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8

2009.10.27

검증 또 검증 안전성 100% 추구

충북 음성 녹십자 태반주사 공장 11주 공정 거친 태반, 의약품으로 거듭나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10-21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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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증 또 검증 안전성 100% 추구

    충북 음성에 자리한 ㈜GCJBP 공장.

    50, 60대의 기억 속에 태반은 무척이나 불편한 그 무엇이다. ‘불결한 고깃덩어리’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동네 구석에 아무렇게나 버린 태반을 개가 물고 다니는 광경을 떠올리는 것도 낯설지 않다. 반면 10, 20대는 태반을 모른다. 태반이 왜 약이 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도 드물고, 심지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무지는 불신의 시발점.

    젊은 세대들 또한 ‘사람이 사람의 몸을 먹다니…’라며 태반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태반이 건강, 피부, 미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태반주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관심은 뜨거워도 바이러스에 오염된 건 아닌지, 제조 공정의 위생상태는 믿을 만한지 막연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비단 새로운 여행지를 찾았을 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7일, 태반에 대한 무지와 오해를 씻기 위해 태반이 의약품으로 만들어지는 공장을 찾아나섰다. 2005년 이후 태반주사의 뛰어난 효능과 시장성에 주목한 국내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태반주사를 출시하고 있다. 7월25일 현재 라이넥(Laennec) 계열 10개사 10개 품목과 멜스몬(Melsmon) 계열 20개사 21품목 등 31개 품목의 태반주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 및 신고를 받았다.

    라이넥 계열과 멜스몬 계열은 주원료가 탯줄을 포함하느냐(라이넥 계열), 포함하지 않느냐(멜스몬 계열)를 비롯해 성분, 첨가물, 적출법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들 업체 가운데 태반주사 시장의 선두주자는 녹십자. 2005년 4월 일본 최대 태반주사 생산업체인 ㈜JBP(Japan Bio Products)와 손잡고 합작법인 ㈜GCJBP를 설립해 충북 음성공장에서 인태반주사 라이넥을 만들고 있다. 녹십자의 국내 인태반주사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태반주사 역사가 50년이나 된 일본에서와 같은 제조과정을 거칩니다. 원재료인 태반의 감염 위험을 철저히 차단하는 노력은 일본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두 회사의 노하우가 집적됐다고 보면 됩니다. 초기에는 직원들이 일본에 파견돼 품질관리 노하우를 교육받았지만 이제는 일본 등 세계 각지로 수출을 검토할 만큼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죠.”



    태반주사 시장 선두주자 ‘녹십자’

    ㈜GCJBP 음성공장 조상훈 공장장은 국내 인태반 치료제의 우수성을 ‘청출어람’으로 표현했다. 녹십자는 1993년부터 일본에서 라이넥을 정식 수입했을 만큼 태반주사와 남다른 인연을 지녔다. 직접 태반주사를 만들진 않았지만 태반에서 혈액을 추출해 알부민과 같은 혈액제제를 만들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태반 채취·시스템·품질관리·사용 등에 관한 노하우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에서 태반주사 원료를 수입해 단순 가공하는 대다수 제약회사와 달리, 녹십자 음성공장에선 태반 원료 수거부터 주사액 조제까지 전 과정이 이뤄진다. 태반주사 제조는 태반의 수거에서 출발한다. ㈜GCJBP는 10월 말 현재 수도권 10개, 부산권 3개 등 총 13곳의 병원에서 태반을 수거한다. 일주일 평균 10태 이상 분만하는 병원을 주요 수거 대상으로 삼아 법적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해 태반을 공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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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1</b>산모 동의 <b>2</b> 병리 검사<b>3</b> 입고 <b>4</b> PCR 검체 채취

    산부인과에서 출산 후 산모에게서 분리된 태반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각시설이 있거나 전문 소각업체에 위탁해 소각해야 한다. 태반의 처리에도 별도의 관리와 비용이 드는 것. 태반주사를 만드는 제약회사는 병원 대신 소각 비용을 치르고 태반 처리를 맡는다. 이때 산전검사와 산모들의 동의가 중요하다.

