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3

2009.12.01

결혼정보회사는 로스쿨생에 관심 없음?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11-23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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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주간 제 머릿속은 온통 ‘로스쿨’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주제인 로스쿨과 관련해 다양한 취재를 했기 때문입니다. 법조 담당기자로 꽤 오래 검찰,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을 드나들었는지라 주제가 생소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로스쿨 학생들을 만나려니 걱정이 앞서더군요.

    로스쿨 제도는 도입 1년을 맞은 지금도 여전히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법조 시장을 장악한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이 가뜩이나 시장 여건이 나빠지는 현실에서 ‘태생’이 다른 로스쿨 학생들까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반길 리 없죠. 법조계라는 곳이 워낙 경쟁이 심하고, 진입장벽 또한 높지 않습니까.

    법조인들이 로스쿨 학생들의 법률지식 습득능력에 한계가 있으리라 우려하는 건 제도적인 모순이 드러났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나온 무조건반사적 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저는 취재를 앞두고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또한 로스쿨을 반대하는 법조인들의 주장에 일부 수긍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로스쿨 학생 여러 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쪽 말만 듣고 미뤄 짐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들 중 상당수는 우수한 법률가가 될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생소한 법률지식을 익혀야 하는 부담이 크지만, 그들은 주말까지 반납하며 묵묵히 자신과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마음가짐은 다부졌습니다. 로스쿨 학생으로 자부심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자 “자부심을 가질 시간이 없다” “아는 게 없으니까 자부심이 없다” “자부심은커녕 책임감만 커졌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명문사립대 법학과 출신으로 로스쿨에 입학한 남학생은 “법대 다닐 때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전화가 오곤 했는데, 로스쿨에 들어가니 통 연락이 안 온다”라며 껄껄 웃었습니다. 서울대를 다니다 사립대 로스쿨에 입학한 여학생은 “로스쿨에 입학한 뒤 난생처음 ‘나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세상’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낮추고, 때로는 자신이 저절로 낮아지는 것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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