지도 강하다. 외부에서 워낙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니 그들 스스로 독려하는 측면이 강하다. 실제 몇몇 로스쿨에선 비(非)법대 출신이 오히려 법대 출신을 추월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사법시험 출신자들과의 단순한 수련 시간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좋은 변호사는 나쁜 이웃’ 속담 바뀌게 될 것

이 시대 법조인은 안전하고 존경받는 직업인가. 대부분의 법조인은 이러한 질문에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데도 왜 법조인이 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가 신림동 고시촌과 법과대학 고시실에서 청춘을 불사르며 공부하는가. 결국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아직도 다른 직업보다 사회적인 존경, 월등한 수입과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결국 이러다 보면 법조인들에게도 정신적인 공황이 찾아들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정확하게 법률전문가로서의 삶의 의미와 보람을 일깨워줘야 하는데 사법시험 시스템 아래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법조 비리 사건으로 법조인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변호사를 구할 때 물건을 골라 사듯 “변호사를 산다”고 말한다. 이는 변호사가 인권과 정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고객의 지시와 구미에 맞춰 진열된 상품의 일종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의뢰인을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압박감이 크고, 그러다 보니 인맥과 학맥, 전관예우 등으로 자신의 상품가치를 과대포장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소송지연, 과다비용, 절차남용 등의 불법까지 따라온다. 이는 회의와 권태를 느끼게 하는 묘혈을 스스로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좋은 변호사는 나쁜 이웃’이라는 속담도 있다. 법률영역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변호사는 약자를 섬기는 법률전문가로서 이러한 이미지를 바꿔놓을 필요성이 있다. 국민을 위한 중재자, 치유자가 제격이다. 그 역할을 로스쿨이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주간동아 2009.12.01 713호 (p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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