    우선 광우병 유발 위험지역인 유럽 7개국에 1980년 이후 6개월 이상 체재한 산모는 태반 수거 대상에서 제외된다. 산모 혈액시험을 통해 HBV(B형 간염 바이러스), HCV(C형 간염 바이러스), HIV(에이즈 바이러스), 매독 등에 감염됐는지 여부도 검사한다. 임신 기간 중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임신 막달인 34∼38주차에 산전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적합한 태반을 수거하고, 부적합 태반은 전량 조직물류 폐기물로 소각 처리한다. 또한 산모동의서가 없으면 바이러스가 없는 정상 태반일지라도 전량 소각한다. 이렇게 소각 처리하는 양은 전체 태반의 30%. 수거한 태반은 위탁업체를 통해 공장으로 옮겨진다. 공장에 입고되면 산모가 태반 제공에 동의했는지, 바이러스 검사 결과 등에 이상은 없는지 등에 대한 서류심사가 이뤄진다.

    공장에서는 서류심사 과정을 생산투입 시점으로 본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태반은 본격적인 제조공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러 가지 안전검사를 받는다. 미량의 감염성 물질에 오염된 태반이 원료로 공급되더라도 그 피해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기에 2중, 3중의 안전검사는 필수 절차. 원료단계에서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검사는 PCR(중합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이다.

    PCR 검사는 DNA의 특정 부위를 단시간 안에 수백만 배로 증폭해 합성하는 기술로, 잠복기 바이러스까지 찾아내 감염 여부를 검출하는 방법이다. 원료단계에서 소규모의 PCR 검사를 많이 해야 원료의 안전성이 높아진다. PCR 검사는 제조공정 전후 단계에서 2회에 걸쳐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불안전한 태반이나 완제품은 다시 한 번 걸러진다. 입고 후 15일 이내에 제조공정으로 보낼지, 폐기할지가 결정된다. PCR 검사를 거친 태반은 작은 팩 안에 냉동 상태로 보관된다. 냉동실의 태반은 핏기가 채 가시지 않아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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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5</b> PCR 검사 <b>6</b>효소 분해/ 산가수 분해 <b>7</b> 열처리 <b>8</b>앰플 세척 <b>9</b>자동 이물검사

    2차례 PCR 검사는 필수 ‘안전장치’

    “만지지 마세요!” 팩을 들고 살펴보려는데, 조 공장장이 급히 만류한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야 전용 복장을 착용하고 작업 방법에 익숙해서 괜찮지만 처음 오신 분은…. 아무래도 인체의 한 부분이니 여느 물건처럼 함부로 다루긴 조심스러워서요. 늘 경건한 마음으로 대합니다.”

    냉동된 태반은 팩에서 꺼내 정제수로 씻어낸 뒤, 거즈로 깨끗이 닦아 작업대에 올려진다. 25℃ 안팎에서 해동된 상태에서 성상, 형태, 크기, 냄새, 오염 여부, 탄력성, 광택, 탯줄 존재 여부의 검사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이상 여부를 선별해 PCR 검사를 의뢰한다. 그 결과에 따라 적합 판정을 받은 태반은 혈관을 절지해 혈액과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 세척한다. 그리고 생리식염수로 침적해 탈수한다.

    알싸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곳의 작업대는 녹이 슬지 않는 특수용기로 제작됐다. 공정이 끝날 때마다 소독제로 바닥을 닦으며, 사용한 용기는 양잿물로 씻어낸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철저한 소독이 이뤄진다. 아마 이 냄새도 갖가지 소독약 냄새일 터. 태반이 입고되는 공장 출입구에는 샤워실이 있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한다. 피를 다루는 직업. 혹시 남아 있을 피 냄새를 떨쳐내기 위해서다.

    탈지·진공건조 후 분말 형태로

    해동해 세척이 이뤄진 태반은 원료입고 공장과 200여m 떨어진 탈지(脫脂)·건조 공장으로 이동한다. 탈지·건조분말 또한 라이넥 계열의 제품에서만 이뤄지는 절차. 아세톤을 가해 지방을 추출해내고 그 침전물만 취한다. 아세톤의 강한 인화성과 폭발성 때문에 탈지·건조 공장은 방폭설계됐다. 누전을 방지하는 것은 기본. 아세톤 탈지를 위해서는 방독면을 쓰고 장화를 신는 등 ‘완전무장’을 해야 한다.

    아세톤 탈지 후 90℃ 이상의 고온에서 20여 시간 진공 건조해 아세톤을 완벽히 제거한다. 이 과정을 통해 태반은 처음 형태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가루로 변한다. 이 상태에서 다음 공정으로 이동해 효소 및 가수분해를 한다. 이 과정에서도 라이넥 계열과 멜스몬 계열은 뚜렷이 구분된다. 라이넥 계열 제품은 분말로 변한 태반에 단백질을 분해하는 펩신을 첨가해 효소분해를 한다. 이를 통해 상하 분리된 액체 중 아래로 가라앉은 단백질만 가수분해를 한다.

