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가지 직업이 있다지만 나를 위한 일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오늘도 정처 없이 집을 나서지만 뾰족히 갈 데가 있을 리 만무할 터. 혹시나 해서 취업박람회로 걸음을 옮겨보지만, 행사장은 이미 빽빽하게 들어찼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손에 손잡고’ 구직 정보를 바라보는 모습에 ‘저들도 나와 같은 잉여인간일까’ 쓴웃음을 짓는다.
첫째도 둘째도 화두는 일자리다. 구직 정보를 뒤적이며 묻고 또 묻고, 즉석에서 이력서도 써가며 부지런을 떨지만 수확은 없다. 그래도 그냥 돌아서려니 아쉬움이 남았을까. 또 한 번 구직 정보를 되돌아본다. 누군가 혼잣말처럼 툭 던진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주간동아 680호 (p10~11)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글=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