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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前 직장서 네가 한 일 알고 있다

경력직 채용 ‘평판조회’ 보편화 … 사소한 거짓말도 밝혀지면 치명적

  • 오진영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前 직장서 네가 한 일 알고 있다

前 직장서 네가 한 일 알고 있다
외국계 화학업체 여러 곳을 거치며 10년 가까운 경력을 쌓은 여성 A씨. 얼마 전 그는 역시 외국계 기업인 B사의 경력직 채용에 지원했다. A씨는 서류전형과 실무면접을 통과했지만 결국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B사가 ‘평판조회’를 통해 공식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A씨의 전력을 알아낸 탓이었다. 기혼여성인 A씨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실세’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였음이 평판조회에서 드러난 것이다. B사는 또 A씨가 지금까지 근무했던 회사 모두에서 사내연애를 한 경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하기 전에 후보자의 이력이나 성품, 업무 능력에 대해 후보자 주변인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인 평판조회(Reference Check)는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채용 절차의 하나로 여겨왔지만, 국내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평판조회가 국내 기업문화에서도 일반화하는 추세다.

최근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인사 담당자 4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인사 담당자 10명 중 4명이 ‘경력직을 채용할 때 평판조회를 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75.6%는 평판조회 결과에 따라 후보자를 탈락시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평판조회 요청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36.5%가 ‘있다’고 했다. 답변 방법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다 말한다’(52%)가 가장 많았고, ‘배려해서 좋은 부분만 말한다’(41.4%)가 뒤를 이었다.

인사 담당자 40% “평판조회 한다”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때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음알음으로 파악하는 일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고위직 간부나 중요 직책에 앉힐 인물일수록 회사가 후보자에 대해 다방면으로 품평을 듣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거엔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평판조회가 이제는 공식적으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기업들이 평판조회를 하는 이유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통해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후보자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의 눈길을 끄는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관의 호감을 사는 취업 인터뷰 준비하기’ 등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기업에서는 후보자들이 철저하게 갈고닦아 내놓은 모습 뒤의 보이지 않는 면모를 파악하길 원한다.

평판조회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후보자가 이력서에 제시한 경력이 모두 사실이냐는 점이다. 헤드헌팅업체 커리어케어의 서혜진 부장은 “재직 기간이나 담당 업무를 부풀려 적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약간의 과장일지라도 허위로 밝혀지면 도덕성을 의심받는다”고 지적했다. 평판조회는 상세하고 꼼꼼하게 이뤄진다. 따라서 하지 않은 업무를 했다고 쓰거나, 팀원으로 일했으면서 책임자였다고 밝히거나, 지사에서 근무했으면서 본사에서 일했다고 기록하는 것 등은 결국 모두 드러나게 돼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 간부급 직원으로 근무하던 C씨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해 1년간 휴직하고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그는 다른 회사 경력직에 지원하면서 휴직 사유를 ‘교통사고’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평판조회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C씨를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력서 작성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이직 사유다. 경력직 채용에서는 면접에서 이직 사유를 반드시 물어본다. 이때 솔직하지 않은 답변을 했다가 나중에 평판조회에서 들통나면 불이익을 받는다. 이처럼 기업이 평판조회를 통해 주로 확인하려는 것은 후보자와 관련된 대단한 과거라기보다는, 제출한 서류에 거짓말이 있는지 여부다.

前 직장서 네가 한 일 알고 있다

기업은 면접을 통해서는 확인할 수 없는 입사 지원자의 ‘진짜’ 됨됨이를 평판조회로 확인하곤 한다.

평판조회는 보통 후보자의 전 직장 상사, 동료, 부하직원 각각 1명 등 최소 3인과의 심층면담으로 이뤄진다. 상사와 부하직원이 생각하는 후보자의 평판이 다를 수 있는데, 평판이 엇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후보자의 평판이 된다. 이드로컨설팅 이민수 대표는 “사람들은 남을 험담한다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어서 대체로 결점을 지적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4~5년씩 같이 일한 사이인데도 후보자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거나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하면, 그 자체가 좋지 않은 평가로 이해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기업은 후보자가 채용될 자리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알기 원한다. 따라서 영업직에 채용할 사람이라면 고객사의 평가, 카운터 파트너와의 관계까지 평판조회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관공서 출신을 민간기업에서 스카우트하는 경우라면 조직 내부의 네트워크 역량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다. 관리직이라면 냉철한 판단력과 올바른 기획력이 있는지, 연구직이라면 강한 끈기와 추진력이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평판을 조회한다.

이민수 대표는 “평판조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도 해당 후보자가 꼭 필요하다면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경우 드러난 문제점을 회사가 관리한다. 일단 인재를 채용한 뒤 과거에 있었던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게 조직적으로 배려하는 것이다. 후보자가 보유한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그가 금융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으면, 일단 데리고 온 뒤 금융 관련 업무는 맡기지 않는 식이다.

좋은 인간성, 업무 능력, 긍정 마인드

“직장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좋은 인간성, 우수한 업무 능력, 긍정적인 조직 마인드, 이 3가지로 요약된다.”

최근 ‘평판의 힘, 남이 써주는 나의 이력서’를 펴낸 주희진 리더십다양성센터 대표의 말이다. 평판은 가까운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이고 밖으로 드러나는 관계의 사람들에게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사람, 아랫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게 좋은 평판을 얻는 열쇠라는 것이 주씨의 충고다. 오랫동안 일해온 동료와 상사, 부하직원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게 어떨까.



주간동아 2009.04.28 683호 (p58~59)

오진영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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