    검증 또 검증 안전성 100% 추구

    조상훈 공장장은 “태반주사 공정에서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가수분해란 무기염류에 물분자가 작용해 산과 알칼리로 분해되는 반응. 화학반응 때 결합 부분에 물이 끼어들면서 원래 1개이던 분자가 큰 분자 2개로 쪼개진다. 금속염이 물과 반응해 산성 또는 알칼리성 물질이 되는 반응이나 사람의 소화기 내에서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 등이 대표적인 가수분해다. 한편 멜스몬 계열은 전량을 염산 가수분해한다.

    “염산은 금속도 녹일 만큼 부식성이 강합니다. 그래서 효소 및 가수분해를 하는 정제과정에서는 대부분의 도구가 유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가수분해는 어린아이 키만한 플라스크에서 이뤄진다. 이 플라스크도 유리로 만들어졌다. 염산을 다루는 만큼 이 공정에서는 특히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간다. 제조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으나 이 공정만큼은 수작업이 중심을 이룬다. 가수분해를 거친 태반주사는 다양한 제조공정을 거쳐 완성품으로 생산된다. 열처리, 감압 농축, 활성탄 여과, 중화 등을 거치면서 분말 형태의 태반은 어느새 주사액으로 바뀌어 있다.

    고압 멸균과정에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가 감염력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혈액이나 호르몬도 제거된다. 이처럼 태반 원료가 입고된 후 최종 태반주사로 포장돼 출고를 앞두기까지는 11주 정도 걸린다. 이 기간 중 상당 부분이 품질관리에 소요된다. 최종단계에서 품질검사를 해 OK 사인을 받는 데도 보통 4주쯤 걸린다.

    “공정 하나하나 안전성 검사와 품질 검사에 만전을 기합니다. 주사액을 앰플에 넣는 과정에서 행여 불량이 발생할지 몰라도 주사액 자체의 불량은 전무하다고 자신합니다. 태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 분도 제조공정을 보고 나면 생각이 완전히 바뀔 겁니다.”

    원료의약품신고제도(DMF)란?

    저질 원료 봉쇄해 태반주사 안전성 확보


    검증 또 검증 안전성 100% 추구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원료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2002년 7월부터 ‘원료의약품신고제도(DMF, Drug Master File)’를 시행하고 있다. 의약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생산된 원료가 어떤 품질관리를 거쳐 들어오는지를 점검해 저질 원료 사용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다.
    DMF의 대상이 되는 원료의약품 수는 매년 증가세. 제약회사의 DMF 신고수리가 완료되면 식약청은 필증을 교부하고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신고된 원료에는 고유 인증번호(신고수리번호)가 부여돼 관리된다. 2009년 9월 현재 DMF 대상 원료의약품 중 공고 품목 대상은 158개. 이는 국내에서 제조한 원료와 수입한 원료 모두에 적용된다. 2005년 12월30일 식약청은 태반주사에 대한 원료의약품신고지침중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태반 유래 원료의약품’을 신고 대상 원료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이 그 골자. 식약청은 태반의 유효성을 현대의약학 수준에서 재검증해 임상시험에 기초한 약효 재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에 한약재로 사용하던 ‘자하거’와 달리, 인태반을 추출·가수분해·멸균 등의 공정을 거쳐 제제화한 의약품은 인체에서 유래한 의약품인 만큼 바이러스 오염 가능성 차단 등 품질에 대한 특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입법예고를 거쳐 식약청은 2006년 7월1일부터 태반 의약품에 대해서도 DMF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이 제도를 통과한 태반 제품만 판매가 가능하다. 통과되려면 바이러스 불활화 공정 등의 상세한 자료 제출, 원료수집 단계에서 산모동의서 첨부,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바이러스 미감염 여부 실험 서류 제출은 물론이고, 원료의약품 기준 및 시험방법에 바이러스 부정시험 항목 포함, 임상시험 같은 엄격한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미 제조돼 허가를 받은 완제품도 DMF를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DMF 제도 도입 초기에 제약회사들은 자사에서 쓰는 원료가 DMF 인정 공고를 받을 때까지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반면 녹십자는 DMF 시행 이전부터 ㈜JBP와 기술제휴를 통해 원료 의학품의 안전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왔다. 그 기준은 현행 국내 태반주사 DMF 가이드라인의 근간이 됐다. 또한 제약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DMF 심사를 신청, 2006년 11월에 허가를 받고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DMF가 까다로운 심사지만 결과적으로 태반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며 “한국의 태반 의약품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DMF 덕분”이라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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