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3

2009.12.01

제도는 여전히 ‘오리무중’

정부·국회 대처는 ‘만만디’ 로스쿨 3대 현안과 부처별 쟁점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11-23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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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7년 7월3일. 그로부터 2년 4개월이 흘렀고, 2회 로스쿨 입시전형이 끝나가는 지금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 너무 많다.

    당장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판·검사 임용은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결정짓는 시험방법이나 난이도는 고사하고 시기조차 미정이다.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에서 첫 로스쿨 학생들을 받아 학사관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가 불거졌다. 1년 동안 발생한 결원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반수생(재학 중 재수생)’이나 편입으로 예상되는 지방 로스쿨의 이탈현상은 또 어떻게 해결할지도 문제다. 법과 제도, 정책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다들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논의 중이거나 새롭게 생긴 문제점들을 미리 검토하고 준비가 끝난 뒤 법안이 통과돼야 정상이다. 다시 말해 이미 논의가 끝나 정리됐어야 할 사안들이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국회나 정부 관련부처의 논의 수준은 아직도 초기단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지난 4월 로스쿨 현안들을 정부부처와 논의하고자 ‘법조인력 양성을 위한 소위원회’(위원장·이주영 한나라당 의원, 이하 법조인력양성소위)를 만들었지만, 7개월이 지난 11월10일에야 첫 회의를 가졌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법무부, 법원행정처 등 관련 부처에서 로스쿨 제도 개선 및 보완을 위해 내놓은 법률개정안이나 정책 대안도 전무한 상태. 그런데 벌써부터 부처 간에 마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쟁점 현안별로 논의 진행상황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들어봤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판·검사 임용 및 변호사 자격부여 조건

    법무부 ▶ “합격자 중 곧바로 검사 임용할 것”

    법원행정처 ▶ “곧바로 판사 임용은 곤란”

    11월10일 국회 법사위 법조인력양성소위 첫 회의의 주제는 ‘신규 변호사의 실무수습 제도의 방향’.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한 자격 부여 및 등록요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논의의 핵심은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한 추가적인 실무수습의 필요성 여부였다.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학계 대표로 나온 건국대 로스쿨 최윤희 원장은 “실무수습 제도를 두지 않거나 두더라도 최소한으로 하고, 로스쿨 실무교과과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임치용 기획이사(변호사)는 “판·검사 임용기준에 맞는 품성과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하며, 상시 교육을 위해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을 확대 개편해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추가 실무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삼성테스코 임병덕 법률자문역(국제변호사)은 “인턴십 등을 통한 능력개발로 실무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서로 이견을 내놓는 선에서 끝났다.

    판·검사 임용조건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국회 법조인력양성소위는 12월1일 ‘검사임용 및 교육제도’ 관련 조찬토론회에 이어 15일 ‘판사임용 및 교육제도’ 관련 조찬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검사임용 관련 조찬토론회에는 법무부 관계자가, 판사임용 관련 조찬토론회에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참석한다.

    그렇다면 관련 부처의 시각은 어떨까. 검찰 임용은 법무부 소관이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에서 곧바로 검사로 임용할 계획이다. 법무부 최교일 검찰국장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 중에서 곧바로 검사로 임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사임용 이후 추가적인 실무교육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유철 검찰과장은 실무교육에 대해 “앞으로 로스쿨 교육의 충실도에 따라 실무교육 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고, 길어질 수도 있다”며 “수습기간을 두고 사법연수원에서 지금과 유사한 실무교육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원과 공동으로 교육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판사임용 주무부처인 법원행정처는 아직 외부에 임용조건이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힐 상황이 아니라는 태도다. 인사총괄심의관실 성창호 인사심의관의 말이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성적만 가지고 판사로 바로 임용할 수 있을지, 로스쿨이 연수원 교육과 평가를 대체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자마자 판사로 임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의 사법제도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라 경과를 지켜보며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 측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판·검사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은 “로스쿨 3년 교육과정에 연수기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판·검사로 곧바로 임용돼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변호사시험 시기와 난이도

