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7

2009.10.20

“이대형·홍성흔 선수, 함 만날까요?”

[그들이 있어 재미있다, 야구야 놀~자!] 8개 구단 치어리더 설문조사 “은밀한 곳 촬영하는 팬 정말 밥맛”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10-16 11:2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대형·홍성흔 선수, 함 만날까요?”

    응원에 한창인 KIA 치어리더들. 그들은 “힘들어도 억지로 웃음지으며 무대에 설 땐 눈물나지만, 손짓 하나로 팬과 하나 될 때는 전율을 느낀다”고 말한다.

    남성 야구팬에게 야구장에서의 최고 명당자리는 단연 응원단상 앞이다. 생맥주 한두 잔 걸치고, 훤칠한 키에 ‘이기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치어리더들의 현란한 춤과 환한 미소 앞에 ‘멍 때리다’ 보면 ‘야구가 내가 되고 내가 치어리더가 되는’ 다소 생뚱맞은 해탈의 경지에 오른다. 장자(莊子)의 외물불가필(外物不可必·외부의 사물은 절대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의 경지가 따로 없다.

    하지만 언제나 다가가기 어려운 여인들. 술김에 어깨춤을 추다가 적당하다 싶은 타이밍에 그들에게 몇 마디 던져보지만 돌아오는 건 염화미소뿐. 그래서 ‘주간동아’가 나섰다. ‘주간동아’는 9월24일~10월6일 국내 8개 구단 치어리더 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 구단 치어리더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처음 있는 일.

    불규칙적인 생활, 낮은 수입 … 직업인으로는 “글쎄요”

    설문조사 결과 ‘그라운드의 꽃’ 프로야구 치어리더들이 가장 데이트하고 싶어 하는 선수는 LG 이대형과 롯데 홍성흔이었다. 결혼하면 가장 고생시킬 것 같은 선수 역시 이대형이었는데, 이유는 잘생긴 얼굴 탓에 ‘바람돌이’일 것 같다는 단순 추측 때문이었다. ‘주례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은 감독은 한화 이글스 김인식 고문(전 감독)이었고, 치어리더를 경악게 하는 최악의 팬은 ‘몰래 은밀한 곳을 촬영하는 팬’이었다.

    현재 야구와 농구 등 스포츠 전문 여성 치어리더는 약 150명. 대부분 전문 이벤트업체에 소속돼 홈구장 경기와 서울 원정경기에 ‘출동’하는데, 결정적인 ‘빅 매치’가 있거나 팬들의 ‘응원 요청’이 많으면 가끔 지방 무대에도 선다. 이들 중 상당수는 프로야구 시즌인 4~10월은 야구장에서, 11월부터는 농구장 혹은 배구장에서 관중과 함께 웃고 운다. 응원이 없는 날은 연습실에서 맹훈련을 하는데 다리 찢다 피멍 드는 건 기본이다.



    치어리더가 된 계기는 ‘지인의 권유’(10명)와 ‘이벤트업체의 스카우트 제의’(5명)가 가장 많았다. 이 밖에‘멋있어 보여서’ ‘엄마가 (이벤트업체) 명함을 가져와서’ ‘연예인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이기 때문에’ 등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화려함과는 달리 ‘전문 직업인’으로의 긍지는 ‘글쎄요’였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을 가족에게 권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13명이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고, ‘그렇다’(10명) ‘그렇지 않다’(7명) 순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의 짜릿함과 치어리더의 화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직업이지만 ‘생활이 불규칙적이고 수입이 낮다’(18명)는 게 주된 이유였다. 치어리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쁘다’(4명)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한 스포츠 전문 이벤트업체 관계자의 이야기다. “응원단장 급여는 대기업 신입사원급, 치어리더들은 중소기업 사원급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것도 경력이 어느 정도 돼야 한다. 경기가 없는 날 기업 체육대회 등을 뛰어야 어느 정도 ‘품위유지’가 가능해진다. 더욱이 20대가 지나면 활동하기 어려워 장기적인 비전도 약하다.”

    “이대형·홍성흔 선수, 함 만날까요?”
    보약·비타민·통닭 챙겨 먹으며 체력관리

    더러 15연전을 따라다니며 응원할 때는 온몸이 쑤시게 마련. 그래서일까. 치어리더로서 ‘가장 힘들 때’를 묻는 질문에는 ‘아픈데 웃으며 응원해야 할 때’(9명) ‘안무 연습이 힘에 부칠 때’(5명)라는 응답이 많았다.

    LG 치어리더 양현주(29) 씨는 “응원 도중 발목을 삐거나 무대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힘든 직업이다. 장기 레이스여서 스스로 체력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비타민이나 보양식을 챙겨 먹는 치어리더가 많다”고 전했다. 롯데 치어리더 이은정(24) 씨는 “경기 전후 몸보신용으로 양념통닭을 반드시 챙겨 먹는다”고 했다.

    그래도 내 한 몸 체력이야 견뎌낼 만하다. 하지만 ‘마마 호환’보다 무서운 최악의 팬을 만날 때면 온몸에 소름이 뻗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치어리더들이 꼽은 최악의 팬은 ‘은밀한 곳을 촬영하는 팬’(18명)이 단연 1위. ‘폭언하는 팬’(5명)과 ‘작업 거는 팬’(3명)이 뒤를 이었다. ‘야한 춤만 추라는 팬’(2명)과 ‘물건을 던지는 팬’(2명), ‘째려보는 팬’(1명)도 경계 대상이었다. 다음은 한 치어리더의 끔찍한 기억이다.

    “외야석을 바라보며 한창 응원을 하는데 뭔가 찜찜해 아래를 보니 20대 남자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치마 밑을 찍고 있는 거예요. 냅다 발로 차고 싶었지만 어떡해요. 그냥 뒤로 물러나서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응원했죠.”

