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2

2009.09.08

경제위기 ‘트라우마’ 물러가라!

제프 쿤스의 ‘뽀빠이 시리즈’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입력2009-09-02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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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위기 ‘트라우마’ 물러가라!

    Jeff Koons ‘Seal Walrus Trashcans 2003-2009’ Polychromedaluminum,galvanizedsteel, 170.2x76.2x91.4cm 2009 Jeff Koons (위). Jeff Koons ‘Popeye 2003’ Oil on canvas, 274.3x213.4cm 2008 Jeff Koons (아래).

    “살려줘요, 뽀빠이!”를 외치면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올리브를 구해주던 뽀빠이. 시금치 통조림 하나면 부르투스를 비롯한 악당을 모두 물리쳤던 뱃사람 뽀빠이는 경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29년 한 신문의 한 줄짜리 만화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냅니다.

    단역에 불과했지만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뽀빠이는 당당히 만화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합니다. 당시 대공황을 이겨내기 위한 미디어적 대안이 뽀빠이였다면 80년이 지난 지금의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는 예술적 대안은 제프 쿤스의 ‘뽀빠이 시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키치의 왕중왕’으로 불리는 그는 이탈리아 포르노 배우인 치치올리나와 결혼했고, 아내와의 정사 장면을 조각으로 재현해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죠. 시기마다 주제는 달랐지만 정교한 작업 솜씨는 그의 작품을 혐오하는 사람의 고개마저 끄덕이게 할 정도로 완벽합니다.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 있는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9월3일까지 전시되는 ‘뽀빠이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우선 전시 제목에서도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회화 작품은 뽀빠이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위에 함께 전시 중인 조각 작품의 이미지가 초현실적으로 겹쳐지는데, 그가 구사한 극사실주의적인 기법은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이미지들을 옮겨내고 있습니다.

    그는 바람을 불어넣어 사용하는 고무튜브 등 어린이 완구용품을 사다리나 쓰레기통 혹은 철조망 사이에 끼워놓아 관객들로 하여금 ‘혹시 터지지나 않을까’ 불안하게 만들었는데요. 나중에 고무튜브를 그대로 갖다놓은 줄 알았던 조각 작품이 실은 알루미늄으로 정교하게 주조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하지만 즐거운 바캉스용품을 철조망 사이에 끼워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한 제프 쿤스가 뽀빠이를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프 쿤스의 인터뷰로 그 대답을 대신할까 합니다. “뽀빠이 시리즈의 핵심은 자기 수용이다. ‘나는 나’라는 뽀빠이의 유명한 대사를 예술적으로 해석하자면 외부 세계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들이기 전에 본인 스스로가 먼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뽀빠이 시리즈는 물놀이용품에서 시작했다. 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린 시절을 상징한다. 트라우마가 없는 어린 시절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철조망 사이로 자라나는 나무들을 보며 나는 나무들이 철조망 때문에 그들의 삶을 포기하지 않듯, 사람들 역시 인생이 주는 온갖 어려움에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고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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