    법무부 ▶“사시 일정 고려해 4월이 무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 “늦어도 1~2월에는 치러야”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변호사시험법은 응시자격 개방 여부가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결국 로스쿨 졸업생에 한정시키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관련 정부부처 간에도 이견을 표출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변호사시험 내용은 물론 시험 횟수, 시기 등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법엔 ‘매년 1회 이상 시험을 실시하되’라고 규정돼 있어 한 해에 2회 이상 실시될 여지도 있다. 실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한 해에 2월과 7월 두 차례 변호사시험을 본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사법시험 관행상 변호사시험이 한 해에 한 차례를 초과해 치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 민감한 문제는 시험 시기다. 변호사시험을 관장하는 법무부에서는 매년 4월 초~중순을 가장 유력한 시기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법조인력과 주용완 검사는 “법 자체가 로스쿨 졸업자를 대상으로 치르게 돼 있어 2월 졸업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시험을 치르기가 불가능하다. 또 2월 중순에 시험 봐서 4월 초 합격자를 발표하는 사법시험 일정을 고려할 때 4월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과부의 생각은 다르다. 교과부 대학원지원과 법학전문담당 박성하 사무관은 “수업 연한이 끝나는 시기가 연말이라 로스쿨의 학사지도나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위해서라도 연초로 앞당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 검사는 이에 대해 “그러려면 로스쿨법을 바꿔서 미리 졸업을 시켜주거나 변호사시험법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법무부는 요즘 시기보다 시험문제를 어떻게 내고, 난이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에 대해 더 고민한다. 사법시험처럼 이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무능력도 함께 봐야 하기에 시험유형을 결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는 것. 난이도 문제는 결국 합격률을 어느 정도로 맞추는지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주용완 검사는 “로스쿨들이 인가신청 당시 제출한 커리큘럼을 보면 교육개념도 제대로 안 돼 있는 곳이 있다. 그러니 로스쿨에서 가르치지 않은 것을 문제로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일본처럼 너무 어렵게 내서도 곤란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의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27.6%에 불과하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는 변호사시험을 의사시험처럼 95% 전후의 높은 합격률을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 80% 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희망한다. 김명기 사무국장은 “변호사시험을 4월에 보고 합격자를 7~8월 발표하면 로스쿨 학생들은 1년 가까이 허송세월해야 한다. 그런데 시험까지 어렵다면 재수생이 늘어나 대학으로선 학사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로스쿨 결원 및 편입 허용 여부

    법무부 ▶ “자연감소분 보전은 형평 위배”

    교과부 ·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 “결원 이월 허용해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11월18일 현재 전국 로스쿨 결원생은 30명이다. 전남대가 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와 고려대, 서울시립대, 부산대, 영남대 등이 각각 3명이다. 또 서강대, 성균관대 등 7개 대학 로스쿨에서 1명씩 결원이 생겼다.

    결원생이 가장 많은 전남대 로스쿨의 이철환 원장은 “1월29일 이후에는 결원이 생겨도 보충을 못하도록 규정돼 있어 1명이 모자란 상태에서 첫 학기가 시작돼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자퇴했다”고 말했다. 자퇴생 3명은 대부분 전 직장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 입학정원은 120명이기 때문에 5명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정원이 40명이나 50명인 로스쿨에서 5명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원장이 걱정하는 것은 ‘반수생’이 현실화할 경우다. 올해 입시에서 서울지역 로스쿨로 재입학하려고 법학적성시험(LEET)을 본 지방 로스쿨 재학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올해 입시에서 서울지역 로스쿨에 합격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만약 대부분의 반수생이 1년간 공부한 것을 포기하고 서울지역으로 옮겨간다면 지방 로스쿨들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결원이 생긴 서울지역 로스쿨에서 편입을 허용하면 지방대학 로스쿨은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규정상 로스쿨 편입은 일반 대학원이나 대학에서는 불가능하다. 로스쿨 간에만 편입이 가능하다. 자칫 로스쿨끼리 ‘학생 빼가기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로스쿨들은 어떤 식으로든 결원 문제를 해결해야 이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학전문대학협의회가 내놓은 대안은 다음 해에 결원 수만큼을 신입생으로 충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하지만 교과부와 법무부의 견해는 다르다. 교과부 박성하 사무관은 “지금의 결원 수준이라면 전체 대비 1~1.5%에 불과하다. 현재 일반 대학과 대학원 자연발생 감소율이 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높아지면 학교에 따라서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 결원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결원 문제의 해법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대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무부는 “교과부 결정사안이라 뭐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으나, 기본적으로 결원을 신입생으로 충원하는 데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감소에 따른 결원까지 보장해줄 경우 일반 대학이나 대학원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법무부의 이런 태도에 교과부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로스쿨 편입 문제는 교과부로서도 곤혹스러운 문제다. 이미 법적으로 허용된 사안에 대해 별도의 지침을 갖고 허용 여부에 개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에 따르면 편입 관련 조항의 법 취지는 일반 대학원에서 로스쿨로 편입학을 허용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로스쿨 학생으로 제한을 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로스쿨 간의 편입 문제로 변형됐다는 것. 교과부 박 사무관은 “25개 로스쿨이 참가한 협의회 차원에서 로스쿨의 발전과 정착을 고려해 학생 빼가기를 자제하는 등 나름의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본 로스쿨 시행 1년과 과제

    “제도 도입 취지 퇴색 우려 … 문제점 고쳐야”