    그래도 ‘소속 팀이 승리’(16명)하거나 ‘치어리더의 안무에 팬들이 환호할 때’(8명) 직업인으로서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S라인’에 짧은 치마와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을 돌아다니면 종종 선수들과 ‘스파크’가 튈 듯도 하다. ‘선수들로부터 데이트를 제안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없다’(31명)고 응답했지만 7명은 ‘간접적으로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구체적인 질문에는 ‘회사 규정상 (선수와의 ‘섬싱’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응답을 피했지만, 대기실에서 혹은 친구를 통해 제의받았다고 했다. 한 치어리더의 말이다. “식사 제안을 받았는데 그 선수는 애인이 있었어요. 가만히 얘길 듣다 보니 색안경(자신을 ‘날라리’로 보는 듯했다는 뜻)을 끼고 저를 만나자는 것 같아 불쾌해서 거절했어요. 가끔 그런 제의가 들어와요.”

    “이대형·홍성흔 선수, 함 만날까요?”

    가장 많은 팬을 둔 롯데와 LG 치어리더들이 9월25일 마지막 경기에 앞서 한자리에 섰다.

    그래도 치어리더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플레이어는 있었다. ‘데이트하고 싶은 남자’로는 이대형(5명)과 홍성흔이 공동 1위에 랭크됐고, ‘결혼하고 싶은 남자’로는 롯데 정보명, LG 봉중근, SK 김재현과 김광현이 각각 3표를 얻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소속팀 승리·팬 환호할 때 보람 느껴”

    ‘결혼하면 가장 고생시킬 것 같은 선수’로는 LG 이대형(5명), SK 김광현(3명), LG 이진영(3명), 한화 류현진(2명)을 꼽았다. ‘잘생겨서 여자 팬들의 인기가 많아 불안하다’는 게 그 이유. 롯데에서 은퇴한 정수근과 LG 정성훈은 또 다른 이유(각각 ‘말썽꾸러기 같다’와 ‘4차원 같다’)로 1표씩 얻었다.

    결혼할 때 주례로는 김인식 고문(8명)과 롯데 로이스터 감독(5명), 두산 김경문 감독(4명)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고문은 ‘느린 말투에서 인자함이 느껴진다’는 것이, 로이스터 감독은 ‘결혼식장이 화기애애할 거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가족이라도 서주지 않는 게 빚보증이지만 SK 김광현(3명), 롯데 박기혁(2명), 두산 김동주(2명) 선수에게는 흔쾌히 서주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그만큼 신뢰한다는 것인데, 반면 정수근(3명), SK 박재홍, 한화 류현진, LG 조인성(각 1명) 등은 결단코 빚보증을 서주지 않겠다는 선수들이다.

    물론 ‘엄마가 돈거래 하지 말랬다’(8명) ‘모은 돈이 없어 보증 설 수 없다’(5명) 등 ‘사양한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치어리더로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묻는 질문에는 ‘튼튼한 하체’ ‘뱃살’ ‘타고난 큰 골격’ ‘허리라인’ ‘화장 안 먹는 피부’ ‘하이힐을 못 신는 큰 키’와 같은, 신체와 관련된 응답이 주류였다.

    응원단장의 세계

    선수송, 응원구호, 관중 리드 …“바쁘다 바빠”


    “이대형·홍성흔 선수, 함 만날까요?”
    야구장의 꽃이 치어리더라면 팬들과 꽃을 어우르는 사람은 응원단장. ‘선수송’과 응원구호, 음악, 안무 등 ‘응원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만큼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응원단장은 보통 매년 시즌 시작 2개월 전 응원송과 안무를 준비한다. 보통은 이벤트업체 관계자와 응원단장이 머리를 맞대는데, 선수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 선수에 맞는 음악을 체크한다. 단서는 ‘따라부르기 쉽고 기억이 오래가는 음악’. 경기 상황에 맞는 음악(spot music)을 찾아내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예를 들어 삼성은 상대 타자가 친 공이 아슬아슬하게 파울라인 밖으로 나갔을 때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 가사 중 “밖으로 나가버리고~” 부분을 편집해 들려준다. 두산은 롯데의 ‘마’(상대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면 롯데 팬들이 하는 응원 구호로 ‘인마’의 줄인 말) 응원에 송창식의 ‘왜 불러’로 맞선다.
    응원단장으로서 가장 힘든 때는 무더운 여름철 우천 경기. 비를 맞으며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켜 응원을 끌어내야 하고 응원도구의 감전에도 조심해야 한다. 2001년부터 단장을 맡아 ‘최장수 단장’인 삼성 김용일 단장의 말이다.
    “주변 정리가 안 되면 혼란 그 자체입니다. 단장은 관중이 혼란해하지 않게 계속 리드해야 해요. 하지만 관중이 응원하느라 비 맞는 것조차 잊었다고 어깨를 툭 쳐주면 절로 힘이 나죠.”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가끔 빈 병 등 물건을 던지는 팬이 나타나면 관중의 시선이 그곳에 몰리기 때문에 응원은 한순간에 흐트러진다. KIA 김주일 단장은 나름의 노하우를 설명한다.
    “그럴 때는 일부러 음악을 끄고 ‘던진 팬’ 쪽을 바라봅니다. 그러곤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하고 외치죠. 다른 팬들도 인상을 쓰며 그쪽을 쳐다봅니다. 결국 그 팬은 조용히 밖으로 빠져나가죠.”
    가끔은 공 하나 달라고 매달리는 팬이나 취기에 무대에 오르려는 팬도 있지만 요즘은 팬들이 스스로 제지할 만큼 성숙한 관전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응원단장들은 말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