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8

2009.10.27

일반高 수능 지존 ‘공주의 환호성’

한일고·공주사대부고 전국서 주목 … 전원 기숙사 생활, 수준 높은 교육의 결실

  • 김형석 대전일보 취재2부 교육팀 기자 blade31@daejonilbo.com

    입력2009-10-21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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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高 수능 지존 ‘공주의 환호성’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적인 명문고로 두각을 나타낸 한일고(왼쪽)와 공주사대부고.

    충남 공주시는 인구 12만8000명의 소도시다. 전문계(실업계)를 뺀 고등학교도 7곳에 불과하다. 공주대와 공주교대가 이곳에 있는 것 말고는 교육도시로서의 전형적 특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처럼 겉보기엔 ‘평범’한 공주가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이 공개되면서 갑작스럽게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의 수능 성적이 다른 지역 고교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 덕분이다.

    실제로 공주시는 2005학년도부터 2009학년도까지 수능 1~4등급 비율 상위 20개 시·군·구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2009학년도의 경우 언어영역은 1~4등급 비율이 전국 5위, 수리영역 9위, 외국어영역 12위를 기록했다. 공주시의 수능 성적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학교는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 두 학교다. 이들 학교는 공주와 충남 지역을 넘어 전국 고교 가운데서도 최상위의 성적을 자랑한다.

    특히 일반계 고교 중에서는 나란히 전국 1, 2위에 올랐다.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 강세 속에서 전국 수능 상위성적 30개교에 이름을 올린 일반계 고교는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를 포함해 4곳에 그친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한일고는 이번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3개 영역 평균점수를 합산할 경우 388.52점으로 전국 고교 중 8위를 차지했다. 특목고와 자사고(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제외한 일반계 고교 중에서는 단연 전국 1위.

    영역별로도 언어 128.58점, 수리 130.51점, 외국어 129.42점을 얻어 전 영역에 걸쳐 전국 일반계 고교 중 1위에 올랐다. 공주사대부고는 3개 영역 평균합산 373.25점으로 전국 24위, 일반계 고교 중 전국 2위에 올랐다. 영역별로는 언어 123.3점, 수리 125.88점, 외국어 124.5점 등으로 일반계 고교 중 언어만 3위로 약간 처졌을 뿐 수리와 외국어는 2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두 곳 모두 비평준화 지역 학교



    이뿐만이 아니다. 한일고는 지난해 고3 재학생 중 절반 가까이(46.4%)가 수능 언어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공주사대부고도 25% 안팎의 수험생이 전 영역에 걸쳐 1등급을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명문대로 진학하는 학생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10년간 한일고는 115명, 공주사대부고는 94명을 서울대에 진학시켰다. 이 같은 수치는 같은 기간 충남지역 전체 고교에서 배출한 서울대 합격생(869명)의 25%에 이른다.

    요즘 이들 학교에는 전국의 중·고교들로부터 높은 성적을 올린 ‘비결’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두 곳 모두 비평준화 지역 고교라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한일고는 사립, 공주사대부고는 공립인 만큼 두 학교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다만 학교 관계자들과 이 지역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들에게 기숙사 생활과 질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두 학교의 공통분모로 꼽는다.

    한일고는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은 입학한 뒤 기숙사 생활을 통해 점차 자율능력을 갖춰나가는 변화과정을 겪는다. 한일고 김종모 교장은 “요즘 학생들은 공부법에서부터 진로에 대한 결정까지 모든 걸 학원과 학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며 “그래서 우리 학교는 부족한 시설과 결핍된 환경에 인위적으로 노출시킨 다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게끔 유도하면서 그동안 길들여진 ‘묵은 때’를 벗겨내는 일부터 한다”고 말했다.

    한일고 학생들이 스스로 하는 공부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힘이 돼주는 배경에는 ‘자주협력학습’이 있다. ‘DT(Debate Tutoring)’로 불리는 이 수업은 기숙사 한 방 동료 8명이 한 조가 돼 수업을 준비하고, 서로 가르침을 주고받는 형식이다. 학생들의 참여의식을 독려하기 위해 수업 대부분은 토론 위주로 진행된다. 그 영향으로 학생들의 학습동아리 수가 60여 개에 이른다. 학생들은 외출이 허락되는 주말에도 학원 대신 동아리 학습을 통해 공부한다.

    공주사대부고 역시 재학생의 90%가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신입생 선발도 엄격해 신입생들의 평균 내신성적은 상위 3% 이내다. 공주사대부고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최고 수준의 교사들.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3배수 추천을 받은 뒤 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교사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교사 전원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다.

    이처럼 실력 있는 교사들이 모여 짜임새 있는 학사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주사대부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율학습 시간에 학년별로 심화학습반과 기초학습반 등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해왔다. 오전 8시부터 1교시 시작 전까지,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하루 2회 자율학습이 이뤄진다. 올해는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대상학교로 지정돼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강사 수당과 교재비 등 3년간 3억3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건전한 경쟁·높은 교육열도 한몫

    공주사대부고 강병갑 교감은 “2010학년도 입시부터 전국 단위로 신입생 모집이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우수한 인재가 많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학생들의 수준에 부합한 맞춤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 명문고로서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의 선전(善戰)은 인근 학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학교에 자극받은 공주고는 매년 5명 이상을 서울대에 합격시키고 있으며 공주여고, 공주금성여고, 영명고 등도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힘쓰면서 상위권 대학 진학률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최재룡 장학사는 이들 학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공주지역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높은 것은 일선 학교들의 건전한 경쟁과 함께 지역민들의 높은 교육열, 공주대와 공주교대가 자리한 교육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인근 학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공교육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역을 넘어 전국 최상위의 성적을 자랑하는 한일고와 공주사대부고의 선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학교의 수준 높은 교육프로그램이 특목고와 일부 지역의 명문고를 제치고 ‘공교육 모델’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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