    로스쿨 시행 첫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두 번째 신입생 선발과정이 대학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원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로스쿨 제도를 사법시험에 대한 검증, 그리고 한국 사회에 적합한 법조인력 양성제도에 대한 폭넓은 고민 없이 도입한 것부터가 문제다. 국회에서조차 충분한 논의 없이 여야 간 ‘주고받기식’ 흥정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부계획도 없이 무리하게 도입한 제도는 결국 ‘땜질식 가공’이 거듭돼 ‘누더기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올해 초 변호사시험법 공청회에서 모 대학 로스쿨 원장은 등록금이 2000만원에 육박한 이유에 대해 “건물을 신축하고 시설을 새로 갖추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다. 학교 건물 짓고 시설 갖추는 돈을 로스쿨 학생들에게 부담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로스쿨들이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전액 장학금 충당’은 기존의 장학금 재원과 별다른 것이 없다. 때문에 다른 학생의 등록금을 전용해 로스쿨 학생의 장학금으로 주는 기이한 형태가 되고 말았다. 일부 지방대 로스쿨의 경우 지역발전을 기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혜택받은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 후 변호사 활동을 서울에서 할지, 그 지방에서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사법연수원의 기능을 대체할 기관이나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사법시험 합격자들은 사법연수원 2년 과정을 거쳐 판사, 검사, 변호사의 현장으로 곧장 배치된다. 하지만 로스쿨 3년 과정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곧바로 법조 현장에 배치돼 국민의 법률수요를 담당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법조계에서는 일정 기간의 연수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연수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 이런 비판을 피하기 위해 꺼내는 ‘로스쿨 내 실무연습을 위한 로펌 설치’ 같은 무책임한 논의는 이제 일고의 가치도 없다.

    로스쿨 학사관리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주체도 없다. 이미 각 로스쿨은 늘어나는 휴학생, 자퇴생과 이로 이한 장학금 감소, 기존 법학부와 비교해 새로울 것이 없는 강의 구성, 로스쿨의 양극화 등 공공연히 드러난 문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각 대학은 뒷짐만 진 채 ‘이미 시행한 제도이니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비판의 목소리는 덮어주기만 바라고 있다. 또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2017년 후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이, 마치 사법시험제도가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로스쿨 도입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그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법고시 낭인’ 문제를 제기했다. 사법시험 준비에 수년간 매달리는 젊은이가 낭인이면 취직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는 다 공무원 낭인, 대기업 낭인인가.

    이처럼 이미 예정됐던 로스쿨 문제가 올해 변호사시험법 처리 과정에서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로스쿨에선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로스쿨 졸업생으로 제한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로스쿨의 원조인 미국의 경우 대부분 주에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로스쿨 졸업생으로만 변호사시험 자격을 제한하던 일본도 결국 예비시험을 도입해 문호를 열었다. 일본은 특히 로스쿨의 높은 등록금 문제, 체계적인 교육의 실패, 정원 억제, 지원자 감소 등의 문제로 ‘로스쿨 회의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시작했으니 싹을 자르지 말고 더 키워주자”는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 법조계의 명운이 걸린 일이니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문제점을 덮거나, 임시방편으로 땜질처방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이나 각 대학 로스쿨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로스쿨의 성(城)’에 길을 내는 것이다. 사회와 소통하고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스쿨은 특권화하고, 그 특권을 지키기 위해 더 두꺼운 성을 계속 쌓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결국 그 안에서 고립되고 자멸할 우려도 커진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equity@dreamwiz.com

    “로스쿨 판·검사 파견법 준비 중”

    제도는 여전히 ‘오리무중’
    로스쿨 도입의 가장 근본적인 취지는 로스쿨에서 법학이론 교육은 물론 실무교육까지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스쿨 시행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실무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무교육이라는 게 판례 또는 사례 위주, 소송절차에 대한 개괄적 이해 수준이 전부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가 로스쿨 외부에서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의 진지한 자성에서 나온 것이라는 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로스쿨의 실무교육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따라 변호사 실무연수 기간이 좌우될 수도 있다고 본다. 실무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진다면 변호사 실무연수가 필요 없거나 최소한의 기간으로 제한되겠지만, 만일 지금과 같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변호사 실무연수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될 뿐 아니라 그 기간도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해도 2년 정도의 연수과정을 거쳐 변호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로스쿨에서 실질적인 실무교육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변호사 출신이라고 해도 일정 기간 교수직에 머무르면 현장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때그때 실무교수를 지속적으로 충원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 대안으로 실무교수를 재교육하는 것과 함께 판·검사 또는 관련 공무원을 로스쿨에 파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판·검사, 공무원을 법학전문대학원 실무교육을 위해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로스쿨 학생들의 실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현직 판·검사 또는 실무경력이 풍부한 공무원을 로스쿨 교육현장에 파견한다면 학생들에 대한 실무교육이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로스쿨에서 실무교수를 임용하는 어려움도 덜 수 있을 것이다. 로스쿨에 파견된 법관이나 검사 처지에서도 나쁠 게 없다. 로스쿨에서 실무강의를 하는 동안 법 적용에서의 이론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가칭 ‘법학전문대학원에의 법관·검사 및 일반직 공무원의 파견에 관한 법률안’을 성안해 관련기관의 의견을 듣고 있다.

    우윤근 민주당 의원 whk-lawy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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